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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천재 신동엽, 왜 '유재석-강호동'에 밀려났나?

바람을가르다 2011. 5. 4. 09:36



3일 방송된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신동엽이 출연했다. 오랜만에 게스트로 출연한 신동엽은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지자, 물만난 고기마냥 시종일관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날 신동엽의 입담은 국민MC강호동-유재석이 부럽지 않았다.

물론 신동엽도 국민MC로 불리며 승승장구한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일밤 러브하우스나 해피투게더 쟁반노래방 등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 MC계보 맨 앞자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리얼버라이어티가 예능의 주류로 편승하면서, 신동엽은 페이스를 잃기 시작했다. 반면 무한도전 유재석과 1박2일 강호동은, 그들만의 리그를 완성하며 유강체제를 공고히 했다.



예능천재 신동엽, 왜 '유재석-강호동'에 밀려났나?

그렇다면 예능천재라고 불리는 신동엽이, 국민MC 강호동-유재석에 비해 부족한 게 무엇일까. 바로 리더로서의 팀플레이와 리액션에 있다. 강호동-유재석은 밀당에 있어서 최고다. 때문에 게스트나 패널이 예능감이 있던 없던 간에, 그림자체가 조화를 이룬다. 반면 신동엽은 당기는 데엔 고수일지 몰라도 미는 게 약하다.

쉽게 말해, MC신동엽은 상대방이 던진 50을 가져와 자신이 100을 만든다. 주로 상대방의 멘트를 당겨와 자신이 터트리는 스타일이다. 반전의 재미는 있지만, 단발성으로 상대방에게 주로 무안을 주면서 웃음으로 매듭을 짓는다. 때문에 멘트를 쳤던 상대방도 토크의 맥이 끊기고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반면 강호동-유재석은 상대방의 멘트를 당겨올 때도 있지만, 주로 상대방의 멘트를 확장시켜 살려주기 위해, 자신이 살짝 기름칠만 해주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50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신이 해결하지 않고 상대방이 100까지 올리도록 유도한다. 때문에 상대방도 기가 살고 토크의 맥도 끊기지 않을뿐더러, 자신감있게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강호동-유재석의 토크쇼에 게스트로 나가면, 없던 예능감도 생기고 잘 포장되어서 나오는 이유다.



MC이자 리더 강호동-유재석의 자질은 토크쇼뿐 아니라,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리얼버라이어티는 토크쇼처럼 정형화되지 않다. 때문에 흐름이 끊기지 않고 에피소드가 확장,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요소다.

신동엽이 이 점을 몰라서 리얼버라이어티에 적응을 못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신동엽의 스타일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예능감은 본능에서 출발하고 앞서나가기 쉽다. 상황이 왔을 때 멘트를 치고 나가고 싶은 본능. 특히 개그맨출신 MC들은 인내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일밤 오빠밴드 때처럼 신동엽이 너무 인내를 하면 메인MC임에도 불구하고 병풍이 되기 쉽다.

유재석-강호동이 리얼예능의 교과서인 이유가 여기 있다. 메인MC는 막힌 곳을 뚫고 엉성한 곳을 이어주는 역할에 충실하면서, 자신보단 동료들의 역량을 끄집어내며 재미를 완성시켜 나간다. 유재석-강호동은 자신이 빛이 되어야 할 때와 그림자가 되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메인MC로서 유연하게 접근한다.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교과서에 충실한 그들이 동료 MC들사이에서도 최고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최근 잇따른 폐지로 하향세로 볼 수 있는 신동엽은 이대로 저공비행만 계속할 것인가. 아니다. 최근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오디션프로그램으로 예능의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가장 주목해야 할 MC중에 한 명이 신동엽이다. 방송이 낯선 아마추어 일반인에겐 예능감을 끄집어내기가 만만치 않다. 오히려 신동엽처럼 메인MC가 상대방의 멘트를 당겨와 마무리 짓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이경규와 진행하는 러브스위치에서도 이런 신동엽의 재능이 돋보인다.

연말시상식이나 영화제 등 각종 생방송행사에서 빛을 발하는 MC가 신동엽이다. 상대가 배우든, 개그맨이든, 미스코리아든 거리낌없이 멘트를 던질 줄 알고 웃음을 유발할 줄 안다. 덕분에 딱딱한 시상식에 활기가 돌고 유연해지는 효과를 낳는다. 즉 위대한탄생과 같은 오디션프로그램에 적합한 MC가 신동엽이란 사실이다.



신동엽은 일요일은좋다 '영웅호걸' 후속으로 방송될 피겨스케이팅 오디션프로그램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에 MC로 낙점됐다. 키스앤크라이는 아이유, 김병만 등 10명의 연예인과 전문스케이터가 커플을 이루고, 오디션을 거쳐 최고의 팀으로 선정된 커플은 오는 8월 열리는 아이스쇼 무대에 서는 과정을 밟는다.

심사위원이자 MC를 맡은 국민여동생 김연아와 프로그램을 이끈다는 건, 신동엽에게 분명 기회이지만 부담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키스앤크라이는 위대한탄생과 같은 정통 오디션프로그램보단 무한도전류의 리얼버라이어티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예능이 아직은 낯선 김연아를 잘 이끌어 MC로서 좋은 궁합을 보이는 것도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키스앤크라이는 김연아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실질적인 프로그램 성패는 신동엽이 리더로서 어느정도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