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강호동, 엄태웅에게 정색요구한 이유?
해피선데이 1박2일 새멤버 엄태웅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2탄이 13일 방송됐다. 신입생 OT인 만큼 엄태웅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건 당연했지만, 첫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기존멤버(강호동-이수근-은지원-이승기-김종민)에게 불러온 파급력은 놀라웠다. 한마디로 초대박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멤버들이 상당히 들뜨고 활기가 넘쳤다는 점이다. 김C와 MC몽이 하차한 후, 5인체제에서 보기 힘들었던 여유가 느껴졌다. 그동안 멤버의 부재가 불러온 부담감속에서 예전과 같은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면, 엄태웅의 합류로 인해 한결 가벼워진 멤버들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이것은 중요하다. 멤버들이 1박2일을 일처럼 생각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예능은 만들 수 있지만, 그만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진다. 시청자가 바라는 편안하고 자연스럽던 1박2일의 재미를 놓칠 수밖에 없고, 종종 무리수를 띄워 억지스럽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때문에 멤버들과 제작진이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떨친 것만으로도 엄태웅효과는 시작됐던 셈이다.
낙오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낙산해수욕장에 나타난 엄태웅을 반기며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이 자진해서 바다에 입수한 장면은, 단순한 형제애를 떠나 멤버들 개개인이 얼마나 들 뜬 채로 상황자체를 즐기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던 대목이다. 시청자마저 짜릿하게 만들 정도로 시원하며 유쾌했고 1박2일스러웠다.
1박2일 강호동, 엄태웅에게 정색요구한 이유?
그렇다면 엄태웅만 놓고 볼 때, 1박2일내에 활약도나 발전가능성은 어느정도 될까. 이번 신입생OT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구구단과 수도문제, 낙오와 기상미션이었다.
구구단 연습 때 보여준 49의 남발과 나영석PD가 낸 수도문제를 놓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김C와 같은 1박2일의 대표 브레인으로 볼 순 없지만, 실제 구구단 문제에서는 곧잘 맞추어 예능과 다큐사이의 경계선에 걸쳐 있는 적당한 수준을 보여주었다는 게, 오히려 향후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주는 팀플레이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낙오에서 보여줬듯이, 낯선 일반인들과의 친화력이 예상보다 뛰어났고 넉살도 좋은 편이라 1박2일 멤버로 손색없었다. 가장 우려했던 낯가림이 전혀 없었고, 국민삼촌포스로 자리매김할 태세였다. 오히려 기존멤버들앞에서 낯가림이 심해 아이러니할 정도였다.
한편 낙오 당시 엄태웅은 일반시민에게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털어놨다. 무슨 캐릭터를 잡아야 할지를 말이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는 중요하다. 때문에 이승기는 엄무당이란 캐릭터를 장난삼아 던져주기도 했다.
기존멤버들과 아직은 서먹한 상황에서 섣불리 캐릭터를 잡는 것은 좋은 선택이라 볼 수 없다. 멤버들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 엄태웅의 캐릭터도 잡혀야 한다. 마치 드라마속 망나니 재벌2세가 캔디를 만나 성격개조 되듯이, 엄태웅도 1박2일 멤버들을 만나고 알아가면서, 또 다른 자신의 단면이 드러나면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다만 맏형 강호동은 빠른 시일내에 엄태웅의 캐릭터를 심어주려는 의지가 강했다. 때문에 기상미션에서 엄태웅이 깃발을 은지원에게 빼앗겼을 때, 엄태웅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화가 나면 화를 내라고 엄태웅에게 정색요구를 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솔직하게 표현을 해야 엄태웅은 본인뿐 아니라, 그를 통해 멤버들이 뽑아낼 분량도 생기기 때문이다.
강호동이 우려하는 건 수줍고 순진한 엄태웅의 단기소모다. 첫여행에서 엄태웅은 그 자체만으로 신선함을 담보한다. 그러나 한달이 되고 두달이 되면, 낯을 가리고 수줍어하는 엄태웅에 대한 호불호가 시청자사이에서 갈리기 마련이다. 때문에 엄태웅의 부담감이 커지기전에, 가급적 빨리 그의 캐릭터를 찾아주고 싶은 것이다.
한마디보다 적극성을 띠고 두마디 세마디로 늘릴 줄 알아야 한다. 가지수가 늘어야 뽑아낼 것도 버려야 할 것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캐릭터구상보다 멤버들과 먼저 친해져야 한다. 그리고 친해지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적극적인 표현이다.
1박2일의 모토는 복불복, ‘나만 아니면 돼!’다. 그리고 마지막에 맺어지는 열매는 훈훈한 정(情)이다. 엄태웅이 캐릭터를 찾기 위해서 먼저 생각해 볼 것은 전자다. 이수근이 앞잡이가 되고 은지원이 떼쓰는 초딩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실질적으로 ‘나만 아니면 돼!’에서 비롯됐다.
은지원에게 깃발을 뺏기고 엄태웅이 가만있으면 이야기는 끝난다. 그러나 불만을 쏟거나 도로 깃발을 빼앗는 묘수를 발견하면 이야기는 계속된다. 솔직하든 과장되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표현하는 것. 치열한 예능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