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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퀴, ‘나비-조형기’ 절묘한 궁합의 의미?

바람을가르다 2011. 2. 27. 13:22






26일 방송된 MBC예능 <세바퀴>에서 가수 나비가 폭풍가창력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압도적인 성량을 가진 나비는 KBS드라마 <수상한삼형제>에서 주제가 ‘거부할 수 없는’을 불렀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녀는 요즘 행사를 자주 다니는데 노래를 부르던 와중 스피커가 터진 적이 있었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에 MC들은 가창력 검증에 나섰고, 나비는 즉석에서 자신의 노래 ‘잘 된 일이야’를 열창했다. 그야말로 스피커를 터트릴 만한 폭풍가창력을 뽐낸 나비. 실력파 가수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어 동요 ‘산토끼’와 만화주제가 ‘아기공룡둘리’를 나비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불렀는데, 그녀의 노래를 듣던 조형기가 폭풍눈물을 흘렸다.

물론 조형기의 눈물은 일종의 쇼였다. 예능 베테랑답게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코믹한 리액션을 보인 것이다. 조형기의 리액션은 상당히 식상하고 저렴했지만, 절묘하게 상황과 맞아 떨어지니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나비의 구성진 노래와 조형기의 어설픈 리액션이 궁합이 맞았던 것이다. 즉 웃음에는 대단하고 신선한 기교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나비-조형기’ 절묘한 궁합의 의미?

나비와 조형기의 절묘한 궁합은 3월초 개편한 <일밤>의 새코너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가 성공할 수 있는 비법도 숨어 있었다.

<세바퀴>에서 나비가 보여준 것은 노래 세곡에 담은 그녀의 폭풍가창력밖에 없었다. 그녀는 전문예능인이 아닌 가수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시청자를 끄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조형기의 코믹한 리액션이 적절히 가미가 되니 볼만한 예능으로 완성된다.

한편으론 나비가 <세바퀴>가 아닌, <쇼음악중심>이나 <인기가요> 등에 출연해 같은 노래를 불렀다면, 그녀의 폭풍가창력이 지금처럼 시청자에게 화제가 됐을까란 생각도 들 수 있다. 나비의 직업은 가수고 가수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가창력이기 때문이다. 즉 노래보단 토크가 중심인 예능에서 보여줬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주는 효과도 여운도 길게 남는 것이다.




<일밤>에 ‘나는 가수다’는 이소라, 김건모,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 등 실력파 가수들이 등장해 노래하고 관객의 평가를 받아 탈락여부가 결정되는 서바이벌 형식를 띤다. 그렇다고 노래만 부르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대결하기 전까지 여러 과정을 거친다. 한 가수당 한 명의 개그맨이 매니저로 붙어 한 팀이 된다. 때문에 가요프로그램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이 된다. 마치 <세바퀴>의 나비와 조형기가 하나의 카메라에 잡혀 재미를 주었듯이 말이다.

과거 일밤 <대단한도전>을 떠올리면 예능과 다큐의 비율이 상당히 이상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배우는 과정은 재미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최종 미션에서는 진정성을 담은 도전에 초점을 맞췄다. ‘나는가수다’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웃음과 재미에, 무대위의 대결에선 진정성이 느껴지는 승부욕과 가창력이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세바퀴>에서 나비가 자신의 타이틀곡 ‘잘 된 일이야’를 열창할 때엔 모두가 노래에 집중하며 즐길 수 있었다. 반면 ‘산토끼’와 ‘아기공룡둘리’에선 조형기가 리액션으로 끼어들 여지가 있었고 웃음을 자아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비록 내용은 다르나 형태가 닮은 ‘나는 가수다’가 희망적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나는 가수다’는 동시간대 방송하는 ‘1박2일’과 ‘영웅호걸’에 맞서야 한다. 그리고 김영희PD는 이번만큼은 압도적인 시청률을 보이는 ‘1박2일’에 넋놓고 당하지 않겠다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1박2일도 새멤버 엄태웅으로 이슈면에선 맞불을 놓았지만, 일밤 ‘나는 가수다’에게 일정부분 파이를 넘겨줄 위기를 맞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나는 가수다’의 라인업인 이소라-윤도현-김건모-정엽 등을 보면, 두루뭉실하게 전세대를 아우르기보단 해당가수들과 친숙한 세대인 20,30,40대 시청자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상당히 효과적인 전략으로 비춰진다. 과연 ‘나는 가수다’가 일요일에 절대강자 1박2일을 상대로 얼마만큼 선전할 수 있을지 꽤 흥미로운 시점이다. 양질의 프로그램이 늘어 채널선택권이 다양해 질 수 있다면 시청자로서도 반길 대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