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수영대회, 수영장에서 웬 목욕?
MBC설날특집 <아이돌스타 육상수영선수권대회>가 5일과 6일 이틀간 방송됐다. 샤이니의 민호는 육상 허들과 수영 50M 및 높이뛰기를 석권해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대회의 포커스는 민호가 아니었다. 수영대회에 참여한 여자아이돌이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등 실질적인 주연을 담당했다.
방송전부터 여자아이돌에게 수영복을 입힌다는 이유로 선정성논란을 낳았고, 5일 방송에서는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수중발레) 공연을 펼친 레인보우가 논란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어 6일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 모은 여자아이돌의 50M 수영경기가 전파를 탔다.
아이돌수영대회, 도를 넘은 선정성논란
수많은 선정성논란을 봐왔지만 이번처럼 황당한 논란도 드물다. 수영장에선 수영복을 입는 게 당연한 에티켓임에도, 그걸 선정적이라고 꼬집는 건 도를 넘은 발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수영복에다 코트라도 걸치고 수영을 해야 하나.
노출이 과한 수영복을 여자아이돌에게 입혀 방송한 게 문제? 그렇다면 또래인 정다래가 광저우아시안게임 수영에서 금메달을 따는 장면은 선정적이라서 편집해야 된다는 논리와 뭐가 다른가. 전국 수영장에 ‘19세미만 여자는 수영복입고 출입금지’ 딱지라도 붙여야 해결될 억지논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조선시대도 아닌데 걸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은 특히 유별난 것 같다.
수영은 다수의 국민이 즐기는 친숙한 스포츠다. 건강한 운동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야말로 위험하다. 선정적이란 민망한 단어를 수영이란 건전한 스포츠와 자꾸 결부시킬수록, 오히려 수영이란 운동이 품고 있는 본래의 장점과 취지는 퇴색하고, 없어져야 할 그릇된 인식만 생겨나고 부풀려질 뿐이다.
여자아이돌이 노래하는 무대위에서 수영복 혹은 비슷한 노출수위에 복장을 입고 출연한다면 선정성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수영장에 수영복을 입고 나온 것마저 문제를 삼는다면 곤란하다. 오히려 마치 아이돌수영대회가 다 벗고 수영하는 것마냥 선정성을 조장하는 빗나간 여론몰이야말로 잘못된 게 아닐까.
수영장에서 웬 목욕?
경기력에 초점을 맞추면, 무대가 아닌 물속을 가르는 여자아이돌간에 치열한 경쟁을 볼 수 있어 새로웠다. 민낯노출을 두려워않고, 수영선수를 연상시킬만큼 무호흡으로 결승점을 향하는 그녀들의 승부욕과 프로정신은 칭찬이 아깝지 않다. 그 결과 40초 수중발레로 굴욕을 맛봤던 걸그룹 레인보우가 와신상담, 고우리와 김재경을 앞세워 1,2위를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경기외적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중계를 맡은 ‘김용만-김성주’ 콤비는 예능과 스포츠를 적절히 오가게끔 만들며 빛을 발했다. 같은 종목의 반복된 경기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상황을, 김용만-김성주는 시종일관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프로그램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수영대회의 경우, 선정성논란에 민감할 수밖에 없던 두 사람은 예능의 돌파구를 목욕에서 찾아냈다. 수영에 준비운동은 필수다. 입수 전 준비운동으로 체온을 높이고, 물안밖의 온도차로 인한 심장과 혈압의 변화를 줄이는 방법으로 미리 물을 몸에 적시는 과정도 필요하다.
때문에 여자아이돌들도 대다수 입수 전 몸에 물을 묻혔었다. 근데 김성주는 이를 보며 목욕을 한다고 표현했다. 목욕을 하는 여자아이돌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씨스타의 다솜을 꼬집기도 했다. 이에 김용만도 저런 모습 안 좋다며 김성주를 거들었다. 준비운동장면을 목욕에 빗대어 예능으로 풀어낸 중계덕분에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자칫 무겁게 풀 수 있었던 초반 분위기를 한순간에 해소시킨 목욕멘트는 압권이었다.
돌이켜 수영대회를 열어 여자아이돌에게 수영복을 입히고 노출을 조장했다는 무거운 시선보단, 고만고만한 포맷과 말장난으로 아이돌을 소비하는 초록동색 예능프로그램들과 차별을 뒀다는 점. 아이돌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기량을 뽐내는 운동회를 열어줬다는 가벼운 시선으로 보면, 적당한 긴장감과 재미를 가져온 아이돌스타 육상수영선수권대회는 전파낭비수준으로 비난받을 방송은 분명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