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 공지영, 왜 재미가 없었나?
9일 방송된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작가 공지영이 출연했다.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즐거운 나의 집' 등을 집필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 날 방송에서 공지영은 부유했던 어린 시절과 소설을 집필했던 계기 그리고 세 번의 이혼 등, 시청자가 궁금해 할 만한 그녀가 인생 단면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그럼에도 방송은 지루하고 따분했다. 공지영의 팬이라면 모르겠지만, 공지영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시청자에겐 특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
무릎팍도사 공지영, 왜 재미가 없었나?
방송이 시종일관 공지영의 입에 정지됐기 때문이다. 무릎팍도사 강호동은 질문을 던지는 기자, 유세윤과 올밴은 단지 공지영의 말을 듣는 방청객에 불과했다. 쌍방향 토크가 아니라 일방적인 공지영의 나레이션이랄까. 그만큼 그녀는 강호동을 비롯한 도사들에게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았다. 때문에 프로그램에 생기가 떨어지고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중에 누가 더 지칠까. 바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다. 말을 많이 하면 지칠 것 같지만, 실상은 말없이 듣는 사람이 쉽게 피곤을 느낀다. 모임에서 이야기가 어느 한사람에게 집중되고, 누군가 그 사람에게 태클을 걸어주지 않으면 분위기가 다운되는 것도 연장선에 있다. 때문에 서로 지치지 않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다. 말하고 들어주고, 들어주고 말하고를 나눠 반복하는 것.
또한 듣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자기 할 말만하고 이야기는 단편적으로 흐른다. 결국 말하는 사람도 지친다. '그랬구나.'라는 호응도 필요하지만, '왜 그랬어?'라는 질문도 있어야, 자기가 생각했던 이야기의 틀속에서 빠져 나와, 때론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 계기도 된다. 그래서 대화가 중요한 것이다.
무릎팍도사 강호동이 잘하는 것이 태클이다. 순간 잽을 날리듯이, 게스트가 감추고 싶은 속내를 은근슬쩍 꼬집고 뒤집는다. 물론 게스트가 당황할 수도 있지만, 사실 토크쇼에 나온 것은 자기 논파에 그치지 않고, MC라는 상대방 그리고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솔직한 것도 좋지만, 게스트가 MC에게 자신을 맡길 줄 아는 배려도 필요한 것이다.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초반에 늘상하는 강호동의 기선제압용 퍼포먼스를 공지영은 정색하며 강호동의 목소리가 크다고 면박을 줬다. 오히려 강호동이 기선제압을 당했던 게 방송이 지루하게 이어진 단초였다. 말 잘하는 게스트 공지영은 호스트인 강호동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시작했다.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MC와 게스트가 주객전도된 느낌마저 들었고, 공지영이 공지영이란 책을 읽는구나라는 인상도 주었다.
한편으론 강호동과 무릎팍도사가 변화를 줘야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릎팍도사의 패턴을 게스트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럴수록 준비된 게스트에게 강호동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제약을 받는다. 새로움을 끌어낼 수 없고, 여느 토크쇼와 차별을 줄 수 없게 된다.
무릎팍도사의 장점은 정통토크쇼형식을 갖췄음에도 예능이 색깔이 진하게 베어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비연예인이 나와도 재미가 느껴지고 내용에 쉽게 몰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무릎팍도사는 웃음과 재미보단 진정성에 무게를 무겁게 두기 시작했고, 덕분에 게스트의 태도에 따라 지루함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공지영 편은 지루함의 정점을 찍고 있었고, 유세윤과 올밴은 물론 무한체력 강호동마저 공지영의 일방적인 얘기에 녹아들지 못해 이날 만큼은 다소 지쳐보였다. 당연히 지켜보는 시청자도 지칠 수밖에 없다.
강호동은 무릎팍도사일 때 빛나지, 진정성도사일 때는 매력이 반감된다. 유세윤과 올밴도 마찬가지다. 그들 캐릭터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고 드러낼 때, 무릎팍도사는 재미와 감동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게스트는 도사들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도사들이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게끔 좀 더 열린 자세로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웃음이든 진정성이든 어떤 것이든 시청자가 호감을 가지고 반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