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오빠밴드, 서인영아닌 '서태웅'이 필요하다

바람을가르다 2009. 7. 20. 07:27

 

팀의 리더라고 볼 수 있는 유마에 유영석의 갈비뼈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우려됐던 오빠밴드 5회는 베테랑 김건모와 프로듀서 김창환의 투입으로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김건모의 예능감이 돋보였고, 유마에와 다른 스타일로 팀을 리딩해 주는 것도 볼만했습니다.

 

그럼에도 역시나 유영석의 공백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유영석은 오빠밴드에 음악을 지휘하는 지휘자 역할도 하지만, 때때로 푼수끼 넘치는 아줌마를 자처하는 캐릭터나 뜬금없다는 구박도 당하면서 팀원들에게 얘깃거리를 던져주던 멤버입니다. 그가 빠지니 확실히 팀분위기가 처지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지난 4회를 거치면서 알게 모르게 오합지졸 오빠밴드는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멤버간에 신뢰와 호흡, 그리고 각자의 역할이 굳어져 가고 있었음을 확인케 해주더군요.

 

하지만 5회는 분명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다가 보이는 확 트인 부산을 찾아간 것도 좋았고, 김건모의 콘서트 게스트로 출연한 것도 시의 적절했다고 보여집니다. 해변가가 아닌 갇혀있는 공연장이라 할 지라도,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무대에 올라 <해변으로 가요>에 이은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흥을 돋구기에 충분했으니까요. 오히려, 본격적인 휴가철에 바닷가의 구름떼같은 피서객을 만나기 전을 대비한, 가벼운 몸풀기로 콘서트장을 찾은 것은, 제작진이 템포를 조절할 줄 아는 듯 보였습니다. 어쨌거나 올여름 오빠밴드의 메인이벤트는 탁 트인 해변가에서 불특정다수의 피서객과의 만남이 될 테니까요.



 

문제는 앞으로 입니다.

매번 콘서트장만을 찾을 수도 없고, 여름이 365일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만의 스토리가 분명해야 하고, 매회 얘깃거리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얘깃거리를 만들어야 할까요?

 

지난 번 오빠밴드의 작가분께서는 제 블로그에 남긴 비밀댓글에서, <슬램덩크>가 오빠밴드의 롤모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슬램덩크>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슬램덩크>와 오빠밴드는 너무나도 기가 막힌 매칭입니다.  


도내예선조차 통과해 본 적 없는 북산고교 농구부. 그들에게 전국대회 출전은 꿈같은 얘기일 뿐이죠. 그러나 신입생 강백호서태웅이 가세하면서 오합지졸 농구부는 주장 채치수의 지휘아래 조금씩 틀이 잡혀갑니다. 그 안에서 갈등과 개성강한 멤버들의 불화가 이어지지만, 농구에 대한 그들의 열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 나갑니다.

 

지금은 <오빠밴드>는 어떤가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는 채치수의 유영석, 오빠밴드의 말성꾼 탁재훈강백호로 보여집니다. 신동엽정대만인지, 만년후보 안경선배인지 아직은 구분이 가질 않습니다. 매니저 김구라는 한나선배가 떠오르네요. 



 

그렇다면 서태웅은 누구일까요?


올라운드 플레이 펼치는 듯 보이지만, 아직은 가다듬어지지 않은 정모를 서태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태웅은 북산고를 거의 혼자 이끌며 자신이 모든 걸 해결하고자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고독한 천재입니다. 예능새내기이며, 선배들을 고분고분 따르는 수줍은 정모와 성민은 서태웅이 아닌, 송태섭에 어울립니다.

 

서태웅의 롤이 필요합니다.

보컬이 서태웅의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카리스마가 넘치고, 오합지졸 오빠밴드와 음악적인 각을 이루며, 그들의 포지션과 상반된 캐릭터가 필요한 듯 보여집니다.

 

오빠밴드에 서태웅과 같이 완벽한 보컬이 있다면 어떨까요?

보컬 서태웅을 받쳐주지 못하는 오빠밴드의 실력이 확연히 드러나게 됩니다.
이런 것으로 오빠밴드의 현주소를 정확히 인식시켜주고 이야기거리를 던져줘야 합니다.
과연 천재 보컬과 오합지졸 밴드가 하모니를 이룰 수 있을까

 

보컬은 밴드가 없이는, 밴드는 보컬이 없이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미완성의 공존.

 

물론 처음엔 삐그덕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보컬의 수준을 쫓아가지 못하는 오빠밴드는 보컬에게나 시청자의 눈엔 늘 부족할 수 밖에 없겠죠. 보컬이 가고자하는 방향과 밴드가 가고자하는 방향이 엇갈릴 수도 있구요. 매번 갈등을 보일 수 있겠지만, 2% 어쩌면 그 이상의 부족한 공연을 통해, 다음을 기약하며 화해를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화두를 던져가며 오빠밴드가 성장해가는 모습.

 

동시에 장난기 넘치는 오빠밴드 멤버와 달리, 항상 날이 서 있으며 진지하고 무뚝뚝한 캐릭터 한명쯤은 밴드에 기름칠을 해주지 않을까요?



 

다행히 서인영은 아직 객원보컬에 불과합니다.

서인영이 예능감은 어느 정도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우결>의 신상녀와 같은 그녀에게 적합한 역할에서 빛이 나는 것입니다. <야심만만>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차한 예서 볼 수 있듯이 말이죠. 밴드에서 서인영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파괴력 있는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할 수 있는 메인보컬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태웅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녀의 실력을 받쳐주기엔 부족하고, 극명하게 대비가 될 수 밖에 없는 오빠밴드의 성장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다른 맛이 나진 않을까요?

 

문득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미녀는 괴로워>의 마리아를 부르던, 러브홀릭에 지선씨가 떠오릅니다.
굳이 지선씨일 필요는 없습니다. 예능감은 떨어질 지 몰라도 락을 맛나게 소화할 수 있는 뉴페이스가 시급해 보입니다. 덧붙여 서태웅이 나타나주는 순간부터 오빠밴드의 진정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확보가 된다는 점도 플러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