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프린세스, 복근노출-날로 먹는 송승헌?
13일 방송된 <마이프린세스> 4회에서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공주 이설(김태희)의 이집트 유학이 무산되고, 대한그룹 회장 박동재(이순재)에 의해 이설이 황실에 입궐하는 과정까지 그려졌다. 공주 이설로 인한 황실 재건을 막고, 대한그룹의 재산을 상속받으려던 박해영(송승헌)의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마프 4회가 흘러 간 내용과는 별도로 이날 방송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건 박해영(송승헌)의 샤워신이었다. 이설을 이집트로 빼돌리려 했던 해영의 계획을 알게 된 박동재가 불같이 화를 냈고, 해영과 애비가 똑같다는 말을 한다. 해영은 동재가 아버지를 버렸던 이유가, 황실 재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했다.
가족보다 황실을 우선에 두는 동재의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핏줄을 내치고, 황실과 이설을 위해 전 재산을 환원하려는 동재의 계획에 더욱 동의하기 힘들어진 해영. 아무리 이설이 궁에 들어가고 황실을 재건해 죽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려해도, 해영이 그 과정을 어떻게든 방해해 이설과 황실을 몰락시켜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추가된 격.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고 현재 상황에서 결코 냉정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샤워를 한 셈이다. 덕분에 송승헌의 조각같은 식스팩을 브라운관을 통해 친절하게 안내했고 눈이 호강했다고 생각한 여성시청자가 많았을 것이다.
송승헌 복근노출-날로 먹는 캐릭터?
사실 샤워신이 굳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박해영의 복잡한 심경을 말끔하게 정화시켜줄 수 있는 에피소드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여심을 잡는데 복근노출만큼 효과적인 것도 드물다. 특히나 송승헌과 같은 완벽한 식스팩이면 금상첨화. 고로 송승헌의 복근은 일종의 드라마 홍보용이자 팬서비스차원이 강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론 다소 심심했던 박해영이란 캐릭터를 만회한 측면도 있었다. 그동안 <마이프린세스>의 초반 인기가도를 견인했던 인물은 이설 김태희였다. 김태희의 원맨쇼라고 해도 될 만큼, 그녀가 좌충우돌하며 극의 생기를 불어넣고 있을 때, 송승헌은 이름뿐인 차도남과 까도남을 오갔다. 그만큼 박해영이란 캐릭터가 주는 재미가 약했다. 캐릭터의 밋밋한 재미를 그나마 송승헌이란 비쥬얼로 메꾸고 있었던 상황이다.
무난한 로맨틱코미디를 쫓다보니, 박해영이란 인물은 어중간한 냉온을 오가기 마련이다. 돈을 쫓는 속물로 박해영이 극단적으로 차가운 남자였지만 이설을 만나 점점 따뜻한 남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이설에게 오락가락 미지근하게 접근하는 박해영의 캐릭터로는 송승헌이 힘을 쓸 수가 없다. 현재의 박해영은 송승헌의 연기 폭을 상당히 좁혀 놓았고 캐릭터가 주는 매력도 이설에 비해 뒤쳐져 있다.
또한 박해영이 뱉는 대사는 허당스러움보단 건조하다 못해 유치할 정도다. 예를 들면, 횟집에서 건이(이기광)가 이설을 보고 누나 참 예쁘다고 했을 때, 해영이 뱉은 대사가 '눈병났나보네.'였다. 차라리 입다물고 있는 게 나을 법한 대사를 송승헌에게 안겨 주니, 상대적으로 통통튀는 대사가 많은 김태희가 더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캐릭터의 악조건속에서도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던 건 송승헌의 비쥬얼덕분이다. 비쥬얼이 받쳐주니 썰렁하고 유치한 농담을 해도 용서가 되고, 김태희를 향한 송승헌의 행동 하나하나가 맘에 드는 것이다. 여기에 완벽한 복근까지 공개했으니 여성시청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킨 셈이고, 날로 먹어도 좋은 만한 캐릭터가 완성되어가는 모양새다.
박해영을 딱 부러질 정도의 확실한 캐릭터로 구축했다면 어땠을까. 냉철하든 허당이든 확실한 극과극에서 시작해야 할 초반부에, 냉온을 오가며 미지근하게 그려지고 있는 박해영을 보면 상당히 아쉽다. 현재로선 대표 비쥬얼배우 송승헌이기 때문에 용서되는 캐릭터이지만 반대로 송승헌의 이름값에 비해 부실한 캐릭터이고, 사실상 송승헌의 매력을 반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제작진이 앞으로 좀 더 박해영의 캐릭터를 맛좋게 살려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