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 이하나의 자리를 메꿀 적임자>
<유희열, 이하나의 자리를 메꿀 적임자>
토이의 유희열이 금요일 밤 12시를 책임진다.
이소라, 윤도현의 바통을 받은 이하나가 6개월만에 연기등을 사유로 하차를 했다.
그 이면엔 다소 미숙한 진행과 시청률부진, 전문 음악MC의 필요성이 맞물린다.
아무래도 명품 음악 프로에는 비쥬얼보다는 보다 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유희열의 입성은 어찌보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말하고 싶다.
<이하나의 페퍼민트>는 이하나를 통해 시청자와 동일한 눈높이식 진행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전문 음악인도, 전문 MC도 아닌 배우출신에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의 진행.
깊이는 부족하나, 어설프고 순진하게 보이는 이하나의 매력이 신선하게 녹아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점이 그녀의 발목을 잡은 건 아닐까?
전문성 부족하다보니, 게스트와의 대화에 맥이 끊기고, 감탄사가 자주 연발되며.
큐시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니, 마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제자와 지켜보는 선생님간에
이뤄질 만한 어색한 장면을 종종 보게된다.
라디오였다면 가능할 수 있어도, TV에서 그런 모습이 자주 연출되는 건 그림이 살지 않는다.
한두번의 '어버버..'는 귀엽게 용서가 되지만, 반복되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실수아닌 실수로 눈에서 머리로 옮겨가게 된다.
또 하나, 비쥬얼이 좋다보니 이하나와 마치 소개팅을 나온 듯한
일부 남자뮤지션의 치근덕거림이 간혹 잡힌다.
당황하는 진행자를 마치 가지고 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방송을 미끼로 은근슬쩍 추파를 던지는 모습을 고품격 음악방송에서 까지 봐야 하는가?
강호동의 <천생연분>이 아니지 않은가?
이소라에서 윤도현으로 넘어가면서 긴시간 쉬지 않고 달려온 프로가
6개월을 잠시 쉬어가는 입장에서 이벤트성으로 기획한 시간들이라고 평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 볼 땐 이하나의 진행도 허물없이 돌아볼 수 있으며,
오히려 이하나를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을 비롯한 다년간 DJ로 편안한 음악방송을 전달해 온 그에게
TV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유희열하면 그의 음악부터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그가 처음 토이 1집을 내놓았을 때, 필자는 그리 큰 감흥은 얻지 못했었다.
그러나 당시 모 라디오프로그램에서 공일오비의 정석원이 말하길,
토이의 유희열, 전람회의 김동률, 솔리드의 정재윤을
자신의 뒤를 받쳐 줄 후배 뮤지션으로 꼽은 적이다.
과연 그의 말은 틀지 않았다.
유희열의 음악에선 수채화느낌이 난다.
음악은 귀로 듣는데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시간이 흘러서도 유희열과 김동률은 필자가 매우 좋아하는 뮤지션들로 자리하고 있다.
비단 필자 뿐이랴?
유희열의 음악세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소 그가 어눌하고
말이 없을 땐 때로 차가워 보이는 얼굴조차 친근하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수요예술무대>를 함께한 김광민과 이현우와는 다른 세계가 있다.
유희열은 절대 방송을 딱딱하게 몰지 않으며, 서툰 말솜씨를 지니지도 않은.
경박하지 않으며, 유머를 알고 편안함을 불러다 줄 내공의 소유자다.
전문성이 밑바탕이 된 깊이있는 진행은 물론이거니와.
솔직히 충분히 훌륭했던 윤도현보다 더 큰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너무 초딩스러운 걸까?
어떤 타이틀을 붙인다해도 앞으로의 금요일 밤이 더욱 깊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