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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대표, 카라 퇴출발언 왜 나왔나?

바람을가르다 2011. 1. 22. 08:42






지난 20일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연봉조정신청을 냈던 롯데자이언츠의 이대호가 구단제시액 6억 3000만원을 수용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대호는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해 MVP이자 타격 7관왕이었던 이대호의 연봉 7억 요구는 야구팬들이 보기에도 절대 무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KBO는 선수나 팬들의 시선따윈 안중에도 없었고, 예전부터 그래왔듯이 구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쉽게 얘기해서 KBO와 구단은 한통속이란 얘기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사례가 가요계에서 또 다시 불거졌다. 바로 인기 걸그룹 카라의 계약해지 논란이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 진출해 커다란 성공의 결실을 맺은 걸그룹 카라. 소녀시대와 함께 일본에 한류 붐을 선도하던 와중에 소속사와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법적분쟁으로 번질 우려뿐 아니라, 카라가 해체될 지도 모른다는 팬들의 걱정을 낳고 있다.

현재 카라는 소속사 DSP미디어에 남은 박규리-구하라와 법정대리인을 내세운 한승연-정니콜-강지영으로 나뉜 상태다. HOT, 동방신기에 이어 카라까지, 소속사와 해당가수들의 분쟁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지만, 일명 ‘노예계약’이라 부르는 불평등한 계약조건이 개선됐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획사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곪아있던 카라의 문제가 터진 것이다.




김광수대표, 카라 퇴출발언 왜 나왔나?

21일 카라 3인의 법정대리인은 기자회견을 갖고, 카라 5인이 해체되는 일은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는 원칙아래, 매니지먼트 전문가를 통해 신뢰와 전문성을 가지고 멤버들을 뒷받침해주길 바란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또한 항간에 나도는 돈문제는 핵심에서 벗어났으며, 소속사의 신뢰회복이 급선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돈이든, 처우개선이든, 신뢰회복이든 카라와 소속사간에 불거진 계약해지논란이 깔끔하게 봉합되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이 카라 사태에 본격적으로 개입해 중재에 나선다고 밝혔다. 인기 걸그룹 카라가 해체되는 상황을 눈뜨고 지켜볼 수 없고, 양측의 입장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의점 도출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중에 티아라, 씨야, SG워너비를 키워 낸 음반제작자이자 코어컨텐츠미디어 김광수대표가 카라 3인이 탈퇴를 강행한다면, 가요계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강경발언을 연제협측에 요구했다는 기사가 터져 나왔다. 카라 3인이 다른 기획사로 이적하기 위해 팀을 이탈한 것이라면 추후 가요계의 복귀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수대표는 기획사가 가수를 성공시키기 위한 열정과 애정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며, 무책임한 활동중단보다는 카라와 소속사가 대화를 통해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대표의 발언은 실질적으로 카라의 소속사인 DSP미디어에 손을 들어준 것이며, 이번 계약해지소송에 또 다른 기획사가 있다는 카라의 배후설과도 맞물려 있다.




그렇다면 김광수대표가 카라 3인방(한승연-정니콜-강지영)의 퇴출을 거론한 강경발언에 배경은 무엇일까. 단순히 카라와 DSP간의 문제로만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산업에 구조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한 풀기 힘든 카라 3인방의 요구를 기획사대표입장에서 눈뜨고 지켜볼 수 없었던 것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카라’라는 빵이 있다. 그 빵은 공장에서 생산이 되면, 영업 등을 통해 마트에 진열되고 소비자가 구입하는 과정을 밟는다. 근데 마트에서 거부를 하면 빵을 만들어도 팔 수가 없다. 마트에는 카라 빵뿐 아니라 수많은 빵들이 놓여있고 경쟁을 통해 팔리기 마련이다. 카라 빵이 없어도 마트는 돌아간다. 때문에 공장주들은 저마다 마트사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한다. 한번 거래를 트면 다음 신제품도 쉽게 납품할 수 있다.

