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강호동, 눈물나게 화낸 진짜 이유?
8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는 바보당(강호동-이수근-김종민)vs무섭당(은지원-엄태웅-이승기)의 왕레이스가 펼쳐졌다. 최종목적지인 충남 청양 칠갑산천문대에 깃발을 먼저 뽑는 팀의 두명은 바로 퇴근이라는 나영석PD의 솔깃한 당근을 향해, 두팀의 불꽃튀는 레이스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제작진이 낸 문제를 유추하는 멤버들의 센스도 돋보였고, 승리를 위해 의욕을 보이며 경쟁했던 멤버들의 태도도 좋았다. 그럼에도 중간 중간 느슨하거나 긴장감이 반감된 것은, 제작진의 편집이 그만큼 타이트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승부의 결과를 다음 주로 늦추며 시청자의 궁금증을 부풀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찍은 분량이 아깝다고 해서, 레이스가 주는 긴장감과 재미를 떨어뜨려서야 되겠는가.
피같은 분량이라도 내용전개를 느슨하는 것은 인정사정없이 잘라내야 한다. 동시에 1분 1초에 더 집중해야 한다. 제작진의 세심하지 못했던 편집은 긴장감을 떨어 뜨렸을 뿐 아니라 때로는 짜증을 유발했고, 강호동의 불법유턴이 방송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또 다시 불필요한 논란으로 주목을 받고 사과를 해야 했다.
1박2일 강호동, 눈물나게 화낸 진짜 이유?
교통법규를 위반한 강호동이 잘못한 건 반론의 여지가 없다. 때문에 1박2일과 강호동이 시청자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불법유턴을 제외하고도 왕레이스는 시청자사이에서 적잖은 논란을 낳았다. 초반부에 보였던 은지원-이수근의 태도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날 오프닝은 강호동-은지원만이 참여했다. 그들은 제작진이 임명한 바보당과 섭섭당의 리더로서 왕레이스에서 팀의 승리를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 시청자사이에서 논란이 된 것은 은지원이 정정당당하지 못한 태도에 있었다. 이수근에게 전화를 해 마치 자기편인양 거짓말을 함으로써, 강호동과 이수근사이를 이간질한 모습은 지켜보기 불편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은지원의 태도는 예능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니다. 동료를 속이는 것이 보기 좋은 그림이라고 볼 순 없지만, 그들이 절친한 관계라는 것도 시청자는 알고 있고, 동시에 왕레이스의 승리가 단순히 퇴근을 먼저하고 싶어서가 아닌, 어떻게 하면 신선한 분량을 뽑고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가에 제작진과 멤버들은 더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단 시청자를 즐겁게 하기 위한 입장에서 접근한다. 방법이 불편하게 느껴졌다고 해서, 의도까지 매도해선 안 되는 이유다.
또한 은지원의 이간질은 재미면에서 충분한 선방을 했다. 강호동과 이수근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이수근을 보며, 당황스러워했던 강호동의 리액션은 이 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로 손색이 없었다. 당했던 강호동 본인도 은지원의 발상에 천재라며, ‘이야’, ‘와아’ 등의 감탄사만 연신 내뱉었다.
문제는 이수근이었다. 전화통화를 하며 강호동의 애를 태우게 만든 것까진 훌륭했다. 그러나 정작 강호동앞에 나타나서는 자꾸만 도망치는 악수를 범하고 말았다. 밀당도 적당히 해야 좋았던 리듬이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다. 당하는 상대방도, 지켜보는 시청자도 말이다. 이수근은 지나치게 강호동을 경계하며 뒷걸음을 쳐, 긴장감이 풀리며 짜증만 유발하고 말았다.
그런 이수근의 행동을 보며 참고 참았던 강호동도, 급기야 울컥하며 “우리 그러니까 사람들이 바보당이라고 그러는 거야!”라며 폭발하고 말았다. 강호동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이수근이 오죽 답답했으면 강호동이 울컥했겠는가.
강호동은 1박2일의 리더다. 누구보다 예능분량 뽑는 것을 좋아한다. 때문에 은지원의 이간질도 웃으면서 감내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강호동은 은지원이 기특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수근의 행동은 시청자에게 재미를 줄 수 없다는 걸, 강호동은 알고 있었다. 적당히 밀당을 하고 멈춰야 할 이수근이 감이 떨어졌는지 고집을 피우니 강호동의 답답함이 폭발한 것이다.
리더 강호동은 지루한 밀당이 절대 시청자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적당히 하고 멈추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수근은 강호동과의 줄기찬 밀당이 분량을 뽑기엔 적절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이수근의 빗나간 판단이 부른 결과는 어떤가. 은지원은 거짓말과 이간질이 더욱 부각되어 욕을 먹어야 했고, 강호동은 동료에게 신뢰를 잃은 게 아니냐는 안타깝고 민망한 시선에 노출됐다. 결국 짜증을 부른 이수근도 시청자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누구보다 센스가 좋은 이수근이 이날 만큼은 바닥을 찍은 셈이다. 제작진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청자가 보기에 재미가 없을 것이란 판단이 들면, 강호동-이수근의 밀당 분량을 적당한 선에서 잘라내야 했다. 그러나 이를 간과하고 길게 방송분량을 뽑는 악수에 동참했다. 전체적으로 이 날 보여준 제작진의 편집은 실망스러웠다. 때문에 재미로 화제를 뿌릴 수 있었던 왕레이스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