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이경규가 간다, 양심냉장고>,<칭찬합시다>,<느낌표! 책책책을 읽읍시다>와 같은 대박코너를 만들어낸 예능계의 미다스손 김영희PD. PD연합회장으로 잠시 외유를 떠났던 그가 현역으로 복귀한다고 한다. 그의 프로그램을 즐겨보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의 공백기를 뚫고, 어떤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마음의 또 한번 사로잡게 될 지 무척이나 궁금한 시점이다.
예전의 감각을 살릴 수 있을까?
버라이어티에 현실불가라고 생각했던 ‘공익’을 심고 열매를 맺었던 그가, 리얼버라이어티가 주도하는 현재의 흐름에서, 또 한번의 변곡점을 찍는 새로운 기획으로 예능계의 트렌드를 바꾸고, 선도해 나갈 수 있을까?
해낼 것이라는 느낌표(!)에 앞서,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다.
사실 지나친 기대는 아무리 버라리어티에 잔뼈가 굵은 김영희PD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에게 새로운 것을 요구하기 보단, 적응기를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감을 덧씌우고, 한걸음 더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시청자의 기대감은 통제될 수 없다. 앞서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김영희PD를 바라 본 시청자들은, 런칭도 되지 않은 그의 새 프로그램에 잔뜩 버블 불어넣은 상황이다.
<사진출처 : MBC황금어장>
입사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프로그램을 내놓고자 했던 김영희PD의 현재 심정은 어떨까?
가벼운 마음으로의 컴백이 무거운 압박을 동반하고, 적잖은 고심을 낳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짐을 덜어 줄, 힘이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과연 김영희PD의 컴백작에 주연은 누가 될까?
과거 그를 돌아보면, 언제나 당대 최고의 MC들이 함께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유재석과 강호동이다.
혹자는 이경규와 다시 뭉칠 것을 예감한다.
사견이지만, 당분간 이경규와 김영희PD는 함께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컴백은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를 동반한다. 기존을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벗겨내고 싶은 충동. 특히나 음악이나 TV프로그램과 같이 세대를 불문하고 소비성이 강한 경우, 이전과는 다른 색깔로 바탕으로 깔아줌으로써 구매욕을 부추길 수 있다.
<양심냉장고>등으로 한 때 그의 페르소나였던 이경규. <복면달호>가 100만을 돌파했을 때, 이경규가 제일 먼저 전화를 걸었던 사람은 가족이 아닌 김영희PD였다고 말한 사실에서 보듯이 두 사람은 동료를 떠나, 두터운 우정을 나누는 친구다. 그러나 일은 다르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잘 안다는 사실은 아는 색깔만 고집하고, 아는 색만 뽑아 쓰게 만드는 단점을 동반한다. 그림이 바뀌어도 색깔은 같을 수 밖에 없는 지루함. 콜렉터가 아닌 이상 그림의 매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금의 김영희PD에겐 누가봐도 신선한 그림이 필요하다.
혹은 누구에게나 잘 팔리는 그림이 필요하다.
신선하지 못할 바엔, 잘 팔리는 유재석과 강호동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유재석은 김용만과 함께, 느낌표 <책책책>을 통해 김영희PD와 만나 시청자에게 독서에 대한 열풍을 불러오며, 기적의 도서관을 세웠던 공적이 있다. 비단 김영희PD뿐 아닌, 현재 모든 피디들이 탐을 내는 최고의 MC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지금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모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놀러와>, <해피투게더>, <무한도전>, <패떴>. 어느 하나 구멍이 없다. 특히나 무도와 패떴의 경우, 야외촬영을 동반한 강행군의 연속이다. 이 상황에 굳이 무리를 해가며 한 프로그램 더한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김영희PD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
반면 강호동의 경우는 여유가 있다.
<1박2일>과 <무릎팍도사>는 최고의 자리에서 순항중이나, 최근 안정된 포지션을 구가하던 <스타킹>이 조작설에 연루된 것도 아쉽지만, 침체늪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야심만만2>의 경우는 버리는 카드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같은 4개의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나 <무한도전>의 유재석보다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강호동은 현재 김영희PD가 가장 탐내는 MC라고 여겨진다. 강호동과는 한번도 호흡을 맞춰본 적 없다는 것이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최고MC 강호동과 최고 PD 김영희가 만나면 어떤 그림에 어떤 색깔이 나올 지 아무도 본 적이 없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슈가 된다. 김영희는 강호동의 어떤 점을 발견하고 어떤 부분을 부각시킬 것인지, 강호동은 김영희를 통해 어떤 형태로 업그레이드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진출처 : 마이데일리>
극구 사양했던 <무릎팍도사>출연이, 과연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싶어서만 일까?
강호동에 대한 물밑작업이 들어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보여질 수 있다.
강호동만큼 김영희에게 신선한 재목도 없을 뿐더러, 그 처럼 잘 팔리는 MC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만약 강호동의 섭외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준비된 카드는 있을까?
<칭찬합시다>의 김국진, 김용만카드를 차선책으로 꺼내들 수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끼를 살리지 못한 채, 침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몰래카메라>이후, 영화<복수혈전>으로 쓴잔을 들이키며 서서히 몰락하던 이경규를 <양심냉장고>로 다시 살려낸 사람도 김영희였고, 버라이어티의 패전처리용으로 무너지던 김용만에게 <칭찬합시다>로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것도 김영희다. 만담콤비로는 최고인 김국진과 김용만을 다시금 불러와 옛영광을 찾으려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희PD의 손을 거치지 않더라도 김국진, 김용만은 서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더듬게 된다. 지난 연말 MBC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 보여준 두 사람의 입담이 무척이나 인상깊게 남아 있다. 그들이 다시 입을 맞춘다면, 서로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김영희PD가 누구와 손을 잡게 될 것인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강호동의 행보를 주목하는 것이, 정답으로 가는 지름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