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슈주 못살린 '오빠밴드', 2pm과 살아난 '남자의 자격'
바람을가르다
2009. 7. 28. 07:30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과 일밤의 <오빠밴드>는 다른 듯 닮은 점이 눈에 띄게 많다.
비록 같은 시간대에 맞붙진 않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일요일 저녁에 방송하며 팀을 이루는 멤버는 7명이다.
이경규,김국진,김태원,김성민 등의 <남자의 자격>이나, 신동엽,유영석,탁재훈,김구라 등의 <오빠밴드>나 모두 중년들의 주축이 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두 프로그램 모두 컨셉 자체가 '도전'의 형식을 빌린다.
재밌는 건 바로 지난 주, 두 프로그램에 다수의 10대팬을 거느린 인기 아이돌그룹이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남자의 자격>에는 2pm이 출연해, 아이돌이 낯선 이경규를 비롯한 멤버들에게 2pm의 히트곡 'Again again'의 안무를 가르친다. 이에 뒤질세라(?) <오빠밴드>는 슈퍼주니어(이하 슈주)의 콘서트에 깜짝게스트로 출연하기 위해 슈주의 히트곡 '쏘리쏘리'의 안무를 배우고,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결과적으로 볼 때, <패밀리가 떴다>를 상대로 시청률 두자리를 찍으며 반등을 보인 <남자의 자격>이 <1박2일>에게 어떠한 영향력도 주지 못한 <오빠밴드>보다 나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동시간대에 맞붙은 것도 아니고, 참여한 게스트가 다르다는 점은 비교 자체가 무의미 할 수 있으나, 단순히 내용적으로 접근해 보아도 <남자의 자격>은 분명 <오빠밴드>보다 기승전결이 매끄럽고, 웃음이 넘치는 재미가 있었다.
지난 주 <오빠밴드>에서 건질 장면은 초반에 이루어진 몰카정도다. 그 식상하고 진부한 포맷이 그나마 <오빠밴드>의 볼거리였다. 이제서야 TV에 얼굴을 내비친 정모에게 일밤에서 빠지란 얘기는 그의 눈물을 쏟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런 에피소드는 있을 수 있다. 카메라만 없을 뿐, 친한 친구나 동료사이에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장난섞인 거짓말을, 방송에선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더 우습다고 생각한다. 우린 평소에 자연스럽게 하곤 하는 행동들을 방송에선 하지 말라? 그러면서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상의 비난을 쏟는 건 앞뒤가 맞질 않는다. 어느 정도 선은 긋 돼, 몰카는 무조건 하지 말라는 건 지나치다는 얘기다. <오빠밴드>는 한 번 써 먹었으니, '이제 그만.' 정도가 되면 될 것이다.
문제는 몰카 이후다.
슈주의 콘서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거기까진 괜찮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뤄지는 과정이다.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이 MR과 안무가 완성된다. 그리고 무대위에 올라 만 명의 객석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쏘리쏘리>와 <슈퍼스타>. 현장에 관객들은 흥이 났을 것이다. 공연장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시청자도 흥이 났을까? 그들의 노래와 연주에 흥이 별로 나질 않는다.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좀 더 겸손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앞으로 발전할 부분을 자연스럽게 내비치고, 다음의 얘깃거리를 이어갈 수 있게 한다. 그 부분을 너무 소홀했던 게 아닐까 싶다. 동시에 과정에서 슈주의 장소만을 빼오고, 멤버를 전혀 이용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오빠밴드 공연이 좋았다면 하트를? 이것도 미스다.
게릴라콘서트를 떠올린 모양이다. 게릴라콘서트에 출연한 가수는 1회성이다. 같은 가수는 다음주에 나오질 않기 때문에 그러한 확인 절차가 당사자인 가수에게나, 시청자에게나 감동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오빠밴드는 앞으로 공연을 해야할 곳이 많다. 가는 곳마다 하트를 찾고, 하트가 완성되면 그들은 완벽한 밴드라고 말하는 것 밖에 더 되나? 제작진과 멤버들이 스스로를 포장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화려함에 감춰진 헛점과 부족함을 더 드러내줘야 한다. 아쉬움 속에 오빠밴드의 퇴장이었으면 어떨까? 그 아쉬움과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다음 방송분들이 준비되어야 맞지 않을까?
지금 오빠밴드는 전체적으로 매우 조급한 모습이다.
조급하다보니, 자꾸 쫓기는 모습이고, 쫓기다보니 장면이 엉기지 못한 채 빠르게 지나간다.
한 시간내에 이것저것 다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지난 3회를 떠올리며 여유를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1박2일>과 <패떴>은 회당 한시간 반을 하면서도 2주 분량을 뽑아낸다. 겨우 한시간짜리 프로그램이 4주동안 풀어야 할 얘기들을 한 회에 시작과 마무리를 지어버리면 시청자가 맛을 느끼지 못한다.
지난 주 <남자의 자격>조차 2pm을 데리고 여유를 가지고 분량 뽑는 모습을 보라. 한 시간이 부족하니까 다음주로 이어지질 않는가? 대형콘서트 무대가 아니라, 자기들끼리 2pm의 안무를 흉내낸 UCC 동영상을 찍겠다는 데, 그렇게 열심히 하고, 즐기면서 여유를 갖고 진행하는 모습. 2pm이란 그룹이 누구인지도 모른다에서 시작해서 UCC동영상은 찍는 것도, 올리는 것도 못해 본 중년남들의 모습을 담은 후, 2pm의 안무를 배우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이왕 시작한 거 따라해 보겠다고 어설프게 흉내내는 모습은 또 얼마나 웃긴가? 선생님인 2pm도 연신 웃음을 터트리다, 어느 새 어렵게만 느껴지던 선배들에게 다가가고 같이 어울리는 모습속에 세대간의 격차가 아닌, 세대간의 조화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반면 <오빠밴드>는 슈주팬들이 아닌, 슈주를 데리고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2pm으로 탄력을 받은 <남자의 자격>의 다음주는 무척이나 기대감을 준다. 바로 자전거로 떠나는 여행. 정말 멋진 아이템인 거 같다. 확트인 교외를 가르며 페달을 밟는 그들의 모습이 매우 즐거워 보인다.
<오빠밴드>는 바닷가를 찾아 경포대로 떠난 것 같다.
어쩌면 바닷가를 하루 빨리 시청자에게 보여주려, 지난 에피소드를 빠르게 종결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절대 서두르면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기다림의 미학이란 말이 있다. 기다림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미학은 못 되도 여유와 웃음은 넣을 줄 알아야 한다.
경포대 무대에선 2주 이상의 분량을 뽑을 생각으로 그들도 악기를 내려놓고 놀 땐 신나게 놀고, 연습할 땐 열심히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부족한 모습 그대로를 진솔하게, 포장없이 무대에 올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