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예고편의 결정적 실수!
지난 2일 해피선데이 <1박2일> 글로벌특집 2탄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하는 1박2일’ 1편을 지켜 본 시청자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훈훈한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이 있는 반면, 국내 거주중인 외국인의 내국인에 대한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굳이 외국인특집까지 동원하며 외국인을 미화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이번 특집이 위와 같은 논란을 감수하고 남을 정도로 재미는 줄 수 있었는가. 재미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이명한에서 이동희로 CP가 바뀐 후, 1박2일에 누적된 정체성과도 맞물린다. 예능에서 의미를 찾는 다큐로 치닫고 있다. ‘리얼야생로드버라이어티’를 외치면서도, 야생보단 리얼로드다큐, 인간극장으로 중심추가 옮겨가는 모양새를 띤다. 덕분에 웃음보단 감동에 목메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1박2일, 예고편의 결정적 실수!
재미의 코드에는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다. 그러나 1박2일이 예능이란 측면에서 접근할 때, 감동은 5%내외, 웃음이 90%이상을 차지해야 황금비율이라 할 수 있다. 1박2일은 웃음과 감동이란 두마리 토끼를 매번 자연스럽게 잡아냈다. 그러나 예능에서 감동은 일종의 보너스지, ‘외국인근로자특집’처럼 목적이 되면 곤란하다.
2편의 예고를 보면, 강호동이 눈물을 참는 장면과 이승기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 이수근-은지원-김종민이 안타까워하는 장면이 차례로 나온다. 까르끼를 비롯한 외국인출연자들이 1박2일 멤버들을 감동시켰음을 알 수 있고, 이것이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이되길 바라는 제작진의 의중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고편은 제작진의 명백한 실수였다.
외국인특집이 작정하고 만든 감동프로젝트로 비치기 때문이다. 과거 ‘집으로’편을 예를 들면, 1박2일은 감동을 뽑기 위해 누구를 대동하고 그곳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외지의 낯선 곳을 찾아가니 부모님같은 마을주민들이 있었고, 그 분들과 즐겁게 어울리다 보니 헤어질 때 쉽게 정을 떼지 못해 눈물이 흘렀고 지켜보던 시청자도 동화됐다. 1박2일의 감동은 늘 그런 패턴에서 나왔다. 그들의 여행 목적은 분명 웃음을 통한 재미였는데, 끝날 때가 되니 의도하지 않았던 감동이 보너스처럼 따라오는 효과.
감동이란 작정하고 접근하면 반감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예능에선 제작진도 출연진도, 아예 감동이란 코드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비워진 공간에 감동도 찾아오는 것이지, 감동부터 쑤셔놓고 그곳을 향해 달려가고 시청자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면, 결국 억지감동 소리를 피할 수 없고 과정에서 터진 웃음도 거품처럼 사라진다.
예능이 감동이란 이정표를 세우면 시청자는 거부감이 앞서고 부딪힐 감동의 크기도 반감된다. 아무리 자연스러운 감동을 연출했다해도 예고에서 미리 노출해버리는 악수는 두지 말았어야 했다. 더군다나 지루하게 반복된 인간제로게임을 30분가량 봐야했던 지난 방송은 최악의 재미를 선사했다. 강호동과 이수근조차 리액션이 안 되는 외국인을 데리고 웃음을 뽑기가 힘들었고 2편의 기대감을 무너뜨린 상황이었다.
한국어가 낯선데다 예능감도 없으니 당연할 수 있겠지만, 시청자로선 멤버들이 모두 모인 2편에선 웃음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 또 다시 눈물드라마를 예고하고 있으니 보기도 전에 실망감이 앞설 수밖에 없다. 예능임을 망각하고 감동만능주의 함정에 빠져 외국인근로자를 섭외하고 불필요한 논란만 양산했다는 쓴소리가 터져 나온다. 재미에 대한 기대치는 떨구고, 감동을 홍보했지만 결국 감동마저 반감시킨 예고편은 환영받을 수 없는 이유다.
연초에 주는 느낌은 강하다. 작년과의 단절 그리고 시작의 느낌을 주기 때문에 시청자의 흡수만큼이나 이탈도 가장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아무리 일요일저녁에 절대강자 1박2일이라 해도, 연초에 실망을 안기면 그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외국인근로자특집이 외국인 미화라는 논란에 노출된 것보다 우려스러운 건, 예능이 주는 재미는 뒷전이고 억지감동에 실망만 낳을 가능성이 높아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스케일을 키우며 감동메커니즘을 통해 자꾸 1박2일의 장점과 색깔을 흐리는 제작진의 행보가 과연 옳은 것인지 반문할 시점이다.
일단 연초에는 초심이다. 외부인을 개입시키기보단 멤버들이 의기투합해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았을까. 1박2일의 강렬하고 개성있는 색깔, 야생과 복불복의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혹한기대비캠프가 이뤄져야 할 시점에, 제작진이 무리한 감동의 느낌표로 새해를 연 것 같아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