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탄생 김태원, 예능발언 왜 했을까?
스타오디션 위대한탄생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18일엔 멘토스쿨 입학관문인 파이널라운드 1편이 방송됐다. 멘토로 나선 다섯명의 심사위원(김태원-신승훈-이은미-김윤아-방시혁)이 참가자중 제자로 들일 각 네명을 선정하는 과정이었다.
이 날 방송에서 주목을 받았던 건 김태원이었다. 그는 다른 멘토들도 탐을 낸 이태권을 뽑기도 했지만, 주목받지 못한 손진영-양정모-백청강을 제자로 받아들였고 그들은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다. 김태원의 위탄표 공포의 외인구단 결성에 시청자도 격려의 아끼지 않았다.
이와는 별개로 김태원의 재밌는 질문하나가 눈에 띠었다. 그는 이태권에게 요즘은 음악하는 사람이 예능을 겸비해야 유리하다는 걸 아냐면서, <세바퀴> 등에 나가면 웃길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승훈은 김태원의 말에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음악이나 열심히 하라고 조언했고 이은미도 동조하며 거들었다. 이에 김태원은 죄송하다며 웃으면서 넘겼다.
위대한탄생 김태원, 예능발언 왜 했을까?
신승훈이나 이은미의 발언이 본질적으로 맞는 말이다. 가수는 노래, 음악으로 승부하는 게 맞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가수는, 대중과의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TV의 힘에 기대기 마련이다. 그리고 예능이 하나의 방법이 되고 있다. 즉 김태원의 질문이 뜬금없는 게 아니란 얘기다.
물론 신승훈과 이은미가 이태권에게 예능을 하지 말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일단은 아마추어인 만큼 음악적 재능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만 김태원이 왜 이태곤에게 예능발언을 했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김태원은 이태권의 가능성을 가장 빨리 캐치한 사람이다. 이태권이 오디션장에 처음 나타나 ‘4 Non Blondes - What's Up’을 불렀을 때부터 그를 주목하고 인정했었다. 방시혁 등과 다르게 비쥬얼이나 스타성보다는 그의 재능과 가능성을 알아봤다. 이태권이 김태원을 멘토로 생각했던 것도, 일관되게 자신의 장점을 바라봐줬던 심사위원이 김태원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태권을 <위대한탄생>의 강력한 우승후보중에 한명으로 꼽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심사위원들뿐 아니라 시청자도 인정하고 있다. 이태권이 1등을 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를 달 수 있어도, 그가 좀 더 노력하고 기획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가수가 되는 데엔 무리가 없을 거란 예상이 가능한 상황이다.
위대한탄생 파이널에 오른다고 해서, 모두가 가수가 되는 건 아니다. 가수가 될 가능성이 안 보이는 사람에게 쓸데없이 예능얘기를 꺼낼 필요가 없다. 때문에 아직 오디션에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이태권이지만, 김태원은 예능과 관련된 질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김태원은 이태권이 조만간 음반을 낼 수 있는 가수로 성장할 것을 예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젊은 가수들, 특히 예능을 하지 않는 아이돌은 거의 없다. 섭외가 안 되서 못나가는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다. 그만큼 예능은 인지도를 높여주고 음악을 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예능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때문에 '예능도 출연할 생각이 있냐?'가 아니라 ‘웃길 자신 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은 김태원의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거기엔 오디션스타라는 편견을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의 서인국, 허각과 존박 등은 가능성을 스타성으로 만드는 데에 부족함이 없지 않다. 아직까진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독립해 자신만의 힘으로 성공페달을 밟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여기엔 오디션스타가 떠안아야 할 짐이 있다. 바로 가수되기 전에 드러난 지나친 노출이다.
그들은 가수라는 완제품이 되어 대중에게 나타나기 전부터, 이미 조립과정이 드러나고 아마추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다. 심사위원들에 의해 단점도 많이 부각됐고, 사생활을 비롯해 리얼한 본모습도 드러났다. 이것은 바로 스타가 대중에게 주는 기대치, 신비감, 궁금증 등을 떨어뜨리는 요소들이다. 오디션 방송에서의 모습만으로 대중은 그들을 다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기 쉽고, 음반이 나오면 평가는 오히려 냉혹해진다.
덕분에 가수로서의 출발은 아마추어 티를 벗어야 함과 동시에, 음악외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대중에게 제공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만약 허각과 존박 등이 슈퍼스타K를 통하지 않고, 다른 아이돌처럼 SM 등의 대형기획사를 통해 완제품으로 등장했다면, 대중이 그들에게 갖는 궁금증을 기반으로 폭발력과 성공가능성은 지금보다 높게 나타났을 것이다.
위대한탄생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스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끝나면, 그들은 오디션스타가 갖는 숙명같은 편견과 맞서야 한다. 때문에 노래외에 또 다른 재능은 오디션스타에게 더욱 절실하다. 그것이 예능에서의 활약이 될 수 있다. 예능에서 끼를 발휘하면 오디션의 그림자를 희석시킬 수 있다.
김태원이 이태권에게 ‘예능에서 웃길 수 있냐?’고 물었다. 위대한탄생을 통해 음반을 내고 반짝스타는 될 수 있다. 그러나 계속적으로 음악을 하기 위해선, 또 다른 끼를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오디션스타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오디션과정에서 대중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너무 많이 노출했다. 다른 방송에 출연해 따로 할 얘기가 없을 정도로. 그러나 스타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반드시 예능이 아니어도 된다. 김태원은 한가지 예로 예능을 들었을 뿐이고,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노래외에 새로운 다른 걸 보여줄 수 있겠느냐?’가 맞을 것이다. 길게 보고 조언해주는 김태원이 최고의 멘토로 보였던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