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밤이면밤마다 변진섭, 이유있는 왕자병

바람을가르다 2011. 4. 19. 08:04







18일 방송된 토크쇼 <밤이면밤마다>에 게스트로 구창모-노사연-이성미-변진섭-이석훈이 출연했다. 특히 송골매의 불후의 명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불렀던 보컬 구창모가 20년 만에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탁재훈은 왜 20년 만에 방송에 복귀했냐고 물었다. 이에 구창모는 은퇴를 선언한 적이 없다며 해명했고, 탁재훈은 은퇴가 양주도 아닐 뿐더러 20년 동안 키핑을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무안을 줬다.

구창모는 음악을 접고 사업에 매진한 건 사실이라면서, 중앙아시아에서 자동차를 팔아 480억의 매출을 올려 사업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지만, 벌었던 40억을 녹용사업에 투자해 전부 까먹은 속사정을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사업가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는 구창모를 일컬어, 이성미는 사업실패의 아이콘 이봉원보다 더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오랜만에 출연한 구창모를 중심으로 토크쇼가 진행됐다. 노사연과 이성미가 풀어낸 에피소드도, 절친했던 구창모와 송골매 관련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을 정도니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변진섭에게 더 눈길이 갔다. 지난 해 강호동의 무릎팍도사 출연을 계기로, 간혹 TV에 얼굴을 비치곤 했던 변진섭은 이 날도 유연한 리액션과 남다른 예능감을 뽐냈다. 특히 스스로 왕자병 캐릭터로 몰고 간 부분은 인상적이다.



밤이면밤마다 변진섭, 이유있는 왕자병

포문은 박명수가 열었다. "3대가 먹고 살 정도로 돈을 벌었다는 게 사실이냐?"며 변진섭을 추궁했고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로 변진섭은 1,2,3집 앨범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국민가요 '희망사항'이 수록된 1990년도에 발표한 2집 앨범은 국내 가요 최초로 200만장을 돌파했으며, 그 해 연예인 소득랭킹 1위에 올랐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변진섭은 초창기 한동안 TV출연을 하지 않은 것이나 CF출연을 고사했던 것도, 상업적인 가수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게 될까 걱정한 면도 있었지만, 음반수익만으로 충분한 돈을 벌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속내도 밝혔다. 그가 털어 놓은 얘기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고, 예전 생각을 떠올려서 인지 변진섭은 살짝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중간 중간 이어진 변진섭의 멘트에, MC들과 게스트들은 많이 변했다면서 왕자병이 심각하다고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이에 변진섭은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반박했다. 졸지에 왕자병캐릭터로 굳어진 변진섭은 에피소드의 추임새가 되었고, 웃음을 유발하는 중심에 설 수 있었다. 면박을 받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대처하는 변진섭을 보면, 왕자병에 걸린 밉상이 아니라 예능의 왕자 캐릭터로 귀엽기까지 했다.



사실 돌아보면 변진섭은 왕자병에 걸릴 만하다. 일반적으로 '국민가수'는 조용필, '발라드의 황제'라는 칭호에는 신승훈을 떠올리지만, 실질적으로 국민가수라는 말도 발라드의 황제라는 말도 변진섭이 '너에게로 또다시'와 '희망사항'을 불렀을 때 그를 일컬으며 대중적으로 퍼져 나간 타이틀로 기억한다. 그만큼 변진섭이 가요계에 불러온 파장은 대단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최고의 인기스타였던 故최진실과 연인사이로 발전하면서, 대한민국 남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기도 했었다. 그랬던 변진섭에게 과거의 에피소드를 털어 놓으라고 하면, 솔직하게 대답할수록 왕자병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과거의 인기는 거품이었다는 식의 겸손을 떨면 오히려 비호감이 되는 스타가 변진섭이다.

그러나 과거에 집착하고 추억만 팔다보면 발전이 없다. 변진섭에게 왕자병이라고 놀려대는 시선은, 사실 그가 예전처럼 왕성한 활동을 해주길 바라는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왕자고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그가 가수로서든, 방송인으로서든 대중에게 자주 얼굴을 비치고 친밀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바라는 것. 그의 별명 둘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