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무릎팍도사 조영남, 부적절한 광대 발언!

바람을가르다 2011. 2. 24. 09:45






23일 방송된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조영남 2부를 보고나니, 씁쓸하고 찝찝한 기분이 든다. 무릎팍도사가 왜 이렇게 변질됐을까. 왜 자꾸 포장에 급급하고 계산을 하며, 드라마도 아닌 예능에서 기승전결의 정형화된 스토리를 짜내려 애를 쓰려 들까. 조영남 한사람을 위해, 조영남 본인도 제작진도 시청자를 계몽하려 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왜?

지난 주 조영남의 첫사랑을 비롯한 여자타령으로 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주 방송에서는 ‘지하철 1호선’ 등을 기획한 극단 학전의 대표이자 양희은의 ‘아침이슬’로 잘 알려진 민중가수 김민기와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조영남과 김민기의 친분을 시청자에게 알린 좋은 찬스(?)였다.

조영남은 김민기의 환갑잔치에 들어간 돈을 전부 자신이 냈었다는 사실을 1부에 이어 재차 강조했다. 그 얘기가 얼마나 하고 싶었으면 강호동은 조영남이 끙끙 앓았다는 얘기까지 했다. 그리고 전화통화내용은 ‘조영남이 김민기의 환갑잔치를 해줬다.’와 ‘김민기도 인정한 조영남의 그림과 노래 실력’으로 압축된다.




전화통화를 마친 후 본 토크로 돌아가, 조영남이 청와대에 자주 초대된 가수였다며 여러 대통령과의 일화중에 故박정희대통령을 거론했다. 조영남이 군대에 있을 때 박대통령이 방문했고, 총사령관은 조영남에게 ‘황성옛터’와 ‘보리밭’을 부르라고 언질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영남은 흥을 돋우고 박대통령에 잘 보이기 위해, ‘각설이타령’을 불렀지만 분위기가 싸해졌고 정작 불러야 할 ‘황성옛터’는 가사를 까먹어 무대에서 반강제로 내려왔다고 한다.

다음 날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의 가사와 ‘황성옛터’를 거부한 이유로 헌병대에게 취조를 받았다며, 자신의 의도는 흥을 돋우자는 것이었지, 전혀 정치적인 것과 무관했음에도 억울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친구들이 군법무관으로 있었고, 조영남은 정치에 관심없고 단지 생각이 없는 애라고 말해줘 위기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그의 히트곡 화개장터는 김한길과 함께 만든 곡이지만, 작사작곡 모두 조영남으로 되어있고 저작권료도 모두 자신에게 지급된다며 즐거워했다. 김한길이 저작권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고 웃었다.




그리고 친일발언에 대한 해명이 이어졌다. 2005년 논란이 됐던 조영남이 쓴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이란 책에 대해, 강호동은 쓰게 된 계기를 그에게 물었다. 한일간에 화해무드를 위해서였고, 조영남은 스스로가 광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섰다고 밝혔다.

조영남이 말하는 광대란, 셰익스피어 소설 ‘리어왕’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말과 행동은 우스꽝스럽지만 언중유골(言中有骨)할 수 있는 캐릭터를 뜻한다. 현명한 왕이라면 광대는 ‘왕의 남자’가 되지만, 그렇지 못한 왕을 만난다면 ‘능지처참’ 당할 수밖에 없는 광대의 입장이라고 스스로 평했다. 조영남의 책을 읽어보지 못해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조영남의 말대로면 그의 책은 현명하지 못한 국민에게는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그는 독도와 관련된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기사도 본질이 왜곡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상 조영남의 말에서 왜곡은 없었다. ‘독도에 대해서 왜 한국인들은 아우성치는가’라는 일본기자의 질문에, 조영남은 일본은 자금력이 있고 국제재판 경험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자금력도 안 되고 국제재판 경험도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아우성칠 수밖에 없다고 대답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슨 왜곡이 있는가.




조영남은 발언의 본질이 ‘일본을 제대로 알고 대응하자.’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인터뷰 발언에서 일본을 알고 대응하자는 생각을 읽을 수 있나. 단지 우리나라는 자금력이 없고 국제재판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독도문제에 목소리만 높인다로 들릴 뿐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아우성치는 건, 독도는 우리 땅이기 때문이다. 돈때문도 국제재판경험때문도 아니다. 우리 땅을 왜 일본이 분쟁지역으로 만들고, 다른 나라 사람에게 땅주인을 가리게 만들어야 하는가. 일본의 야비하고 부당한 처사에 국민들이 노하는 것이다.

일본을 알고 덤빌 부분은 따로 있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대응방식이다. 일본기자에게 꼬리를 내리는 게 일본을 알아야 한다와 무슨 상관있나. 일본기자가 듣기 좋은 소리를 해놓고 조영남 스스로가 광대라고 생각하니 어처구니없는 해명이다. ‘대마도가 한국땅이라고 세계에 알리면 좋겠는가.’도 아니고, 한국은 돈이 없고 재판경험이 없어서 국민이 아우성이라니. 조영남처럼 무지하고 황당한 광대는 처음 본다. 조영남이 친일파 소리를 듣는 것도 이해가 갈 정도다.

전처 윤여정과 두 아들로 시청자의 동정표를 얻기 위한 마지막 포장에 들어간 무릎팍도사. 조영남은 가정을 망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듯 보였다. 사실 조영남의 가정사이니 제 3자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방송에서 굳이 거론할 얘기도 아니고, 다른 방송에서 이미 보여줬음에도 무릎팍도사까지 동참할 필요가 있었을까. 반성을 해도 무릎팍도사가 아닌 윤여정과 두아들을 찾아가서,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조영남이 광대든 가수든 화가든 뭐가 됐든, 조영남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든 지지 못하든, 모두 조영남의 몫이다. 그러나 방송 등 미디어에 노출된 조영남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다. 왜 조영남은 많은 사람들에게 비호감으로 낙인찍혔는가. 조영남은 그 이유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딴짓중에 있는 듯 보였다. 

무릎팍도사 조영남 편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한 커플 더 벗겨진 면도 있었다. 스스로는 영원한 자유인마냥 변명이 구차하다고 말했지만 어설픈 변명을 하고 있었다. 또 그에게 쏟아지는 비판의 본질은 자각하지 못한 채, 자기자랑과 인맥과시로 비호감을 벗으려 했다. 시청자로서 아쉬운 건, 날카로움이 무뎌진 무릎팍도사와 제작진이 조영남을 포장하기 급급했다는 느낌을 준 것이다. 마치 조영남을 위해 시청자계몽에 들어간 것 마냥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