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가수다 신해철, 섭외거절은 가창력때문?
오랜만에 <일밤>에서 핫한 코너를 내놓았다. 바로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2회가 방영된 현재, 예능이 추구하는 재미와 감동이란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겨냥했다고 평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청자사이에선 조작설, 스포일러, 편집논란 등 갖가지 불만과 의혹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사항은 제작과정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아직 프로그램이 시작단계에 있기에 보완의 여지가 충분하다. 문제는 서바이벌 형식을 띤 프로그램의 컨셉이다. 시청자가 출연하는 가수를 평가하고 탈락시키는 시스템은 수정과 보완의 여지가 사실상 없다. 때문에 가창력으로 점수를 매기고, 이를 바탕으로 가수를 줄세운다는 일각의 비판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 상황에 또 다른 논란이 캐스팅에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임재범과 김연우가 <나는가수다> 출연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반대로 신해철은 트위터를 통해, 섭외가 들어온다면 ‘가수가 아닌 걸로 합시다.’라며 우회적으로 출연고사를 밝혔다. 임재범은 다수의 네티즌의 지지속에 출연을 종용받는 반면, 신해철은 가창력이 딸려서라며 출연고사에 대한 비난을 사고 있는 형국이다.
나는가수다 신해철, 섭외거절은 가창력때문?
신해철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은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다. <나는가수다>는 가창력의 개념에서 승부를 겨룬다. 그러나 가수를 ‘Singer’와 ‘Musician’으로 나누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중이 가수에게 소비하는 것은 가창력이 다가 아니다. 가수가 표현하고 부르는 만들어진 노래까지 포함된다. 음악이란 큰 틀에서 완성된 곡을 멋지게 소화한 가수로 인해 대중은 희노애락을 경험한다.
물론 신해철의 가창력이 ‘뛰어나다’ 혹은 ‘뛰어나지 않다’는 개개인 느끼고 평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꾸준히 앨범을 내고 활동한 가수 신해철의 능력을, 듣는 이에 따라 모호한 기준점이 형성될 수 있는 가창력의 단면으로 폄훼해선 곤란하다. 그것은 곧 가수가 가져야 하는 개성을 죽이는 비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리메이크앨범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아무리 가창력이 좋은 가수도, 원곡을 부른 가수의 매력이 이미 해당 음악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이문세의 노래가 많은 후배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지만, 이문세가 불러서 주었던 감동만큼은 받지 못했다. 가창력의 종결자 임재범이 부른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이문세의 노래를 리메이크앨범으로 처음 들은 사람은, 굳이 이문세가 부르지 않았어도 충분히 그 이상의 감동을 받기 수월했을 것이다.
즉 신해철의 히트곡 ‘내마음 깊은 곳에 너’, ‘일상으로의 초대’ 등을 가창력이 매우 뛰어난 다른 가수가 리메이크한다고 해도, 신해철의 목소리에 익숙한 사람에겐 그 곡을 신해철이 불러주었을 때 가장 감동스럽게 다가오기 쉽다는 얘기다. 바로 그가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고 처음 들려주었을 당시, 대중이 느꼈던 감동과 공감이 마음의 기억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창력으로 상쇄할 수도, 점수 등으로 순위를 매길 수도 없는 문제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대중에게 연기력을 평가받는 건 당연하다. 일밤 <나는가수다>도 마찬가지다. 가수가 스스로 출연을 결정했고 방송에 노출된 이상, 보이는 만큼 시청자에게 능력을 평가받는 것이다. 그리고 출연자는 본인 노래가 아닌 다른 가수의 노래도 불러야 하기 때문에, 시청의 포인트는 가창력에 더 집중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소비하는 입장인 시청자는 보이고 들리는 만큼 ‘좋다’, ‘싫다’의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방송이 추구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도 부합된다. 일밤이 예능이기때문에 자존심과 직결된 서바이벌 순위컨셉에도 불구하고 명품가수들도 기꺼이 출연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본다. 다만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당 가수의 가창력 등을 미리 꼬집어 자질논란으로 변질시키고 비난을 앞세우는 건 옳지 않다. 출연을 고사한 신해철의 경우도, <나는가수다>가 아니어도 가수로서의 탁월한 재능은 이미 그의 앨범들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가수다>가 예능에 충실한 재미있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컨셉에서 왜곡된 이미지를 낳고 있다. 부르는 가수와 만들어진 노래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개성은 무시되고, 마치 가창력이 ‘가수’를 정의하는 전부인양 인식하고 홍보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 출연하는 가수와 출연하게 될 가수에게 부담을 주고, 그들의 음악을 즐겨야 하는 시청자는, 별도로 파생되는 순위경쟁과 탈락자에 흥미를 더 느낄 수 있다는 게 아킬레스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