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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대상, 진짜 듣고 싶은 수상소감은?

바람을가르다 2011. 1. 1. 11:22





MBC연기대상 ‘동이’ 한효주와 ‘역전의여왕’ 김남주의 공동대상에 이어, 31일 방송된 KBS연기대상에서는 ‘추노’ 장혁이, SBS연기대상은 ‘대물’ 고현정이 수상함으로써, 2010년 연기대상의 주인공들이 가려졌다.

방송3사 연기대상은 약속이나 한 듯이 공동수상을 남발했고, 수상발표전에 미리 수상자를 예감할 수 있게끔, 참석했던 후보자들에게 상을 배분해 긴장도 재미도 불러오지 못했다. 또한 스태프와 동료연기자뿐 아니라 소속사와 측근들을 챙기는 천편일률적인 수상소감을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시청자는 지루함마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시상식의 진부함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특정배우에 대한 팬심이 작용하지 않는 대다수의 시청자는 결국 과정에 가지를 쳐내고 대상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다른 상들이야 남발하는 경향이 강해 권위나 가치가 바닥을 치는 수준에 머무르기 쉽지만, 그나마 대상은 연기대상의 마지막 자존심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자존심마저 공동대상으로 팔아 먹은 MBC, 자이언트의 정보석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던 고현정에게 대상이란 어울리지 않는 트로피를 선물해 연기력보다 인기에 머리 숙였다는 평을 받은 SBS. 추노가 올 초에 방영했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장혁에게 수여함으로써 유일하게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은 KBS로 축약된다.




연기대상, 진짜 듣고 싶은 수상소감은?

2010년 연기대상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상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공동대상을 배출했던 MBC연기대상, 10대 스타상 등 각종 상을 남발한 SBS연기대상, 수상자 명단 일부가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KBS연기대상.

한편으론 공동대상이 처음 출현한 것도 아니었고, 각종 상을 신설하고 공동수상으로 나눠먹는 행태가 낯선 장면도 아니었다. 수상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됐다고 해도 논란거리로 비치지 않는 건, 시상식에 참석한 후보를 보면 상받을 준비를 하고 온 사람들이 90%이상이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참석자는 거의 없고 수상명단에서 탈락한 후보가 참석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즉 사전에 상을 받기로 약속된 후보들이 시상식에 자리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수상자명단이 유출됐다는 KBS연기대상을 보면, 후보에 오르고도 빈손으로 돌아간 사례가 가장 많았다. MBC연기대상이나 SBS연기대상에 참석한 후보들은 저마다 상 하나씩은 받고 돌아갔다는 측면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의심받고 비판받아야 할 시상식은 3사가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는 연기대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시청자도 대강은 알고 있다. 작품성과 연기력보단 시청률과 스타성에 따라 상이 움직이고, 방송사입장에선 자기식구를 한 사람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각종 상을 남발한다는 것을 알며, 시상식전에 수상여부를 놓고 방송사와 배우간에 사전 조율이 있음을 안다.

그래서 여론이 중요하다. 이러한 시상식의 병폐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키기 위해 시청자의 목소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받아들이는 시청자보단, 방송사의 이해와 실리가 중요시되고 인기배우에게 휘둘리는 현재의 연기대상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불편한 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같은 수준이라면 공중파를 낭비해가며 논란을 생산할 것이 아니라, 방송사에서 배우를 따로 만나 상이든 보너스든 주는 게 낫다.

지금의 연기대상은 연기상보단 인기상에 불과하다. 잣대가 시청률이든 대중의 호감도든 연기력보단 인기가 우선되고, 차후 캐스팅에 있어 타방송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방송사가 미리 선물을 돌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방송사는 연말시상식을 시청자와 함께 나누는 축제의 장이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시청자가 납득할 수 없고, 오히려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해가 바뀔수록 그 강도는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과연 연기대상이 필요한 것일까 반문할 시점이다.

문근영과 고현정이 시청률지상주의나 방송사와 제작사간에 이뤄지는 드라마제작시스템을 비판하는 수상소감으로 화제가 됐다. 용기있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나눠먹기가 판을 치고 연기력보단 인기를 더 중요시하는 연말 연기대상에 대해 쓴소리를 담은 수상소감이나 인터뷰를 하는 배우도 찾아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애초에 기대하는 게 무리일 수 있겠으나, 시청자가 아닌 배우의 입에서 연기대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먼저 나와준다면 진짜 통쾌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