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최고의사랑 공효진, 남자낚는 여우같은 필살기?

바람을가르다 2011. 5. 19. 10:25






18일 방송된 최고의 사랑 5회에서는, 구애정(공효진)을 향한 독고진(차승원)의 사랑고백(?), 자백이 이뤄졌다. 최고의 사랑은 확실히 진도가 빠르다. 5회만에 남자주인공이 각성하고 여자주인공에게 사랑을 고백하니 말이다. 근데 흐름상 고백이 나와줘도 어색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오히려 속으로 끙끙 앓는 건 거침없는 독고진의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든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 한류스타 독고진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퇴짜를 놓았다. 이 또한 자연스럽다. 독고진이 자신에게 뭘 해준 게 있다고 그를 덥석 물겠는가. 오히려 자신을 쉽게 보고 가지고 놀겠다는 심보가 아닐까 의심의 폭주속에, 구애정의 독고진 경계경보 발령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독고진은 김유정 소설 '동백꽃'을 운운하며 닭싸움을 예고했다. 그러나 동백꽃의 닭싸움 결과는, 포지션상 구애정이 아끼는 닭이 아니라 독고진이 아끼는 닭이 죽임을 당한다는 사실이다. 즉, 자신의 소중한 걸 잃는 건 구애정이 아니라, 독고진이 될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독고진의 인공심장이 그 닭싸움과 연계되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최고의사랑 공효진, 남자낚는 여우같은 필살기?

일단 5회만에 독고진을 낚는 데 성공한 구애정. 여기에 윤필주(윤계상)까지 그 선하디 선한 눈빛으로 구애정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서브주인공 강세리(유인나)가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할지 헷갈려 할 정도로, 두 남자 주인공이 온리 구애정에게 사랑의 짝대기를 내밀고 심판을 기다리는 셈이다.

도대체 구애정의 매력은 무엇인가. 김희선같은 출중한 외모도 아니다. 물론 해체한 걸그룹 출신에 생계형 연예인이란 딱지가 꼬리표처럼 쫓아다니긴 하나, 비호감 캐릭터로 극중 예능에선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나이트클럽이긴 하나 그녀가 누빌 행사도 있다. 매니저인 친오빠(정준하)도 있고, 아버지와 띵동도 있다. 다행히 모질게 구는 계모도 없다.



그런데 구애정을 보면 안쓰럽고 불쌍하다. 독고진과 윤필주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시청자가 느끼는 구애정이 그렇다. 바로 공효진이 구애정을 불쌍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왜 구애정이 불쌍한지 이유가 필요없을 정도로, 공효진의 자연스런 연기가 구애정을 동정하게끔 만든다. 드라마 <고맙습니다>부터 이어져 온 공효진의 불쌍한 연기는 국내 최고수준이다.

그렇다고 불쌍만하면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 어떤 남자가 초상집 분위기를 좋아하겠는가. 밝고 씩씩한 모습을 베이스로 깔고, 필살기로 불쌍함을 가끔씩 드러내 남자를 거슬리게 하고 현혹시키는 구애정이, 곰이 아닌 여우인 이유다. 구애정이란 어찌보면 평범한 캐릭터가 공효진을 만나, 5회만에 남자주인공 두명 모두 낚아도, 설득력이 느껴지는 진짜 구미호가 된 셈이다.



사실 구애정이 내세우는 필살기 '불쌍함'은, 오히려 독고진에게 자주 묻어난다. 한류스타면 뭐하나. 어디 숨었는지 가족은 보이지 않고, 변변한 친구도 없다. 늘 외로움에 갇혀 혼잣말을 남발한다. 게다가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두근두근 인공심장을 달고 산다. 그럼에도 늘 웃으면서 '극복!'. 강한 척, 센 척하기에, 표현이 서툴고 외로울 수 밖에 없는 남자가 독고진이다.

때문에 남자앞에서(독고진앞에서) 효과만점인 공효진의 필살기는 반도 보이지 않은 셈이다. 독고진의 프로포즈를 거부할 때엔, 죽을 병에 걸린 여자마냥 돈벌어야 한다면서 느닷없이 가을동화 송혜교가 강림하였으나, 독고진의 갑작스런 사랑고백에 당황한 나머지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한 멘트로도 볼 수 있다. 생계형연예인으로 계산에 밝은 구애정이 한류스타 독고진을 스킵한다는 게 어설프다. 더군다나 그동안 티격태격 쌓은 정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키스는 외면하고 싶은 척 했던 구애정의 속내에, 독고진을 거부할 수 없게끔 확인사살을 해버렸다.



그리고 5회 마지막에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윤필주에게는 불쌍함을 최대한 살린 눈빛 한번 쏴주면서 못 본 척 해달라며 도망가는 쓸쓸한 뒷모습. 그리고 독고진에게 더 이상의 행복은 버겁다며 내빼는 척 하지만, 신데렐라가 구두 벗어 던지고 도망가듯이, 독고진에게 흔들리는 나를 꽉 붙잡아 달라는 말보다 높은 난이도 상의 표현을 구사한다. 덕분에 넋나간 듯 구애정을 찾아 나선 독고진을 볼 수 있었다.

즉 구애정은 천상 여자고 남자의 심리를 손바닥에 놓고 보는 여우다. 때문에 생계가 아닌 사랑 때문에, 남자 때문에 슬퍼하고 불쌍해져야 포텐이 터진다. 지금까지는 생계를 미끼로 한 공효진의 연기력으로 구애정을 최고의 캐릭터로 둔갑시켰다면, 앞으로는 독고진으로 인해 아파하는 구애정+공효진의 진짜배기 시너지효과가 서서히 드러날 예정이다. 초반은 차승원표 독고진의 세상이었다면, 중반이후엔 공효진의 날개를 단 구애정의 세상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