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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김범수, 아나운서계의 갈비였다

바람을가르다 2011. 2. 17. 09:00






16일 방송된 <황금어장>은 한마디로 갈비특집이었다. 강호동은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조영남을 보자마자, ‘연예계에 갈비’라며 뜯어먹을 게 참 많은 연예인이라고 일컬었다. 그러나 여자타령으로 일관했던 조영남은, ‘딜라일라’ 쇼를 보인 것 외에 이미 다른 예능에서 뜯어먹은 에피소드뿐이었다. 갈비에 살은 없고 뼈다귀만 남은 사골게스트에 불과했다.

반면 <라디오스타>는 신영일-김성주-김범수를 게스트로 불러, ‘아나운서계의 하이에나’특집을 방송했다. 프리선언을 한 이들은 ‘뭐 뜯어먹을 게 없나’하고 나온 전직 아나운서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활발한 방송활동을 이어가는 김성주와 비교해, 신영일-김범수의 경우 대중에게 잊혀져가는 중이라 상대적으로 하이에나 근성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라디오스타(김국진-윤종신-김구라-김희철)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하이에나스럽다. 게스트를 뼛속까지 뜯어먹는 방송이다. 다만 김성주의 경우 조영남과 다를 바없이 프리선언 에피소드가 너무 많이 알려져 식상했다. 신영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히든카드 김범수가 있었다. KBS신영일-MBC김성주-SBS김범수로, 방송사별 구색을 맞추기 위해 초대했던 김범수가 <라디오스타>를 흥하게 만든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김범수, 아나운서계의 갈비였다?

68년생으로 나이는 김성주-신영일에 비해 많지만 입사는 가장 늦었던 김범수는, 퇴사는 가장 빨리 한 특이한(?) 이력으로 소개됐다. 4년만에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문화예술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입사해, 현재 이사로 재직중이라고 한다.

김구라는 김범수가 프리선언 전에 같이 방송을 한 적이 있었다면서, 그가 김구라의 출연료를 물어보고는 화들짝 놀랐었다고 밝혔다. ‘얘(김구라)가 그렇게 받어?’라는 느낌을 받아, 김구라는 김범수가 조만간 프리선언을 할 것이란 촉이 강하게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범수는 돈때문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당시 돈이 필요했던 사실이나, 지금 생각해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은근슬쩍(?) 웃으며 포장하는 솜씨가 매끄러웠다. 그럼에도 MC들은 견마지로(犬馬之勞)로 김범수를 공격했다.




아나운서 입사시 최종멘트를 기억하냐는 MC들의 질문에, 김범수는 '견마지로 하겠다'는 말을 했었다고 밝혔다. 견마지로(犬馬之勞)는 주어진 일에 개나 말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다. 견마지로 하겠다던 사람이 방송국을 배신하고 나왔냐며 MC들은 몰아부쳤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견마지로를 얘기했냐며 김범수를 궁지로 내몰았다.

위기(?)를 느낀 김범수는 김국진을 붙잡고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라며 물귀신작전에 들어갔다. 또한 퇴사만큼이나 이혼도 빨랐다면서, 엄용수 등을 동원한 김구라의 강도 높은 멘트에, 이번에도 김범수가 찾은 사람은 김국진이었다. “선배님 잘 아시잖아요?”를 작렬해, 난감할 수 있는 상황을 웃음으로 돌려세웠다.

사실 김범수의 이혼얘기는 다소 놀라웠다. 과거 11살 연상이었던 아내와의 결혼으로 화제가 된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부일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듯이, 이유를 떠나 안타까운 대목이기도 했다. 불편할 수 있는 이혼얘기에 정색하거나 까칠하게 반응하지 않는 김범수가 오히려 대단해 보일 정도였다.




MC들은 김범수만 너무 공격해서 미안했는지, 그를 패션니스타로 부각시켜 화제를 돌렸다. 뉴요커느낌이 난다면서, 그의 패션스타일을 극찬했고 신영일과 김성주도 가세했다. 덕분에 한결 여유를 찾은 김범수는, 현재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가 얘기를 꺼내며 직업정신을 발휘, 녹화장을 판촉장으로 만들어 또 한번 웃음을 자아냈다.

프리선언을 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다른 두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김범수아나운서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또한 현재 방송인이 아닌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더욱 그런 점이 강했었다. 그래서인지 김범수라는 사람도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신선했고, 보여준 리액션도 상당히 재밌고 인상깊었다.

전 SBS아나운서로 구색을 맞추기 위해 초대됐지만, <라디오스타> 웃음의 중심에는 김범수가 있었다. 김범수는 뜯어먹으러 온 하이에나가 아닌, 뜯어먹을 게 많은 아나운서계의 갈비였다. 방송에 임하는 태도나 인상도 워낙 좋아서인지, 불편한 맛이 없고 좋은 맛과 느낌을 시청자에게 선사했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