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모, 성시경에 이어 손담비와 악연맺나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 <드림>은 한국판 ‘제리 맥과이어’를 꿈꾸는 듯 하다. 주인공인 에이전트 남제일 역에 주진모와 거친 반항아이자 이종격투기 선수 이장석 역에 김범은, 마치 회사에서 버림받기 전까지 승승장구하던 젊은 에이전트 톰 크루즈와 재능보단 악동이미지가 강한 미식축구선수 쿠바 쿠딩 주니어간에 우정을 다룬 헐리웃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연상시킨다.
5회를 마친 상황에서, SBS드라마 <드림>은 튼실해 보이는 스토리라인과 주축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방영되는 MBC드라마 <선덕여왕>에 힘 한번 못 써보고 비틀거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여주인공 손담비의 연기력까지 도마위에 오르면서 안팎으로 이중고를 겪는 셈이 되버렸다. 손담비의 출연은 시작 전 드라마의 홍보효과에는 일조했지만, 막상 전파를 탄 시점에선 난시청을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
손담비의 연기는 지난 5회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대사를 칠 때와 치지 않을 때가 확연히 구분이 간다는 것이다. 마치 인형극의 주인공처럼, 일관된 표정과 말투가 시청자에겐 탐탁치 않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말없이 응원하는 장면이나, 환호하는 씬에선 왠만한 연기자보다 나은 모습을 선보인다. 다시 말해 대사의 유무가 그녀가 맡은 박소연이란 인물을 이질적으로 만든다.
사실 아마추어라고 볼 수 있는 손담비에게 연기의 디테일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제 걸음마를 뗀 만큼, 좀 더 지켜보고 발전가능성을 엿보는 것이 맞다. 오히려 <슬램덩크>의 강백호 느낌이 나는 김범을 손발이 오그라들게 응원하던 채소연을 떠올리듯, 손담비를 박소연이 아닌 채소연이라 생각하면 어떨까도 싶다. 또한 주진모와 김범, 그리고 박상원에게 초점을 맞춰 보면, 손담비의 연기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극중에 그녀의 비중은 상황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무리 김범과 손담비의 키스신으로 시선을 붙들려 해도, <선덕여왕>의 성벽안에 자리를 튼 사람들은 성밖에서 일어나는 일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여기서 주진모의 선택이 안쓰럽다. <쌍화점>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이 왜 하필 <드림>이었을까? 영화 <미녀의 괴로워>의 프로듀서와 <드림>의 에이전트는 초록동색으로 보이는데다, 지난 날 <때려>라는 작품을 이미 하지 않았는가?
‘밀리언 달러 베이비’ 신민아 주연의 복싱드라마 <때려>. 이한새 역을 맡은 주진모는 신민아를 복싱선수로 키우는 트레이너로 나온다. 당시 이 드라마는 신선한 모티브를 가지고도 스토리의 뒷심이 딸린 점도 있지만, 가수 출신인 성시경이 주진모, 신민아와 삼각관계를 이루며 러브라인을 그림으로서 무너진 케이스라고도 볼 수 있다. 당시 성시경의 어설픈 연기는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그 역시, <때려>에선 병아리 연기자로, 현재의 손담비와 다를 바가 없다.
‘제리 맥과이어’를 향해 달려야 할 <드림>이, 어느새 <때려>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 지 우려스럽다. 또한 여배우를 띄워주고 묻히는 나약한 배우에서, 남우주연상으로 날개를 단 주진모가 비상은 커녕, 날개 한 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둥지에서 떨어지는 느낌이다. 이유는 에이전트가 돋보여야 할 드라마에 이미 김범이 날아올랐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찾지 않는 곳에 <때려>를 박살내면 신민아만 남듯이, 현재의 <드림>을 조각내면 김범만 남는다. 김범과 손담비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듯한 주진모. 그가 시청자에게 다시 한번 어필할 기회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가수로서는 정상에 올랐으나 연기자로는 초보였던 성시경에 이어, 손담비와 파트너를 이룬 주진모에게 악연이라 할 만큼의 징크스가 새겨지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