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나가수에 충격받은 이유?
우리들의 일밤 <나는가수다>가 화려한 복귀신고를 하면서 일요예능에 커다란 판도변화를 예고했다. 실제로 5%를 밑돌았던 일밤의 시청률은 나는가수다를 등에 업고 두자릿수를 찍었고, 나가수의 자체시청률은 AGB닐슨미디어 수도권기준으로 15.1%를 마크했다. 각종 논란과 한달간의 공백있었다는 걸 감안할 때, 재개된 나가수의 첫방송 시청률은 결코 낮게 볼 수 없고 몰고 온 이슈와 파급력을 감안할 때, 향후 시청률의 수직상승도 기대할 만하다.
물론 전국기준 18.8%, 수도권 20%를 찍은 해피선데이(1박2일+남자의자격)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전주에 비해 소폭 하락한 게 사실이며, 일요일이좋다 <런닝맨>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번주 일요대첩에서 나는가수다만 웃었을 뿐, 해피선데이와 런닝맨은 적잖은 타격을 받은 셈이며, 이를 일시적인 현상을 돌리기엔 나는가수다의 파괴력이 예상보다 뛰어났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밤 나는가수다에 최대 피해를 본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동시간대 방송되는 남자의 자격과 런닝맨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가장 타격을 본 프로그램은 일요일의 절대강자 해피선데이 1박2일이다. 왜?
1박2일, 나가수에 충격받은 이유?
나는가수다로 인해, 남자의자격과 런닝맨의 시청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동안 동시간대 방송한 일밤 코너가 빈약했다. 그러나 나는가수다는 달랐고, 경쟁력을 담보한 만큼 시청률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30분 정도 겹치긴 하나, 시간대가 다르다고 볼 수 있는 1박2일이 나가수에게 받은 충격이다.
나는가수다를 시청한 후 1박2일로 채널을 돌린 시청자라면, 나가수와 같은 최고수준의 밴드가 아닌 노래방기계로 열창을 해야 했던 이승기도 안타까웠겠지만, 전반적으로 나가수에 비해 1박2일의 긴장감이 눈에 띠게 떨어져 보였을 것이다. 동시에 1박2일에서 희미해져가는 복불복 모토 ‘나만 아니면 돼!’가, 오히려 경쟁프로그램 나는가수다에서 빛을 발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MC이소라나 임재범을 비롯한 나가수의 출연진은 1등을 바라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의 목표는 7등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 즉 일곱명 중에 꼴지만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7등은 자존심이 상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탈락과 직결된다. 때문에 가수들은 긴장감속에 무대에 오르고, 청중평가단에게 어필하고자 최선을 다해 최고의 무대를 선사한다. 여기에 시청자가 감동을 받을 뿐 아니라, 마치 자신이 경쟁하듯이 출연진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긴장감속에 순위발표까지 지켜보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서 느꼈던 재미와 긴장감이 1박2일에서 맥없이 풀려버렸다. 1박2일은 경남 남해에서 제작진과 멤버들이 복불복게임을 했다. 축구-족구-노래대결-릴레이까지 펼쳤고 결과는 2:2 무승부. 멤버들은 저녁식사와 잠자리를 챙겼고, 나영석PD는 분량을 챙긴 윈윈이었다. 그리고 화제가 된 제작진 80명의 입수를 걸었던 남해대첩은 결국 나영석PD의 승리였다. 강호동은 다음엔 반드시 제작진을 입수시키겠다고 시청자에게 공언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문제는 멤버들의 승부욕이 화면에선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에게 다음엔 옷을 두벌씩 챙겨오라는 김종민의 불필요한 멘트까지 겹쳐져, 진검승부가 아닌 멤버들이 제작진을 배려한 것 같다는 인상만 주었다. 실제로 작은 부분에서 긴장감의 크기가 달라진다. 이 점은 이번 대결에 국한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1박2일엔 ‘나만 아니면 돼!’가 사라졌다. 3:3대결조차 어느 팀이 이기든 지든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복불복에서 이기면 개운치 않은 멤버들의 모습도 잡힌다. 내가 저녁 한끼 못먹고 야외취침을 하는 게 마음 편하다는 표정들이다. 바로 경쟁을 묻어버린 정(情)때문이다.
멤버들은 친형제와 다름없는 동료가 굶는다거나 야외취침을 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덕분에 복불복에 임하는 자세는 예전에 비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나만 고생하면 돼.’로 가고 있다. 예능 1박2일이 주는 재미와 긴장감, 통쾌함이 사라지고 있다. 정이 부른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지난 주 나가수의 방송을 돌아보면 김범수가 7등을 했다. 김범수는 노래로 꼴지를 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꽤나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다음무대는 다를 것이라며, 의욕을 넘어 독기까지 느껴졌다. 경쟁이 주는 긴장감이다. 6등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7등은 싫다는 것이다. 누군가 7등을 해야 하지만 ‘나만 아니면 된다.’식이다. 김범수뿐이 아니다. 나가수의 일곱명 모두가 그런 마인드다. 그렇다고 가수들사이에 정이 없다며 보는 시청자는 거의 없다. 궁금증을 부르는 기대속에 재미를 느낄 뿐이다.
시청자는 나가수에 출연한 7인 모두를 최고의 가수들이라고 인정한다. 누가 가장 못해서 7등이 아니라, 그날 무대만큼은 어떤 가수가 더 공감이 가고 좋았다는 느낌의 표현을 시청자도 아닌, 객석에 앉은 단 500명의 청중평가단에 주관적 판단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김범수가 7등을 했다고 해서, 최선을 다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그를 평가절하는 시청자가 없는 이유다. 오히려 김범수도 7등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고 놀라울 뿐이다.
1박2일이 나는가수다에 충격받은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가수에서 복불복보다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지켜본 뒤, 형제애에 매몰된 듯한 1박2일의 긴장감 떨어지는 원조복불복을 봐야한다. 야생이 아닌 맛집사냥을 봐야한다. 상대적으로 1박2일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이 반복된다면 지루함과 식상함이 빠르게 가중될 수밖에 없고, 결국 정을 줬던 1박2일에 미련없이 떠나는 시청자가 많아질 공산이 커진다. 동시간대도 아닌 1박2일이 나가수의 직격탄을 맞고 흔들리는 이유다.
1박2일로선 여배우특집처럼 단기 이슈도 필요하다. 그러나 내부의 문제점을 파악해 수정보완하고 변화를 이끄는 게 우선이다. 남해의 체육대회가 아니라 여행지 남해의 묘미를 살릴 줄 알고, 미션과 복불복은 멤버간에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긴장감있는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야구선수도 여배우도 아닌, 시민들과 나눴던 정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365일이 아닌 1박2일이다. 시청자가 나가수에 바라는 무대와 다를 바 없다. 시청자가 1박2일에 재미를 느끼는 건, 뚜렷한 목표를 향한 멤버들과 제작진의 열정과 최선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화면에서 드러나야 많은 시청자가 꾸준한 애정과 공감을 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