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격 이정진-1박2일 김종민, 하차가 정답인 이유?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에 출연중이었던 비덩 이정진이 하차하고 아나운서 전현무가 전격투입됐다는 소식이다. 이정진이 남자의자격을 하차한 이유로는, 시청자의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했다는 판단과 배우로서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영화와 드라마에 충실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은 이정진의 하차를 아쉬워하면서도, 예능감이 물오른 전현무에게 또 다른 기대감을 품고 있다.
그렇다면 리얼예능에서 출연자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건 뭘까. 예능감 못지않게 다른 멤버들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 프로그램과 얼마나 어울리는 자질을 갖췄느냐에 있다. 이 점에서 볼 때, 이정진의 하차결정은 당연했고 형제프로그램 1박2일에 김종민도 하차를 검토해야 한다. 왜?
이정진-김종민, 하차가 정답인 이유?
남자의자격이란 프로그램은 예능의 재미보단 리얼리티에 무게감을 둔다. 특히 그들의 미션은 철저히 다큐의 형태를 띤다. 합창단, 마라톤, 탭댄스 등 무한도전의 색깔을 띠기도 하지만, 디지털, 유기견, 건강검진, 귀농일기 등을 돌아보면, 도전보단 체험 ‘중년남자’들의 일상에 포커스를 맞춘다. 평범한 일상에서 그들이 어떤 반응과 과정을 밟는지에 자주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한번 고정된 그들의 캐릭터는 진화하지 않는다. 이경규-김태원-김국진-이윤석 등 멤버 모두가 기존 예능에서의 캐릭터를 고수했다. 캐릭터의 진화로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매번 바뀌는 미션과제를 진정성있게 접근해 재미를 주었다.
과정자체가 다큐라서 예능의 양념은 팀플레이보단 개인의 역량에서 주로 드러난다. 이경규-김태원 등은 예능감이 좋기 때문에 진정성을 지키면서도 남격이 원하는 예능과 다큐의 비율을 적당히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정진은 철저한 다큐모드로 편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정진의 캐릭터는 비덩이다. 좋게 해석하면 비주얼덩어리고 정직하게 해석하면 병풍이다. 지극히 평범한 이정진의 캐릭터는 남격의 진정성을 지켜줄 순 있었지만, 예능감이 좋은 비예능인 김태원이나 김성민처럼 주목을 끌진 못했다. 늘 리얼을 강조하는 남격 신원호PD는 배우 이정진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입히려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팀플레이에 이정진이 녹아들었나. 그나마 김성민이 있었을 땐 김봉창-비덩이란 배우라인을 개설해 나름의 분량을 뽑았지만, 현재 이정진과 어울리며 분량을 뽑을 수 있는 멤버는 전무하다. 그를 살려줘야 할 같은 나이대에 윤형빈조차 병풍세트로 전락해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지금껏 남격에서 이정진이 주목받았던 건, 소개팅미션과 정주리의 깜짝 출연정도에 불과했다는 점도 무관하지 않다.
제작진의 주문은 늘 같다. ‘설정이나 억지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자.’ 그러나 남격은 예능이다. 당연히 예능감과 거리가 먼 이정진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일곱명 중에 편집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개개인에 주로 포커스를 맞춘 남격이란 프로그램의 특성이 이정진을 사이드로 내몰 수밖에 없고, 이미 인지도와 친근감의 보상을 받은 그에겐, 향후 득보단 실이 많기에 하차결정은 옳았다.
김종민이 1박2일을 하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정진처럼 프로그램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1박2일은 남자의자격과 다르다. 재미를 뽑는 과정자체가 다르다. 1박2일의 반복되는 미션과 복불복은 도전보단 게임에 가깝다. 캐릭터나 예능감이 남자의 자격보다는 훨씬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의 캐릭터도 남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장된 측면이 강하고, 이를 통한 팀플레이의 완성이 개인의 역량보다 두드러진다.
김종민은 <밤이면밤마다>에 출연해 시청자의 지적처럼 게으르지도 않고 열심히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캐릭터는 어리버리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발전이 없다는 게 게으른 게 아니고 무엇인가. 동료들을 보라. 이수근이 앞잡이를 고집했나. 은지원이 초딩을, 이승기가 허당을 고집하고 있나. 그들은 천재, 컨트롤러, 황제, 리틀 나영석 등으로 기존캐릭터를 버리고 상황에 따라, 나눠진 팀에 따라 매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식상함에서 탈피하려 노력하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김종민이 에피소드의 중심에 서면 전개가 뻔하거나 억지가 쉽게 묻어난다. 그만큼 지겹도록 노출된 어리버리 캐릭터를 고수하니 반전이 없고 돌발상황에도 영리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김종민의 어리버리는 운좋게 단발성 웃음을 줄 수 있어도, 멤버들과 엮이면서 주는 재미를 뽑기엔 한계가 있다. 덕분에 제작진은 개인미션이나 단조로운 미션을 준비하고, 치열했던 1박2일의 재미도 자취를 감췄던 것이다.
김종민은 캐릭터가 일관된 남자의자격에는 어울릴지 모르나, 같은 여행과 같은 복불복속에서도 캐릭터의 변화로 재미를 주고 진화를 거듭했던 1박2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일부언론과 제작진이 아무리 김종민을 김대세라고 포장을 해도 내용물인 어리버리가 변하지 않는 한, 1박2일을 전체를 식상하게 만드는 건 피할 수 없다.
<밤이면밤마다>에서 김종민을 일컬어 동료 신지는 어리버리가 아니라 천재라고 강조했다. 신지말대로 김종민이 예능천재라고 하자. 그 천재성을 소비해야 할 프로그램은 따로 있다. 1박2일에선 여전히 바보를 벗지 못해 동료들에게 민폐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정체된 재미와 무관심의 축적은, 일밤 <나는가수다>를 비롯한 경쟁프로그램들과 맞물려 1박2일의 시청률하락을 부추기는 주범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