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낙오와 복불복, 1년 전과 비교해보니?
27일 해피선데이 <1박2일>은 대한민국 5대섬 특집 2탄을 방송했다.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결국 미션은 실패로 돌아갔다. 게다가 은지원은 기상악화로 배가 뜨지 않아 2박3일간 섬에 머물러야 했고, 홀로 다큐멘터리 호도 3일을 찍어야 했다.
낙오된 은지원을 제외하고 목포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나머지 멤버들은 저녁식사복불복을 놓고 제작진과 협상을 했다. 복불복에 성공할 경우, 저녁식사대신 은지원의 실내취침을 보장해 달라는 것. 만일 복불복에 실패할 경우, 다음 여행지를 울릉도로 정해 나리분지에서 야외취침을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낙오된 은지원을 위한 멤버들의 우정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복불복 일심동체게임을 성공해 은지원의 실내취침을 끌어냈지만, 멤버들은 약속대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멤버들은 뿌듯해 보였다. 그들에겐 한 끼의 식사보다 동료의 따뜻한 잠자리가 더욱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입장에선 이러한 과정이 재미가 있든 없든, 1박2일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1박2일 복불복 모토 ‘나만 아니면 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박2일 낙오와 복불복, 1년 전과 비교해보니?
1년 전에 1박2일 낙오와 복불복은 어땠을까. ‘제 3회 혹한대비캠프’를 떠올리면, 은지원은 초반에 낙오되어 제작진에 의해 베이스캠프에 끌려갔었다. 이어 30분 당 멤버 한명씩 낙오가 되는 수순을 밟았다. 그 과정에서 큰 웃음과 재미를 주었다.
가장 먼저 낙오된 은지원을 약올리며 전화를 끊고 밥을 먹기 바빴던 강호동이, 1년 후엔 낙오된 은지원을 위해 저녁식사를 과감히 포기했다. 강호동의 제안에 동참한 이수근과 이승기도 다를 바 없었다. 복볼복으로 각각 주어진 밥공기를 오픈하는 순간 이수근과 이승기의 희비가 엇갈려 대박웃음을 주었다. 당시 비어있는 밥공기를 받아든 이승기가 제작진에게 끌려갔지만, 강호동을 비롯해 멤버들은 밥먹느라 정신없었을 뿐, 아무도 이승기를 걱정하지 않았다.
또한 한명이 없을 때 늘 그랬듯이, 베이스캠프에 가장 늦게 도착한 이수근을 골탕 먹이고자 나머지 멤버들은 몰래카메라를 준비했다. 이수근을 찬물에 입수시키기 위해 멤버들이 의기투합해 작전을 짰던 것. 결국 이수근은 멤버들이 조작한 사다리게임에 꼼짝없이 당해 찬물을 뒤집어썼다. 그런 이수근을 보며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며 배꼽잡았던 멤버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낙오된 은지원을 위해 그들은 저녁식사를 거부했고 그의 실내취침을 우선 협상대상에 올려놓았다. 지난 물건배달레이스에서도 이승기의 퍼즐을 망쳤던 강호동과 이수근은, 정작 떠나는 차안에선 이승기를 걱정하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1년 전과 달라진 복불복정신은 어떻게 봐야 할까. 웃음을 뽑아야 할 복불복마저 개성있는 각자의 캐릭터를 벗고 배려와 우정, 감동코드에 휩쓸리는 건 아닐까.
서울에서 출발할 당시, 은지원은 본인이 가장 힘든 여행지 울릉도가 아닌 호도로 결정났음에 환호했었다. 복불복 ‘나만 아니면 돼.’에 빙의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호도에 갇힐 위기에 놓였고 본인보단 다른 멤버들을 위해 그곳에 남기로 결정했다.
역지사지로 아마도 은지원이 아닌, 강호동-이승기-이수근-김종민이 같은 상황에 놓였어도 프로그램과 동료들을 위해 호도에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낙오된 멤버를 위해 저녁식사정도는 포기했을 것이다. 즉 상황에 따라 복불복정신은 달라질 수 있고 시청자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배려와 우정 등 감성코드가 ‘나만 아니면 돼!’ 복불복에 자꾸 스며들수록 재미는 반감되는 게 사실이다.
은지원의 호도 낙오를 복불복 특성상 당연하게 여기고, 1년 전처럼 멤버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상황자체를 즐겼으면 어땠을까. 또한 낙오경험이 많은 은지원도 호도에서 그 나름의 분량을 뽑고. 만일 그랬어도 나영석PD가 직접 호도로 은지원을 찾아간 것만으로도, 5대 섬특집의 감동과 반전은 충분했을 것 같다. 예능과 다큐의 적당한 비율로, 재미는 재미대로 감동은 감동대로, 뚜렷이 구별된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지 않았을까.
불과 1년 전에 비해, 복불복이 주는 재미에 순도가 떨어지고 있다. 특집이다 뭐다 스케일만 키우니 시너지를 내야할 멤버들은 흩어질 수밖에 없고, 덕분에 다큐스럽게 흐른다는 시청자의 평가가 늘고 있다. 과거에 1박2일이 주었던 재미를 그리워한다는 얘기다. 예능은 예능다워야 하고, 복불복은 복볼복다웠을 때 재미가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제작진과 멤버들도, 복불복과 낙오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지난 1년을, 한번쯤은 돌이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음 주엔 김C-MC몽의 빈자리를 채워줄 새멤버 엄태웅이 가세해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예고편에서 엄태웅은 화끈하게 바다로 뛰어들어 신입생 신고식을 제대로 치룬 모습을 보여줬다. 1박2일에선 식상한 입수장면임에도, 왜 신선하고 반갑게 느껴졌을까. 분명한 건 엄태웅이 입수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