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옥주현, 왜 ‘임재범신드롬 죽이기’일까?
22일 방송된 우리들의 일밤 <나는가수다>는 ‘임재범의, 임재범에 의한, 임재범을 위한’ 무대였다. 임재범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부른 윤복희 ‘여러분’은, 객석을 채운 500명의 청중평가단뿐 아니라 시청자를 울렸고, 그를 지켜보던 윤도현 비롯한 나가수에 경쟁자이자 동료들마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가수다>에서 임재범의 무대를 한동안 볼 수가 없다. 맹장수술로 인해, 당분간 노래한다는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일시하차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콘서트 및 새앨범 준비 등의 일정을 고려할 때, 신정수PD의 언급처럼 임재범의 빠른 복귀는 생각만큼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임재범의 하차와 경연에서 최종 7위로 탈락한 김연우가 빠진 나가수 빈자리를, 옥주현과 JK김동욱이 채우게 됐다는 소식이다. 특히 옥주현의 경우, 많은 시청자가 그녀의 출연자체를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작진이 옥주현카드를 버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적잖은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나는가수다 옥주현, 왜 ‘임재범신드롬 죽이기’일까?
옥주현도 걸그룹 핑클출신에 엄연한 가수다. 그녀의 비호감이미지나 가창력에 대한 호불호가, 나가수출연에 결격사유가 될 순 없다. 다만 나는가수다의 홈페이지에 적힌 제작진의 기획의도와 배치된다. 아이돌음악과 댄스음악으로 편향된 가요계에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진짜 가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레전드급 가수들의 서바이벌 대결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옥주현은 아이돌 1세대출신으로, 아이돌음악의 대모격이다. 게다가 옥주현은 현재 뮤지컬배우로 전향한 상태다. 가수라는 호칭도 애매해졌다. 무엇보다 그녀가 레전드급으로 분류될만한 가수인가. 아이돌계에 레전드급은 될 수 있겠다. 즉 옥주현이 나가수의 기획의도에서 비켜간 가수로 보는 시각을 부정만 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기획의도에 얽매이지 않는다해도, 나가수에 옥주현투입은 시기적으로 빠른 감이 있다. 레전드급은 아니어도, 좋은 가수, 시청자가 나가수 방송에서 보고 싶은 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출연가능한 수요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반대여론을 등지고 옥주현의 순번을 미리 당길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제작진은 기획의도나 시청자의 의견보다는, 무리수에 가까운 옥주현을 선택했다. 왜? 임재범신드롬을 죽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제작진은 임재범의 감동공백을 메꿔야 한다. 나가수의 양날의 검이 된 임재범신드롬을 빠르게 희석시킬 만한 카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안티가 많은 옥주현이 된 셈이다.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이후, 나가수가 방송을 재개하고 가장 핫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임재범의 등장이었다. 약 한달동안 임재범을 중심으로 나가수는 폭발했다. 그리고 임재범은 나는가수다가 보여줄 수 있는 사실상의 끝을 보여줬다. 임재범의 ‘여러분’과 같은 감동은, 가왕 조용필이 출연해도 쉽게 보여줄 수 없다.
김범수의 ‘늪’을 들었을 때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임재범의 ‘여러분’을 들었을 때 눈물이 흘렀다. 그 차이다. 시청자는 나가수가 줄 수 있는 맥시멈의 감동을 임재범에게서 맛봤다. 한번 맛보면 쉽게 잊을 수 없다. 그 맛을 다시 찾게 된다. 임재범이 빠진 후, 나가수에 남은 김범수-이소라-박정현 등 기존멤버들이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작진으로선 일시든 영구든 하차한 임재범의 잔재를 가급적 빠르게 지워내야 나가수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 시청자가 임재범의 아쉬움을 빨리 털고 남은 가수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임재범을 대체할 가수를 섭외할 수 없을 때, 오히려 정반대에서 찾게 된다는 점이다. 감동이 아닌 비난과 논란으로 임재범신드롬을 지워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이슈를 제압할 수 있는 건 부정적인 이슈가 아니던가.
임재범 나가수 하차를 검색어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건, 옥주현 나가수 출연확정이 될 수 있다. 그 뿐인가. 옥주현이 나가수 무대에서, 최고수준이든 최저수준이든, 방송 직후 옥주현이란 키워드로 쏟아질 무더기 기사가 준비되어 있다. 임재범은 물론, 1박2일 여배우에 꿀리지 않는 이슈의 폭발력을 섭외과정에서부터 이미 보이고 있다.
방송분량의 질도 달라진다. 지난 방송에서 장기호교수가 최종순위를 놓고, ‘최종 7위는?’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긴장감은 고사하고 짜증을 부를 정도였다. 나가수의 고민거리 중에 하나가 반복으로 분량을 뽑는 것이다. 우선 준비된 인터뷰 질문들이 반복적이다. ‘오늘 경연인데 기분은?’, ‘만약 7위를 한다면?’ 등의 매번 같은 질문을, 같은 가수에게 재차 물어 방송에 내보낸다. 청중평가단에게도 마찬가지다.
식상할 정도로 반복된 질문을 잊게 해준 사람이 임재범이다. 임재범은 아내와 딸, 가족을 얘기했고, 아웃사이더기질을 가진 가수로서 불안정한 삶을 살아온 인생을 얘기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가수들과 달리, 임재범의 인터뷰속엔 경쟁을 뛰어넘는 인생극장이 녹아있었다. 실질적으로 경연빼고 나가수에서 건질 내용은, 임재범의 드라마와 윤도현 등 후배가수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그의 액션뿐이었다. 임재범마저 없다면, 앞으로 경연외적인 내용까지 참고 보는 시청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옥주현이 나오면 인생극장은 못되더라도, 뽑아낼 분량이 많아진다. 시청자의 반대여론, 자신의 비호감이미지에 대한 생각, 아이돌가수에 대한 편견, 뮤지컬배우로서의 인생 등 식상함을 비켜갈 질문거리도 많고 그녀가 털어놓을 발언도 그만큼 늘어난다.
나는가수다 제작진에게 가장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가수들을 평면적으로 빼먹는 모습만 보여줬지, 정작 나가수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입체적인 준비가 부족해 보였다는 점이다. 섭외만 보더라도, 명품가수들을 붙들기 위한 김영희PD의 삼고초려식이 아닌, 노이즈마케팅과 다를 바 없다는 시선을 부추기는 섭외능력에 머물고 있다.
개그맨의 활용도는 어떤가. 매니저가 아니라 위대한탄생 심사위원 노릇을 시키고 있다. 가수에게 점수를 매기게 하고 시청자의 비판에 노출시킨다. 박명수-김제동이면 출연료가 만만치 않음에도, 고급인력을 저급하고 쓸모없게 만들었다. 개그맨만 잘 활용해도 분량확보를 할 수 있건만, 매주 한번 꼴의 경연으로 가수들을 소모하기 급급하다. 가수들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마저 중간평가 타이틀아래 불필요한 경연장으로 둔갑시키는 아이디어 부재를 보였다.
나는가수다에 임재범이 하차했고, 옥주현의 출연이 확정됐다. 임재범과 옥주현은 다르다. 때문에 임재범과 옥주현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판할 수 없다. 그러나 제작진이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말이다. 덕분에 시청자의 비판에 다각도로 노출된 옥주현은, 제작진을 대신해 임재범의 공백으로 불거진 나가수의 성패를 가늠하게 만들 무거운 짐을 한몸에 떠안은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