때문에 마트사장은 종종 공장주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특정 상품을 끼워팔 수 있게 한다던가, 향응을 요구한다던가 등에 식이다. 공장주는 다음을 위해 거부하기 힘들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제품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비단 마트사장 뿐이겠는가, 광고 및 마케팅 등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매단계마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위치할수록, 관행처럼 굳어진 이러한 틀을 깨고자하는 분위기를 달가워하는 관련 이해집단은 드물다.

즉 다윗이 된 카라 3인방은 표면적으론 소속사와 갈등을 빚고 소송을 준비했지만, 실질적으론 엔터테인먼트시장이란 골리앗과 맞서야 했던 셈이다. 그리고 중재에 나서겠다는 연제협이나 김광수대표의 발언 등은 카라 3인방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카라가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노사문제로 일시적으로 공급이 중단되면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제품내 성분에 문제가 제기되면 소비에 앞서 거부감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빵맛이 있다 없다 정도로 평가한다. 근데 성분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성분중에는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 좋은 건 오래도록 각인된다. 재생산된다해도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사실이든 아니든 박규리 왕따설에 구하라 배신돌이란 부정적인 성분이 들어갔다고 믿는 소비자가 생겼다. 음모론이라 해도 부정의 요소는 소비자의 기억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된 건, 카라가 박규리-구하라와 한승연-정니콜-강지영으로 분리됐기 때문이다. 부당한 처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소속사에 맞서기 위해선 최소한 5인이 함께 시작했어야 했다. 그래도 이길까 말까한 싸움이었음에도, 소속사뿐 아니라 관련된 업계의 이해집단에게까지 빈틈을 보인 것이다.




설사 카라가 공중분해된다해도 가요계는 그다지 타격을 입지 않는다. 진정한 카라팬이 아니라면, 현재의 논란도 네티즌에겐 잠시 소비하고 버리는 비일비재한 연예계 이슈중에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카라의 안티팬이나 DSP와 경쟁적 구도에 놓여 있는 소속사로선 미소지을 일이다. 또한 해당업계는 인기 걸그룹 카라를 희생양으로, 차후 발생할 제 2의 카라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는 본보기로 삼을 수 있다. 타소속사대표인 김광수대표의 발언은 외부든 물밑이든 예고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동방신기에서 나온 JYJ가 아니라, 대형기획사 SM엔테테인먼트에 소속된 아이돌 가수 전부가 합심해 노예계약에 반기를 들었다면 연예산업의 구조적모순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지 모른다. 즉 JYJ나 카라처럼 각개전투로는 구조적으로 힘겨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멤버들마저 흩어진 상황에 각종 루머로 이미지마저 추락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모래알로는 성을 쌓을 수 없다. 프로야구에 FA제도가 도입되고 선수들의 처우가 일부라도 개선될 수 있었던 건, 구단의 강압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송진우, 양준혁 등 당시 야구의 인기를 견인한 다수의 선수들이 모여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두명의 힘이 아니었다. 시즌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에 KBO와 구단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일부라도 허용했다.

최근 연봉조정신청에서 이대호가 패할 수밖에 없었던 건, 여전히 공존하는 이해집단의 높을 벽 때문이다. 이대호가 아무리 슈퍼스타여도, 한명쯤의 희생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KBO와 구단들이다. 이대호가 홧김에 은퇴선언을 해도 눈도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반발할 경우 괘씸죄를 적용할 여지마저 있다. 이대호가 없어도 프로야구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쉽게 말해 연제협은 KBO, DSP와 김광수는 구단주, 카라는 이대호다. 카라가 해체된다면 누가 그녀들을 지켜줄 것인가. 법정대리인? 소속사? 팬? 실질적으로 그녀들의 인기와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현재로선 카라와 소속사 모두 냉정하게 판단할 시점이다. 법정대리인과 부모님을 앞세워 기자회견을 하고 팬들에게 호소하는 방식으론 현재의 시장구조에선 힘겨운 싸움일 뿐이다. 대중의 응원이 가라앉기 전에 카라 5인이 뭉치는 게 최선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속사에게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원만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