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무릎팍도사 박칼린, 사랑에 필요한 무기는?

바람을가르다 2011. 1. 6. 09:40





5일 방송된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이 출연했다. 그녀는 지난 해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 합창단을 통해, 하모니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안방에 고스란히 전달하며 상상 그 이상의 화제를 뿌렸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21세기 리더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해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새해를 여는 강호동의 무릎팍도사 게스트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박칼린. 그녀는 그동안 시청자가 궁금해했던 음악감독 박칼린, 리더 박칼린 그리고 여자 박칼린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아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무릎팍도사 박칼린, 사랑에 필요한 무기는?

박칼린은 리더쉽을 수직이 아닌 수평의 관계에서 찾았다. 리더란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중요성을 느끼고 장단점을 격이 없이 나누고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리더가 되는 밑바탕임을 밝혔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인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난 박칼린의 성장기를 중심으로 시작된 토크에서, 그녀가 왜 리더가 될 수 있었는지 이미 답이 나왔다고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예민할 수 있는 시기에 문화적 충격을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개성이 넘치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방법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여기엔 박칼린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녀의 자존감을 세워준 부모님의 역할을 컸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즉 박칼린의 리더쉽은 한번에 정립된 것이 아니라 살아온 그녀의 삶속에 차곡차곡 쌓였다는 방증이다. 언뜻 박칼린의 리더쉽이 평범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녀가 리더로서 리더쉽을 구현하고 풀어내는 내공은 비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칼린은 명창이자 인간문화재 故박동진선생님과 일화도 소개했는데,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제자로 받아들인 일화는 상당히 인상깊었다. 박동진선생이 돌아가시기전 그녀를 전수자로 삼고 싶어 하셨으나, 당시 미국 국적을 가진 박칼린을 재단에서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이 국악을 하고, 재단의 지원금이 박칼린에게 가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대목이었다.

한편 강호동은 박칼린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도 거침없이 던졌다. 시청자로선 리더 박칼린이 아닌 여자 박칼린에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긁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딱 한번 사랑한 사람이 있고, 종교도 바꿀 수 있을 것만큼 사랑했다고 밝혔다. 다만 짝사랑이었고 결혼할 수도 없는 상대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연하남이냐는 질문에 연상을 좋아하기엔 본인의 나이가 적지 않다며 웃었고, 한국인이란 질문에는 맞다고 대답했으나 서울에 사냐는 물음에는 더이상은 위험하다며 위기(?)를 마무리짓는 센스도 보였다.


또한 박칼린은 영화 <아리비아로맨스>의 주인공 피터오툴을 이상형으로 꼽으며, 독신주의자는 절대 아니나 결혼서약으로 사랑이 완성된다고 보지 않는다는 그녀만의 사랑관도 피력했다.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진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서로의 삶에 불을 지펴줄 수 있는 땔감같은 연인으로 발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 날 박칼린이 새롭게 보였던 건 그녀의 에피소드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박칼린은 지난 해 남격합창단이 인기몰이중에 있을 때, 케이블방송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초대된 적이 있었다. 그녀의 인생철학이라던가, 뮤지컬감독으로서 성공할 수 있던 배경은 백지연의 토크쇼를 통해서도 일정부분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딱딱하고 차분한 분위기와 직업적인 냄새가 강했던 교양토크쇼에선 인간 박칼린의 깊이나 자연스러움을 끌어내는 데엔 2%이상 부족했다. 포커페이스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반면 무릎팍도사에서 박칼린은 적극적인 액션과 리액션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스스럼없이 드러냈고, 강호동도 리더나 음악감독 박칼린을 넘어, 여자 박칼린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있었다. 무릎팍도사에서 박칼린은 그녀가 들고 온 고민대로 포커페이스가 제대로 유지되진 못했고, 덕분에 인간미는 더욱 느껴졌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여자 박칼린을 끌어낸 진행자 강호동의 능력도 잘 발휘됐지만, 박칼린이 교양과 예능의 선을 잘 알고 시청자와 교감하는 방법을 잘 알았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 박칼린의 철학, 그녀의 리더쉽대로 방송에 임했던 것이다. 방송의 눈높이, 시청자의 눈높이, 그것이 수직이 아닌 수평.

리더 칼린스마가 아닌 여자 박칼린에게 필요한 것중에 하나가 사랑이고 그녀의 말처럼 땔감이 되어줄 연인이다. 한편으론 여장부, 마녀, 강한 리더라는 선입견이 그녀의 사랑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박칼린 본인의 리더쉽인 수직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의 교감이 가장 잘 먹히는 것도 사랑이다. 이제는 그녀의 리더쉽을 뮤지컬뿐 아니라 사랑에도 잘 접목시킬 때가 아닌가 싶다. 부디 좋은 인연 만나 뜨거운 사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