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이수근의 맹활약-유치해서 흥한 복볼복?

바람을가르다 2011. 4. 11. 07:51






해피선데이 1박2일 재미의 법칙중에 ‘복불복이 흥해야 한다.’가 있다. 10일 방송된 1박2일은 복불복으로 간만에 웃음퍼레이드를 작성했다. 비록 강한 바람에 의한 기상악화로 최종목적지 가파도에 입성을 다음 날로 미룬 채 제주도에 머물렀으나, 제작진이 준비한 저녁식사복불복에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

제작진은 가파도 용궁정식을 98% 구현했다며 약 20여 가지의 메뉴를 보여줬고 멤버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메뉴판에 있었던 뿔소라구이에는 ‘소라과자’가, 모듬회에는 ‘죠스바’와 ‘붕어싸만코’가 나와, 멤버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강호동은 메뉴가 바뀔 때마다 봉지 뜯는 소리가 난다며 깔끔하게 기대를 접었다.

그러나 배가 고프면 시장이 반찬이다. 멤버들은 제작진의 유치하지만 신선한 발상이 깃든 메뉴에 수긍하며 복불복게임에 충실하게 임했다. 그러나 문제의 난이도는 예상보다 높았고 연이은 오답으로 줄줄이 실패를 맛보았던 멤버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터트린 재미의 순도는 과거 복불복에서 보여줬던 재미를 98%이상 구현했다.



1박2일, 이수근의 맹활약-유치해서 흥한 복볼복?

복볼복에서 오답으로 가장 웃음을 줬던 멤버는 신입 엄태웅이었다. 누나 엄정화는 뭘 좋아하냐는 강호동의 질문에 ‘소주’라고 솔직하게 고백한 순둥이 엄태웅은, 퀴즈에서도 순진한 그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이심전심 퀴즈에선 ‘귤’을, 초성퀴즈에선 ‘오봉’을, 그리고 초통령 뽀로로를 ‘펭귄’이라 대답해 큰 웃음을 주었다.

특히 이심전심 퀴즈는 복불복에서도 98%이상의 웃음 성공률을 주는 대표 아이템인데, 이 날도 여지가 없었다. 가장 1차원적인 것, 근원적인 걸 답으로 쓰자고 약속했던 멤버들. 대세는 돌하루방이었다. 그러나 오답이 된 은지원의 ‘신혼여행’과 이승기의 ‘섬’은 대박이었다. 어쩌면 가장 근원적인 것에서 답을 추출한 멤버는 은지원과 이승기였는데도 말이다. 덕분에 '섬'은 아이러니하게도 짧고 굵은 한방의 웃음을 낳았다.

그러나 이 날 복불복의 MVP는 엄태웅도, 이승기-은지원도 아닌 이수근이었다. 중간중간 애드립도 좋았지만, 이수근은 김종민의 도플갱어로 손색없을 만큼 싱크로율 98%의 완벽한 김종민 눈빛을 재현해 웃음을 선사했다. 뿐만아니라 몸으로 표현하는 퀴즈에선 문제출제자로 나서, ‘재수없다’ 등의 오답을 끌어낼 정도로 망가지길 주저하지 않는 투혼과 센스를 선보였다.



여기에 이수근의 아내 박지연까지 사진으로 등장해 시청자를 놀라게 만드는 한편, 방송직후 적잖은 화제를 낳아 뉴스메이커로서도 이수근은 1박2일을 위해 맹활약한 셈이 됐다. 멤버들 모두 고른 활약을 펼쳤지만, 특히 이수근은 이음새 역할을 해주어 더욱 빛났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날 복불복은 여느 때보다 유치했다. 제작진이 준비한 가파도 용궁정식부터가 그랬다. 이수근이 김종민을 흉내내는 것도 어떤 면에선 유치한 행동이다. 또한 막내작가를 찾아낸 은지원에게, ‘너도 엄태웅의 깃발을 훔치지 않았느냐?’면서 도망간 막내작가를 다시 찾아오라고 버럭 뒷끝을 작렬한 강호동도 마찬가지다. 근데 이러한 유치한 행동들이 재밌다. 흥했다.

유치했던 복불복이 흥한 건 예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다 큰 어른들이 아이처럼 유치한 행동을 하는 것만큼 재밌는 것도 드물다. 우리네 일상을 돌아봐도 그렇지 않은가. 불쾌함으로 번지지 않는 유쾌함의 선을 유지한다면 말이다. 그 아슬아슬한 선을 잘 지켜내며 웃음으로 승화시킨 이번 1박2일 복불복은 그래서 더 반갑고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