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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방시혁 노래대결, 나는가수다였다면?

바람을가르다 2011. 3. 29. 09:45






28일 방송된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에서는, '위대한탄생' 멘토 5인방 김태원-신승훈-이은미-김윤아-방시혁이 출연해 골방토크를 중심으로 즐겁고 편안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건, 김태원-방시혁의 노래대결(?)이었다.



놀러와 '김태원-방시혁' 노래대결, 나는가수다였다면?

이 날 방송에서 출연진들의 노래는 세 번에 걸쳐 나왔다.
시작은 MC유재석-김원희의 바이브 '그남자 그여자'였다. 음치콤비가 보여주는 절묘한 하모니였다. 둘 중 한명이 잘 부르면 깨질 수밖에 없는 하모니. 잘 불러서가 아니라 노래를 즐기기 때문에 음악이 구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 되었고 덕분에 대폭소를 끌어냈다. 

마지막을 장식한 김윤아는 자우림의 그녀를 있게 한 Sinead O`Connor의 'Nothing compares 2U'를 불러 진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반면 중간에 자신들의 히트곡 부활의 '비밀'을 부른 김태원과 '총맞은 것처럼'을 부른 방시혁은, 별다른 기교나 돋보이는 가창력을 선보이진 않았지만 진솔하고 담백하며 따뜻했다.

요즘 우리들의 일밤에 서바이벌 <나는가수다>가 화제다. 김건모의 재도전이 부른 논란끝에 김영희PD가 경질되고 한 달간의 결방이 결정됐다. 그러나 지난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폭풍감동을 선사하고 진정성을 인정받아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았다. 다만 아티스트를 경쟁에 붙이고 탈락자를 배출한다는 비판은 여전히 공존한다.



<놀러와> 김윤아-김태원-방시혁의 노래를 들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들이 <나는가수다>의 출연진이고 내가 청중평가단이라면 순위를 어떻게 매겼을까. 김윤아보단 방시혁이, 방시혁보단 김태원이 좋았다고 평할 것 같다. 객관적으로 노래는 김윤아가 가장 잘 불렀고 그 다음은 방시혁이, 가창력으로 따지면 김태원이 가장 떨어졌다. 그런데도 김태원이 왜 가장 인상깊었을까.

김윤아는 노래를 잘 한다. 그러나 김윤아가 부른 'Nothing compares 2U'는, 그녀에겐 특별한 곡일지 몰라도, 내게는 특별하지도 않을뿐더러 감정을 이입해서 듣고 싶다는 생각이 사전에 차단됐다. 내가 청중평가단이라면 김윤아는 선곡에서부터 실패했다는 얘기다.

반면 방시혁의 '총맞은 것처럼'은, 백지영이 불렀을 때와 비교한다는 게 우습지만, 나름 담백하게 불러주었고 흥을 돋우는 기타반주가 인상깊었다. <나는가수다>에서 편곡과 세션 등의 요소가 해당 가수의 가창력 못지않게 반영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김태원이 직접 부른 비밀은 그야말로 안타까울 정도였다. 액면그대로 들으면 부활의 박완규와 천지차이다. 그럼에도 김윤아-방시혁의 노래보다 따뜻하게 들려왔다. 김태원의 감성이, 이야기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노래이기에, 어떤 누구보다 그 음악을 잘 알고 가장 잘 표현하고 있었다. 김태원의 노래가 아니라 마음이 전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 그리워져서 너무 그리워서.
너의 이름을 홀로 부르곤 해.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넌 내안에 늘 있나봐. 있나봐...

가사는 또 얼마나 사람의 감성을 흔들기 좋은가. 김태원이 아닌 누가 불러도 좋을 법한 노래다. 듣는 이가 감정이입을 하기 좋다는 얘기다.



이러한 평가는 철저히 내 주관에서 비롯됐다. 그것을 누가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즉 선택은 듣는 이가 한다는 점이다.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김윤아의 노래가, 혹은 방시혁의 노래가 더 좋았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다를 뿐이다.

서바이벌 <나는가수다>는 재정비를 하고 다시 시청자앞에 나타날 것이다. 서바이벌 시스템을 고수한다면, 가수들은 경쟁을 하게 되고 청중평가단이든 시청자에게든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수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고, 상황에 따라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수가 궁극적으로 음악을 하는 이유는, 대중에게 들려주기 위함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나는가수다>에 출연할 정도면, 검증이 필요없는 최고의 반열에 오른 가수들이라고 모두가 인정한다. 또한 가창력외에도, 선곡에 따라, 편곡, 퍼포먼스, 기타 등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해 순위가 매겨진다는 것도 염두했으면 한다. 그리고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듣는 이에 따라서도 말이다. 7등은 다른 가수들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그 무대에서만큼은 본인에 비해 다른 가수들이 시청자에게 더 인상깊었다고 편안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