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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구멍된 성민의 발연기!

바람을가르다 2010. 12. 23. 08:10







2일 방송된 <프레지던트> 3회에서, 여당 새물결미래당 대선후보경선에 참가한 장일준(최수종)은 여비서와 스캔들에 연루된 박을섭(이기열)을 제치고, 지지율 3위로 뛰어오르며 분위기를 탔다. 이어 여론조사 2위를 달리는 신희주(김정난)에게 단일후보 제안을 했고, 동의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일준은 아들 장성민(성민)의 빗나간 효심때문에 위기에 직면했다. 여당의 강력한 대선주자이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김경모(홍요섭)에 대한 비리를, 성민이 신문사 기자를 만나 직접 제보한 것이다. 관련기사가 나간 뒤, 김경모캠프는 해당신문사와 기자를 고발하고, 제보자를 찾아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책을 준비한다.




철없는 아들이 개입된 것도 불편하지만, 김경모가 무혐의라고 확신하는 장일준과 그의 캠프는, 판을 접어야 할 난관에 고심이 깊어진다. 일준의 아내 조소희(하희라)는 친정오빠가 총수로 있는 대일그룹의 자금을 동원해, 기자 및 관련자의 입을 막아 조용히 일을 수습하려 든다.

그러나 아내와 생각이 다른 일준은, 김경모의 출판기념회를 직접 찾아가 수많은 취재진앞에서 김경모와 관련된 비리기사는 잘못된 것이며, 자신의 아들이 제보자임을 밝혀 주위를 놀라게 만든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생각하는 일준은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솔직한 그의 사과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장일준은 김경모가 내세운 대선공약중에 하나인, 신도시개발건에 대한 재원마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내세워 김경모 대선공약에 약점을 파고든다. 기자들 앞에서 난처하게 된 김경모는,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자신에게 득이 없는 TV토론을, 오히려 장일준에게 제안하며 궁지에서 벗어난다. 결국 김경모를 TV토론장으로 끌어낸 장일준이 위기에서 역전타를 날린 셈이다.




프레지던트, 구멍이 된 성민의 발연기!

경선과정을 드라마틱하면서도 현실감있게 그리는 <프레지던트>. 3회에서 드러난 장일준의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장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장일준은 <대물> 서혜림(고현정)과 다르게 이상과 감성을 쫓지 않는다. 유권자의 심리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이용한다. 또한 상대후보의 약점을 최대한 꼬집고 공격한다. 포지티브든 네거티브든 가리지 않는다. 현실정치에서 빈번한 진흙탕싸움은 하되, 방법에서 불법은 동원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반면 승리를 위해 불법을 마다않는 아내 조소희는, 장일준에겐 힘인 동시에 짐일 수밖에 없다. 전략에서 접근방식이 다른 부부의 갈등은 극을 흥미롭게 만든다.

체계적으로 짜인 조연들의 캐릭터들도 적재적소에서 빛나고 있다. 이들이 빚는 조화와 경쟁 그리고 암투가, 실제 대선레이스를 방불케하는 내용의 재미를 견인하고 있다. 아쉬운 건 내용보다는 연기력이고, 아이돌출신 트랙스 제이와 수퍼주니어 성민에서 불거지고 있다.




주연급인 유민기역에 제이는 신인치곤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화면장악력이 떨어지다보니, 밋밋한 긴장감을 도출한다. 딱 욕먹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이랄까. 반면 비중이 작은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장성민역에 성민은 등장할 때마다 거슬린다. 다른 배우들에 연기력이 출중한 터라, 성민의 발연기는 더욱 티가 날 수밖에 없다.

어투와 표정이 캐릭터뿐 아니라 상황과도 어울려야 하는데, 대사는 국어책을 읽듯이 단조롭게 뽑는다. 표정은 나름 맞게 구사하는 듯 싶은데, 어설프고 부담스럽다. 특히 3회에서, 장일준이 아들 성민을 꾸짖을 때, 성민의 말투와 표정은 안습 그 자체였다. 격한 감정을 실어 대사를 뱉는 최수종에게 몰입이 되었다가도, 성민에게 카메라가 옮겨지면 뚝 끊기는 긴장감. 최수종이 벽보고 연기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성민의 발연기는 대사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책과 키보드를 집어던지는 액션에서도 이어졌다.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미취학아동이 투정부리는 듯한 몸부림은 어설픔의 극치였다. 시청자를 오글거리게 만들기 딱 좋은 수준.

비록 <대물>에게 소재를 선점 당해 시청률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나, <프레지던트>는 재미와 내용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다. <프레지던트>의 유일한 구멍이 성민으로 보일 정도로, 아직까진 흠잡을 구석이 별로 없다.  때문에 비중이 크던 작던 캐스팅에 좀 더 신경을 썼다면 하는 아쉬움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