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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하이킥2, 형보다 나은 동생될까?

바람을가르다 2009. 8. 4. 14:46


모두가 한 목소리로 시트콤의 르네상스가 지났다고 했을 때, <순풍산부인과, 1998년>,<왠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2000년>을 통해 시트콤의 거장이라 불리우던 김병욱PD는 2006년 <거침없이하이킥>을 안방극장에 내놓는다. 야동순재를 비롯, 나문희와 박해미, 정준하에 최민용, 서민정, 정일우, 김범, 박민영 등으로 신구조화를 이룬 그들은 디테일한 자기만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2007년내내 거침없는 웃음과 재미로 마치 '시트콤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듯 시청자를 향해 제대로 하이킥을 날려준다. 

특히나 정일우, 박민영, 김범이란 신예스타를 발굴하고, 박해미란 뮤지컬배우를 안방에 신고하며 스타의 산실로 거듭난다. 동시에 출연진들은 다수의 CF에 패키지로 등장하여 인기와 영향력을 과시했으며, 이순재의 경우 생애 첫 대상이란 타이틀을 2007년 방송연예대상을 통해 얻게 된다.

그리고, 2009년 9월. 다시 그들이 돌아온다.
거침없이 하이킥2.



그들이 떠나고 다시금 침체기로 빠져든 시트콤시장에 김병욱PD가 부흥을 위해 나선 것이다.
물론 출연진중에 유일하게 생존한 이순재를 제외하곤, 전원이 물갈이 된 상황이라 거침없이 하이킥 시즌2라는 제목을 붙이기엔 낯설음이 있다. 내용도 시즌1과 전혀 다르다.
식품회사 사장 이순재를 축으로 나문희 대신 김자옥이 감정기복이 심한 교감선생님으로 나와 야동이미지를 벗게되는 이순재와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아들내외였던 정준하와 박해미를 대신해 <조강지처클럽>으로 부활한 오현경과 정보석이 딸과 사위로 등장한다. 최민용을 대신해 최다니엘, 정일우를 커버해야 할 윤시윤. 그리고 서민정의 캐릭터를 물려받을 황정음 등이 선보이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주목받는 신세대 연기자 신세경이 MBC미니시리즈<고맙습니다>에서 에이즈환자역을 기막히게 소화한 어린 서신애와 자매로 설정되어, 빚더미에 놓인 아빠로 인해 도망치듯 서울로 상경해 이순재의 집에 식모살이를 하게 된다. 

이렇듯 시즌1과 비교해 시놉도 배역도 역할도 캐릭터도 다른 거침없는 하이킥2. 굳이 공통점을 찾으라면 대가족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유쾌한 코미디를 선보이게 될 것이란 기획의도 뿐이다.

그렇다면 '거침없이하이킥2'는 과연 시즌1에서 보여준 포스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에 모아진다.
일단 기대감에 못지않게 불안요소가 눈에 띈다.

베테랑 이순재와 김자옥을 제외하곤 코미디와 어울리는 출연진을 찾아보기 힘들다. 
출연진 대부분이 시트콤 초년생이라는 사실이 신선함과 기대감을 주는 동시에 불안함으로 다가온다. 이름만 떠올리면 '글쎄...'라는 단어부터 연상이 되는 라인업이라고 볼 수 있다. 시즌1의 경우, <논스톱>출신의 최민용이나 <똑바로 살아라>의 서민정등은 이미 시트콤을 경험한 상태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에 참여했으며, 정준하의 경우 개그맨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본인들의 캐릭터를 빠르게 잡아가고, 프로그램에 안정감을 주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정보석과 오현경 등 정통 드라마출신 연기자와 이름조차 낯설기만 한 신세대 연기자들이 얼마만큼 빠르게 시청자의 몰입도를 가져오는 캐릭터를 선보일 것이며, 그에 맞는 코믹한 연기를 뽑아줄 수 있을까란 의문이 앞선다. 

현재 시점에선 대발이 아빠에서 야동순재까지 코미디라면 오지명을 능가하는 이순재만 믿고 가는 느낌이다.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말이다. 그러나 시트콤에선 흥행보증수표인 박영규만 있었더라도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이란 제목을 이어받은 점도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초반엔 이슈와 기대감이 동시에 증폭되고, 시청자를 모으는 데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시청하는 입장에선 성공한 시즌1과 비교하며 보게 된다는 점이다.  비교란 잣대를 들이댈 때엔, 장점보단 단점이 쉽게 눈에 띄게 마련이다. 단점이 쉽게 노출되면 장점은 잊고 단점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단점은 재미를 반감시키는 효과를 부른다.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가 되버렸다.
만약 평균 80점을 받는다면 성장가능성을 보며 잘했다고 칭찬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평균 90점을 받은 형과 비교를 하면서 '넌 왜 이거 밖에 못하냐?'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란 우려다. 시작하기도 전에 <거침없이 하이킥2>에 대한 기대에 찬 버블은 넘치는 데, 출발소리와 함께 꺼지는 건 순식간이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김병욱표 시트콤은 초반보단 중반으로 갈수록 탄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갈수록 뚜렷하게 잡혀가는 캐릭터를 활용하는 김병욱사단의 운영능력이 돋보인다. 더군다나 애드립이 아닌 철저하게 계산된 액션과 리액션. 치밀하고 짜임새있는 사건의 전개와 반전의 유머는 여타 시트콤과 차별화된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더욱 제목을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뽑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혀 다른 느낌을 강조하는 새 브랜드로 시청자에게 런칭했다면 어땠을까? 

캐스팅이 완료된 시점에서 주사위는 던져졌다.
<거침없이 하이킥2>가 기존의 편견을 하이킥으로 날리고, 형보다 나은 아우의 발차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9월 7일 첫방송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