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랑, 풀빵엄마-아이들이 안 나온 이유?
2006년부터 시작해, 매년 5월 가정의 달이면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수놓는 프로그램 MBC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이 여섯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올해는 '우리시대 엄마들의 이야기'란 주제를 담은 네편으로 또 한번에 가슴 뭉클한 감동의 시간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에 앞서, 29일에 휴먼다큐 사랑의 프롤로그 편이 방송됐다. 지난 5년간 방송됐던 23편의 에피소드를 돌아보고,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던 출연자들의 근황을 살펴보는 동시에, 더빙에 참여했던 허수경-윤도현-채시라-김승우와 해당 제작진, 그리고 방송을 지켜봤던 김태원-이승환 등의 인터뷰를 담은 시간이었다.
다시 봐도 눈물나는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풀빵엄마 故최정미씨와 두 아이 은서와 홍현이. 시력을 잃어 앞을 보지 못하는 개그맨 이동우, 몸이 돌처럼 굳어버린 돌시인, 아이의 첫돌을 끝내 함께 하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해야 했던 안소봉씨 등의 에피소드가 이어졌고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라면 아마도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휴먼다큐 사랑, 풀빵엄마-아이들이 안 나온 이유?
사견이지만 휴먼다큐멘터리 사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풀빵엄마'다. 아픈 엄마의 발을 고사리같은 손으로 주무르며 아프지 말라고 기도하던, 또래보다 너무 커버린 은서. 설날 아침 떡국을 먹으며 세식구가 눈물쏟던 시간들. 그렇게 시청자를 울린 엄마와 아이들.
며칠 전 휴먼다큐 사랑 프롤로그 편을 통해 '풀빵엄마' 故최정미씨의 두 자녀 은서와 홍현이의 소식을 방송할 것이란 기사를 접했다. 2년 전 시청자를 눈물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풀빵엄마'를 접했다면 아이들의 근황이 궁금한 게 당연하다. 나역시 그랬을니까. 다행히 친이모와 이모부의 보살핌아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소식에,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때문에 잘 살고 있다는 아이들을, 굳이 방송에서 다시 포커스를 맞추어 혹시 생길지 모를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란 우려도 생겼다. 따뜻하겠지만 때로는 지나칠 수도 있는 주변의 관심이, 오히려 어린 은서와 홍현이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을꺼란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프롤로그 편은, 지난 방송분을 편집해서 보여줬고 '풀빵엄마'를 담당했던 PD의 입을 빌려, 은서와 홍현이가 친이모와 이모부밑에서 잘 크고 있었다는 대답을 들 수 있었다. 대신 두 아이의 현재 모습을 방송에서 볼 순 없었다. 천사같았던 두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제작진의 선택은 현명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두 아이의 현재 모습을 방송에서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시청자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휴먼다큐 사랑 프롤로그 편을 준비했던 담당피디가 해당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 이와 관련된 게시글을 올려 놓았다.
안녕하세요.
프롤로그 편을 담당한 윤미현PD입니다.
저도 누구보다 은서와 홍현이가 잘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잘 지내는 모습을 찍어서 정말 보여주고 싶습니다.
2009년 풀빵엄마가 방송된 직후부터
많은 시청자들이 은서와 홍현이의 안부를 궁금해하셨습니다.
은서와 홍현이는
방송에서 말씀 드린대로 이모가 키우고 있습니다.
이모와 이모부의 생각은,
아이들이 이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었는데
그 환경까지 방송에 노출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정말 두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근황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은서와 홍현이의 근황을 잘 알고 있는
풀빵엄마의 담당 피디를 설득해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풀빵엄마의 유해진 피디는 정말 TV인터뷰를 싫어하는 분인데
은서와 홍현이가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들어야 시청자들의 맘이 편할 것 같다는 여러차례의 설득에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은서와 홍현을 아끼는 마음,
그리고 정말 잘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출연자들이 한 결정에 대해서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아픔을 겪은 아이들인 만큼
지금 아이들을 돌보고 계신 이모와 이모부가
누구보다 아이들 걱정을 하고
아이들을 위해 좋은 판단을 내리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방송으로는 보여줄 수 없지만
은서와 홍현이가 잘 지내고 있는 지는
제작진들도 함께 응원하고 지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휴먼다큐 사랑 프롤로그 편을 준비했던 PD의 글을 읽어 보면, 왜 풀빵엄마의 은서와 홍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사료된다.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을 보면 감정이 복잡미묘해진다. 지독하게 슬픈 상황속에 스며든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라마가 아닌 현실과 부딪히는 이야기다. 타인의 상처와 아픔을 읽어, 시청자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감동을 주는 아이러니가 있다.
그럼에도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란 사실엔 여지가 없다. 그 확신을 풀빵엄마의 은서와 홍현이가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가족의 의미 그리고 소중함에 그치지 않고,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