휴먼다큐사랑 故최진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람은?
90년대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음악에선 서태지와 아이들을, 브라운관에선 최진실을 꼽을 수 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CF한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최진실은,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히트작속에 여주인공이자, 만인의 여인으로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그녀를 향한 대중의 사랑은 영원할 것 같았다.
5살 연하였던 일본야구 요미우리자이언츠에 조성민과 결혼을 발표하며, 최진실은 최고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며, 연예계 그리고 대중과 작별을 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2년 만에 충격적인 이혼. 그것도 끝까지 가정을 지키려했던 최진실의 바람과 달리, 뱃속에 딸까지 외면했던 남편 조성민의 강력한 이혼요구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최진실은 끝났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드라마로 복귀했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줌마렐라라는 신조어의 중심에 있었던 최진실은, 아픔을 딛고 연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제 2의 인생을 멋지게 열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08년 어느 날, 남모르게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왔던 최진실이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또 다시 대중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그녀의 자살이 잊혀질 무렵, 동생 최진영도 누나의 뒤를 잇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휴먼다큐사랑 故최진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람은?
27일 방송된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진실이엄마’편에서, 故최진실-최진영 남매의 엄마 정옥숙씨가, 최진실의 두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공개됐다. 엄마의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들곁에, 이제는 최진실이 아닌 최진실의 엄마가 대신하고 있다.
다행히 아이들의 모습은 밝아보였다. 두 아이의 꿈은 모두 커서 엄마(최진실)같은 연예인이 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연예인흉내를 곧잘 내는 아이들덕에, 정옥숙씨는 최진실-최진영 남매를 키우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나마 웃으면서 힘겨운 오늘을 살아갈 수 있었다. 딸 최진실의 두 아이가, 정옥순씨가 살아야 할 유일한 이유였다.
한량인 남편때문에 지독하게 가난했던 시절, 최진실-최진영 남매를 남들처럼 키우지 못한 게 늘 가슴아팠던 정옥순씨. 사는 게 너무 힘겨워 자살도 결심했지만, 어린 딸 최진실이 엄마의 다리를 붙잡고 죽는 게 너무 무섭다며, 엄마 죽지말라고 눈물을 쏟으며 매달렸던 일화를 들려줬다. 덕분에 마음을 고쳐 잡을 수 있었다는 얘기.
최진실이 CF로 처음 거머쥔 목돈 1500만원에 방 두칸짜리 전세를 얻고 너무 행복했었다는 세식구. 최진실이 일당으로 벌어 온 80만원에, 짜장면 한그릇에도 배가 불렀던 그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었다는 정옥순씨는 또 다시 눈물을 참지 못했다.
매일 수제비만 먹었다는 최진실의 별명이 ‘최수제비’였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만큼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어떤 누구보다 밝은 미소를 가졌던 여배우가 최진실이었다. 그녀의 백만불짜리 미소가 대중의 마음을 흔들었던 셈이다. 그랬던 미소가 어느 순간 잿빛으로 바뀌었다.
조성민과 이혼분쟁 당시, 매일같이 집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때문에 2년이 넘게 집밖을 나오지 못했다는 최진실. 또한 그녀를 비난하는 욕설수준에 악성댓글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근거없는 루머들에 파묻혀 고통속에 살았던 톱스타. 이때부터 우울증을 겪기 시작한 최진실은 관련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진실은 사랑스런 두 아이의 엄마였다. 두 아이의 행복을 위해 최진실을 다시금 일어섰다. 그리고 예전처럼 웃으려 애를 썼다. 누구보다 자신의 직업에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정선희 남편 안재환을 죽음으로 몰아간 배경에 최진실이 있었다는 25억 사채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언론 등을 통해 40억, 50억으로 불어났고, 이러한 루머는 수많은 악플을 양산하며 결국 최진실에게 자살이란 궁지로 내몰았던 셈이다.
결과는 어떠한가. 대중은 사랑했던 배우를 잃었고, 두 아이는 엄마를 잃었고, 동생은 누나를 잃었고, 엄마는 딸을 잃었다. 우리가 얻은 건 루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 루머를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이 얼마나 잔인한지, 그리고 이에 동조하며 해당스타에게 비난을 퍼붓는 생각없는 악플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된 또 하나의 계기였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잘못된 루트는 고쳐지지 않았다. 이것이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세상을 병들게 하고 있다.
지나간 일은 잊자고 말한다. 물론 잊을 수 있다. 굳이 잊으려 애를 쓰지 않아도, 최진실처럼 화려했던 시절을 보낸 스타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너무나도 쉽게 잊혀진다. 그러나 보이지 않아도 평생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잊지 못하고 눈물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