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자격 김태원, 오죽하면 울었을까?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 멤버로서 김성민이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귀농일기’. 제작진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작은 집을 마련했고, 멤버들은 그들의 힘으로 장판을 깔고 도배도 하고 앞마당에 텃밭도 일구었다. 그들은 도시를 벗어난 곳에, 잠시라도 근심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음에 뿌듯해했고, 자주 그곳을 찾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며칠 뒤, 김국진과 이윤석은 덕구를 데리고 그곳을 다시 찾았다. 두 사람은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행복해했다. 근데 너무 좋으니까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날은 김성민이 마역혐의로 구속된 직후였다. 카메라가 있어 표현은 못했지만, 그들은 김성민을 생각했던 것이다. 좋은 날 좋은 곳에, 더 이상 그와 함께 할 수 없음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그 아쉬움은 소중한 인연들이 모인 송년회로 이어졌다.
남자의자격 김태원, 오죽하면 울었을까?
26일 방송된 <남자의자격> ‘남자, 그리고 송년의 밤’ 시작은 평이했다. 선우와 조용훈의 러브라인을 엮어 방송분량을 채울 때만해도 조미료 향이 강하게 풍겼고, 노래자랑 퍼레이드는 자칫 지루함을 동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영화 드림걸즈 OST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을 부른 이아시와 휘트니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를 소화한 신보경이 남격송년회를 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웃고 즐기다 잊기 쉬운 송년회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 부활 보컬 정동하의 ‘생각이나’가 흐르기 시작했다. 송년회까지 와서 부활의 노래를 부르는 정동하. 자칫 식상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이 식상한 그림이 폭풍감동으로 밀려와 듣고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에 몰아쳤다. 눈물쏟던 이윤석은 자리를 떴고, 김태원은 본인이 만든 노래를 듣고 눈물을 훔쳤다.
항상 난 생각이나 너에게 기대었던 게
너는 아무 말없이 나를 안고 있었고
그땐 난 몰랐지만 넌 홀로 힘겨워하던
그 모습이 자꾸 생각이나
아주 오랜 후에야 내가 알 수 있었던 건
나를 안고 있지만 너도 힘겨워했지
항상 나에게 웃으며 넌 다가왔지만
나에게 항상 너 기대고 싶었음을...
정동하는 4년 가까이 무명생활을 이어오다가 지난 해 <남자의자격> 자전거 미션을 통해, 부활 ‘생각이나’가 첫방송을 타면서 자신도 부활도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 때를 떠올리며 ‘생각이나’를 열창했던 것이다.
이경규를 비롯한 남자의자격 멤버들은 어땠을까. 이 날 따라 귀에 감기는 노래와 가사. 누구보다 김성민이 생각나고 마음도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제작진도 자전거여행 편 일부를 전주 부분에 삽입했고, 멤버들의 목소리안에 김성민도 잡혔다. 찾아온 곳이 너무 좋으니 가을에 한번 더 오자고 다짐했던 우렁찼던 목소리.
김성민의 잘못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김태원. 오죽하면 본인이 만든 노래에 눈물을 참지 못했을까. 김태원은 과거 대마초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때문에 김성민의 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지를 잘 알고, 그가 얼마나 잘못된 행동을 했는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김성민이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을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동하의 노래가 흐르는 동안 김태원에게선, 국민할매로 늘 웃음을 담당했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부활의 리더 모습도 아니었다. 아는 동생의 잘못을 미리 알았더라면, 누구보다 호되게 야단치고 똑바른 길을 걷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에, 눈물을 참지 못한 정 많은 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김태원뿐 아니라, 남격멤버들에게 혹은 남격을 즐겨보는 시청자에겐, 정동하의 ‘생각이나’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 있었다. 그러나 김성민이란 프레임에 갇힌 노래로 그쳤다면, 시청자에게 파고드는 감동의 폭은 좁았을 것이다. 화면상으로 보여지는 아쉬움의 표현들이, 오히려 방송을 빌미로 김성민 죄를 감싼다는 오해와 반발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부활의 ‘생각이나’는 다사다난했다고들 말하는 한 해를 돌아보는 데, 기대이상으로 어울리는 곡이었고, 덕분에 시청자가 느끼는 감동도 소모없이 전달될 수 있었다. 이광기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한해를 추억할 때, 부활 김태원이 작곡하고 정동하가 부른 ‘생각이나’는, 시청하는 저마다의 사연속에 녹아들기 좋았기 때문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송년회를 갖지만, 일반적으로 모이는 것에 의의를 두다보니, 어제보단 오늘을 얘기하고 단순히 웃고 즐기는 시간으로 흐르기 쉽다. <남자의자격> 송년회도 비슷한 과정을 밟는 듯 했다. 그러나 정동하의 ‘생각이나’가 흐르면서, 즐겁고 행복한 순간만 돌아보는 게 송년회가 아니란 사실을, 김태원과 이윤석 그리고 이광기의 눈물이 새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