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가수다, 김어준의 비판과 이상한 동정론!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시청자에게 연일 두들겨 맞았던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바로 MBC예능국이 총책임자 김영희PD를 교체하고, 일밤CP자리에서 마저 경질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제동은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이 지인의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고, 출연했던 가수들은 충격에 빠졌으며, 김영희PD의 복귀를 MBC측에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네티즌들도 김영희PD의 경질은 지나친 처사였다는 주장과 함께, 프로그램이 폐지질까 걱정하며 동정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사퇴한 김영희PD의 복귀여부와 관계없이, 비판에서 옹호로 돌아선 네티즌의 동정론은 <나는가수다>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이고, 결국 요란했던 논란속에 프로그램은 노이즈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볼 전망이다. 이 얼마나 웃긴 상황인가. 문제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아니라, PD 한사람의 경질로 프로그램과 MBC예능국의 승리가 되는 과정이 말이다.
논란이 발생해 대중의 비판이 쏟아지고 한 사람이 십자가를 지면, 곧바로 동정론 확산되어 발단이 된 문제는 정(情)으로 수습되는 현상을 또 봐야 하는 걸까. 비단 <나는가수다>가 문제에 그칠 게 아니라, 비판에서 옹호로 순식간에 손바닥을 뒤집는 네티즌의 원칙없는 동정론이야 말로 경계해야 시점이 아닌가 싶다.
나는가수다, 김어준의 비판과 이상한 동정론!
23일 라디오 윤도현의 ‘두시의 데이트’에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출연해 ‘나는가수다’을 비판한 사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어준은 ‘나는가수다’는 한국방송사상 최고의 기획이지만 한방에 훅갔다고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재도전을 제작진이 거부했다면 김건모는 쿨하고 김제동은 착하고 이소라는 섬세하며 제작진은 단호하게 보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그램은 김건모도 떨어뜨리는 최고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김건모는 찌질, 김제동은 오지랖, 이소라는 땡깡, 평가단은 바보가 됐고 시청자는 화가 났고 프로그램은 난리가 났다고 덧붙였다. 또한 PD의 교체는 악수였으며, 시청자에게 실수를 인정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면 될 일이었다며, “MBC나빠!”라고 깔깔대고 웃었다.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어준은 지적에 그치지 않았다. 김건모로 인해 앞으로 무용지물이 될 재도전대신 7등에게 명예회복할 고별무대를 선사한다던지, 실시간투표로 가야한다는 등 시청자가 납득할만한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그가 제작진이 아닌데도 말이다.
시청자가 <나는가수다>에 바라는 건 문제에 대한 발빠른 사과와 개선방안이었지, 책임자인 PD의 경질은 아니었다. 그러나 MBC측은 피디의 경질로 논란을 수습하려 들었다.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기 좋은 동정론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능을 가지고 너무 심하게 몰아부쳤다는 정(情)에 의한 옹호론이 득세하기 시작했고, 원리원칙에 벗어난 데에 분개한 정의(正義)에 시선은 수그러들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수정해야 한다. 김제동이 실수를 했다고 인정한다면 지인앞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사과하는 게 맞다. 김건모의 재도전이 문제가 된다면, 김건모에게 자진사퇴를 권유하는 게 맞다. MC이소라의 자질과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된다면, 그녀가 MC직은 내려놓는 게 맞다. 청중평가단의 투표결과를 투명하게 제시할 수 없다면, 실시간 문자투표로 가는 것이 맞다.
나가수의 총책임자 김영희PD가 경질됐다. 그 한 사람이 경질된다고 해서 뭐가 달라졌나. 프로그램의 내용이 바뀌었나. 바뀐 건 출연한 가수와 개그맨들이 충격에 빠졌다는 것과 비판에서 옹호로 돌아선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 뿐이다. 주객이 전도됐다. 문제가 된 내용이 수정되지 않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수정된다면, 그야말로 지긋지긋할 정도로 뻔한 시나리오대로 모두가 코미디를 찍는 셈이다.
김어준은 정의가 아닌 정 때문에, <나는가수다>가 지금의 논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 똑같은 우를 MBC와 네티즌이 범하고 있다. 피해자와 동정론이 필요한 게 아니다. 무분별한 비판도 문제지만 동정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시청자가 기대하는 명품 가수들이 출연섭외에 응할 여지를 남긴다. 동정론으로 인해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왜곡되어 나타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