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김태원-박완규, 만남이 드라마같은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1. 4. 8. 07:50






부활이 지난 수요일 밤을 완전 정복했다. 6일 방송된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선 김태원이, 라디오스타에선 박완규가 재미와 감동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웃음이 있어야 재미가 있고, 눈물이 있어야 감동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 거기에서 재미와 감동은 이미 시작된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재미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무릎팍도사 강호동은 시종일관 즐거움을 주체하지 못했다. 맞은 편 게스트 김태원의 말한마디 한마디에 아이처럼 눈이 빛나고 설레여 했다. 마치 할머니가 어린 손자에게 옛날얘기를 들려줄 때 볼 수 있는 장면같았다고 할까.

근데 강호동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김태원이 괜히 국민할매가 아니었다. 외모가, 헤어스타일이 할머니같아서가 아니라, 시청자에게 들려주는 그의 가치관과 인생스토리가 너무 따뜻하고 진솔했으며, 아무에게나 쉽게 들을 수 없는 인생의 희노애락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백마디가 필요없다. 무릎팍도사 김태원 편은 시청자가 꼭 봤으면 싶었다.



김태원-박완규, 만남이 드라마같은 이유?

그렇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봤던 무릎팍도사 김태원 편이 끝났다. 이어진 <라디오스타> 게스트는 아이유, 이정, 박완규.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았다. TV는 켜놓았지만, 책상 주변을 정리하고 이것저것 다른 것들을 손대고 있었다. 당연히 TV에서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들릴 턱이 없다. 중간에 이정이 Boyz II Men의 'End of the road'를, 아이유가 President of United States of America의 'Video Killed The RadioStar'를 부르는 게 언뜻언뜻 들려왔을 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TV쪽으로 자연스럽게 돌리게 만든 목소리가 있었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는 거리에서 멋진 이성을 발견하곤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가듯이. 바로 박완규의 목소리였고, 그가 부르고 있던 노래는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세상'.

그래 아마 난 세상을 모르나봐
혼자 이렇게 먼 길을 떠났나봐
하지만 후횐 없지 울며 웃던 모든 꿈
그것만이 내 세상
하지만 후횐 없어 찾아 헤맨 모든 꿈
그것만이 내 세상
그것만이 내 세상...



이 노래가 이렇게나 좋은 노래였었나.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감동은 단 1분이면 족했다. 그리고 가창력의 종결자 박완규의 목소리는 노래와의 궁합이 너무 좋았다. 덕분에 나머지 시간은 <라디오스타>를 집중하며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그림같은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부활의 김태원과 박완규의 첫만남.

박완규는 공연 조명관련 일을 했던 친누나소개로 부활의 오디션을 보게 된다. 그가 불렀던 곡은 Led Zeppelin의 'black dog'. 박완규의 노래를 들은 부활멤버들은 '보컬은 너다!'라며 반색했다고 한다. 그러나 리더 김태원은 한곡을 더 듣고 싶다며 '사랑할수록'을 불러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김태원은 너는 안 되겠다며 퇴짜를 놓으려 했다고 한다.



이유는 한글 발음도 안 좋았고, 하드록을 즐겨듣고 불렀던 박완규에게 슬로우 템포의 발라드는 상대적으로 실력만큼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김태원의 말이 압권이다. '니가 노래 잘하는 걸 보여주려면 레드제플린의 블랙독같은 곡을 부르면 돼. 하지만 먹고 살려면 사랑할수록 같은 곡을 부를 수 있어야 돼.'라는 말. 당시 발라드가 독식하듯 지배했던 국내가요계의 현실을 꼬집은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활의 다른 멤버들은 박완규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곡을 만들면 되지 않냐며 김태원을 설득했고, 결국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지 않던 리더 김태원은 박완규를 받아들여 위대한 탄생이 이뤄진 셈이다.

어찌보면 대중음악을 하는 이들에겐 평범한 에피소드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엔 가난한 락밴드 부활을 이끌고 이상과 현실사이를 오가며 갈등하던 천재뮤지션 김태원과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으나 2% 부족했던 풋내기 박완규의 첫만남에서 나눴던 대화는 어떤 만남보다 드라마틱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세월이 흘러서 쓸쓸했던 음지에서 벗어나, 지금은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부활과 김태원 그리고 가창력의 종결자 박완규는, 모두가 꿈꾸는 자신들만의 성공스토리를 써내려 왔고 또 써 가고 있기 때문이다. 흡사 박완규가 불렀던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세상'에 노래가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