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위대한탄생, 가장 민망했던 순간은?

바람을가르다 2011. 4. 9. 09:48






스타오디션 <위대한탄생> 첫번째 생방송 본선무대가 8일 전파를 탔다. 최종 본선에 오른 12명의 참가자는 1980~90년대 히트곡을 재해석하는 미션으로, 멘토이기도 한 5인의 심사위원(김태원-신승훈-이은미-김윤아-방시혁)과 실시간문자투표로 이뤄진 위대한 국민투표에 참여한 시청자에게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1,2번을 배정받은 황지환과 권리세가 눈물속에 나란히 탈락하는 불운을 맛봤다. 그러나 탈락한 그들에게 <위대한탄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에 끈기있는 노력과 열정이 따른다면,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음을 새겼으면 한다.



위대한탄생, 가장 민망했던 순간은?

서버이벌 시스템의 속성이 그렇듯이, 탈락자를 배출하는 순간은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시청자에게도 긴장감을 선사한다. 위대한탄생도 그랬다. 그러나 첫번째 생방송에 기대감이 컸을까. 전체적인 내용면에선 지루했던 게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8090미션을 수행했던 참가자들의 노래실력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대를 즐겼다고 말했지만, 시청자의 눈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게 느껴졌고, 상당히 조심스럽게 미션 곡에 접근하고 표현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제 목소리를 내려하기 보단 실수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고 할까. 그들의 말처럼 즐긴 것으로 볼 수만은 없었다. 또한 12명의 노래 편곡을 모두 이트라이브가 담당했던 것도, 전체적으로 단조롭고 밋밋한 인상을 준 계기가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이유들은 시청자에게 정작 오디션 참가자의 노래 미션보단 외적인 요소들에 눈길을 주게끔 만들고, 어떤 장면이나 상황들은 시청의 불편요소로 자리한다.



1. 위대한탄생을 학예회로 만든 스페셜무대

미션곡을 모두 소화한 참가자들은 스페셜무대를 가졌다. 8090 히트곡들을 노래와 안무로 표현한 합동공연이었다. 현진영의 ‘흐린 기억속에 그대’를 필두로,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 클론의 ‘꿍따리샤바라’ 등을 선보였다. 아마추어들이니 이쁘고 귀엽게 봐달라는 제작진의 의중이 담겨있는 듯했다.

열심히 안무를 보여줬던 참가자들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솔직히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민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학예회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로 인해 튈 수밖에 없는 손진영의 분투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차라리 12명의 하모니를 보여줄 수 있는 아카펠라 등의 무난한 선택을 하는 게 어땠을까.



2. 무색무취 MC박혜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MC는 긴장의 끈을 풀고 조이는 역할을 한다. 그 점에서 위대한탄생의 MC박혜진을 보면 2%이상 부족하다. 뉴스앵커출신이라 신뢰감이 느껴지고 발성과 발음이 좋은 반면, 재치있는 멘트는 고사하고 진행에 있어 딱딱하고 밋밋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동어의 반복처럼 지루한 건 없다. 박혜진은 몰입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탈락자 발표의 순간에도 같은 말을 반복하며 긴장보단 민망과 짜증을 불렀다. 프로그램 특성상 발표를 늦추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과 멘트로 늦춰가며 분위기를 유연하게 이끄는가는 다른 문제다. 박혜진은 다른 예능MC들을 좀 더 모니터 할 필요가 있다.



3. 이은미의 만세와 방시혁의 어퍼컷 세레모니

가장 불편하고 민망했던 건 이은미의 만세였다. ‘너에게로 또 다시’를 부른 김혜리에게 김태원이 96점을 주자, 이은미는 양팔을 벌려 만세 동작을 취하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물론 멘토로서 제자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은미는 멘토이기 이전에 다른 참가자를 평하는 위대한탄생에 심사위원이다. 김혜리 앞뒤에는 이은미가 평가했고 해야 할 다른 참가자들이 있었다. 아무리 좋아도 감정조절이 그렇게 안 되나.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참가들에게, 무대에서 감정의 완급조절을 잘 해야 한다는 말을 내놓았다. 이 날의 심사평도 다르지 않았다. 근데 정작 심사위원인 이은미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과하게 반응한 것이다. 자기식구 챙기기를 보여주고 싶은 것도 아닐텐데, 공정해야 할 심사위원으로서 신뢰도를 떨어뜨린 오버액션이었다.

방시혁도 마찬가지였다. 멘티인 데비이드오와 노지훈이 탈락을 면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퍼컷 세레모니를 했다. 호명될 다른 탈락자에게 미안하지 않나. 마치 ‘내가 키운 내제자는 붙었으니까 됐어.’라는 인상. 웃으며 박수정도만 쳐주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다. 물론 김태원도 손키스 세레모니를 했지만, 자신이 아닌 백청강-이태권-손진영을 향한 축하의 인사였다. 같은 세레모니인데도 김태원과 방시혁이 다르게 보일 정도로 티가 났다는 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