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남자의자격 이경규, 양준혁 몰카 망한 결정적이유?

바람을가르다 2011. 4. 12. 08:37







10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은 2주년을 자축했다. 폐지가 난무하는 일요일저녁예능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실제로 1박2일과 남자의자격을 제외하곤 최근 2년간 꾸준히 버텨온 예능이 전무한 상황이다. 그나마 유재석을 앞세운 런닝맨이 롱런 기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남격의 2주년은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남격의 수장 이경규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퇴물취급을 받으며 친정같은 일밤을 떠나 경쟁프로그램에 입성했지만 그는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고, 지난 연말에는 KBS연예대상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국민MC 강호동-유재석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MC는, 그래도 아직은 이경규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지난 1주년도, 올해 2주년도 포커스는 이경규에게 맞춰졌다. 지난 해엔 단식미션을 가장한 몰래카메라에 이경규가 당했고, 올해는 이경규가 준비한 몰래카메라에 양준혁과 다른 멤버들이 당할 위기에 놓였다. 문제는 이경규의 복수혈전 몰래카메라가 망하기 일보직전에 놓였다는 것이다. 방송을 보면 몰카의 거장 이경규가 기획한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왜?



남자의자격 이경규, 양준혁 몰카 망한 결정적이유?

제작진은 양준혁이 새멤버로 들어온 상황과 2주년이란 특수성을 감안해, 초심으로 돌아가는 방편으로 하프마라톤 미션을 택했다. 그리고 다른 멤버는 몰라도 양준혁은 반드시 완주해야 미션이 산다고 제작진도 멤버들도 강조했다. 그러나 굳이 마라톤 미션을 재탕할 필요가 있을까. 혹시 양준혁 몰카가 아닐까란 의심이 들기 시작할 무렵, 이경규는 시청자에게 양준혁 몰카라고 실토했다.

이경규는 양준혁 뿐 아니라 멤버 전원을 몰래카메라 수렁속에 빠뜨리겠다며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정작 누가 몰카를 당하는 건지 애매할 정도로 수많은 인파속에 함께 뛰는 사람들의 응원을 받은 이경규는 달려야 했고, 양준혁을 제외한 김국진-이윤석 등의 멤버들은 몰카가 아니냐며 끊임없이 의심했다. 실질적으로 이경규의 2주년 몰카는 실패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경규가 준비한 몰카가 망한 결정적 이유는 뭘까. 바로 스케일이다. 그들이 참가한 인천국제마라톤대회는 공식대회였다. 프로선수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참가자 수가 엄청났을 뿐 아니라, 기획한 이경규가 통제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차안에 짱박혀 있던 앞잡이 전현무조차 전혀 쓸모가 없었다. 과거 이경규가 했던 몰카와는 전혀 달랐다.

예로 몰카의 레전드 '이범학' 편을 돌아보자. 대학생을 상대로 한 퀴즈아카데미에 문제출제자로 나온 이범학.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이경규가 새MC로 발탁됐다는 설정은 전혀 무리가 없었다. 덕분에 수학문제라며 '3+3=?'과 같은 황당한 문제를 진지하게 읊던 이범학뿐 아니라, 열심히 맞춘 출연자도 멍때리던 방청객도 모두 몰카에 당했다. 일타 올피! 통제해야 할 사람 수는 많았지만 폐쇄된 장소였기에 가능했고 이경규의 원맨쇼에 앞잡이도 필요없었다.

양준혁은 이경규가 시키는 대로 문제를 낸 이범학으로 볼 수 있고 마라톤참가자들은 퀴즈아카데미의 방청객과 같다. 모두 몰카를 찍는지도 모른다. 근데 결과는 전혀 다르다. 이경규와 제작진이 감당할 수 없는 스케일에, 마라톤대회를 준비한 사람도 이경규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경규가 진두지휘하려면 인천국제마라톤대회가 아니라 인사동주민마라톤대회쯤이어야 알맞다. 거기에 일반인들을 앞잡이로 심어놓고 양준혁앞에서 생쇼를 하는 상황들이 펼쳐지는 수순. 그러나 인사동에서 마라톤을 하면 양준혁이 속을 리 만무하다. 즉 인천이든 인사동이든 마라톤대회로 몰카를 한다는 건 쉽지 않다.

또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마라톤을 통해 완주까지 할 수 있다면, 과연 몰카였다는 폭로에 양준혁이 속았다며 허탈함을 느낄까. 더군다나 서로 독려하며 열심히 뛰었던 일반인 참가자들을 보고도 말이다. 오히려 마지막에 몰카라며 웃어야 할 이경규가 머쓱해지진 않을까. 때문에 달리는 이경규와 김태원을 응원하고 독려하던 시민들에, 제작진이 이경규를 차량에 태우지 않은 반전이 더 좋았다. 양준혁이 아니라 이경규가 역몰카를 당한 분위기로 흐른 게 재미의 포인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양준혁의 몰카는 사실상 실패다. 시청자는 그가 당연히 완주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 모습에서 속아서 웃기다가 아닌 힘들어도 완주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경규의 역몰카는 아직 불씨를 남기고 있다. 하기 싫은 걸 하게 만드는 몰카의 특성이 양준혁도, 김국진이나 다른 멤버들도 아닌, 몰카를 준비한 이경규에게서 가장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만약 이경규가 하프코스 완주는 못해도 10km정도만 뛰어준다면, 이번 몰카는 대성공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