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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박진영-반복된 이미지세탁?

바람을가르다 2010. 12. 22. 08:51








21일 김승우 토크쇼 <승승장구>에 박진영이 출연했다. 말재주가 좋은 박진영이 등장하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갈 정도. 다만 중간중간 그 재미를 가로막은 건, 그가 진솔했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포장술에 있었다. 마치 박진영의 테트리스 한판을 본 것 같다. 그를 둘러싼 소문과 루머의 블록들이, 박진영의 혀끝에서 진실이든 거짓이든 잘 끼워 맞춰져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GOD 김태우와 손호영이 몰래온 손님으로 찾아왔다. 앞서 박진영이 가장 혹독하게 훈련시켰다고 밝힌 지오디. 지금은 소속사 가수들, 특히 2PM에게 자신의 곡이 자주 까인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던 터라, 손호영과 김태우의 등장은 프로듀서 박진영의 근성과 실력 그리고 그가 예전보다 소속사 가수들을 많이 배려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적절한 게스트였다.

그럼에도 박진영이 그다지 변했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은 어느새 자존심과 자만으로 비쳤다. 김태우의 가창력이 7점, 김범수와 본인 8점이란 평가는 있을 수 있다. 듣는 이에 따라 다른 거고, 가창력을 수치로 메길 수도 없는 것. 그러나 원더걸스의 실패는 인정해야 했다. 그의 자존심때문에 원더걸스는 잊혀지고 있다. 국내에 남았다면, 원더걸스는 소녀시대처럼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어차피 국내나 빌보드나 소비의 80%이상이 1위부터 20위 사이에서 이뤄진다고 볼 때, 빌보드 76위는 실패를 의미한다. 미국에서 76위를 누가 기억하고 인정할까. 미국내 한인들에게 음반을 팔겠다고 찾아간 것은 아니지 않은가. 박진영은 잠깐 올랐던 빌보드 76위를, 국내최초 등의 수식어를 동원하며 포장을 했다.

물론 힘든 도전속에 원더걸스의 고생도 열정도 느껴졌다. 그러나 76위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도약의 발판쯤이었지, 성과로 보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후에 성과가 없었다. 그렇다면 원더걸스의 빌보드 도전기는 멈춰야 했다. 멤버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며 국내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박진영의 자존심이 가로막는 셈이기 때문이다.

박진영은 자신의 수익을 회사에 재투자한다고 했다. 회사의 적자를 일부라도 메꾸고, 소속가수의 해외진출에 재투자하는 것이라 만족한다고 밝혔다. 언뜻 듣기엔 이상적인 경영마인드다. 그러나 그의 경영마인드는, 소속가수를 좋든 싫든 계약기간동안은 따라올 수밖에 없게 만들고, 원더걸스처럼 공중에 떠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박진영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했지만, 원더걸스의 미국진출은 사실상 실패였다. 그럼에도 원더걸스의 미래보단, 여전히 그의 고집과 자존심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박재범을 언급한 것도 그렇다. 김승우가 관련 질문을 했고, 박진영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박재범이 큰 실수를 저지른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시청자에겐 박진영조차 말할 수 없는 박재범의 심각한 사생활문제가 있었다는 인상을 재차 각인시킨 셈이다. 어차피 자세한 내막을 밝힐 수 없다면, 굳이 거론할 필요가 있었을까.

잠시 뒤에 박진영은 김태우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김태우를 믿고 맡기셨으며, 자신을 대표가 아닌 학교선생님처럼 대했다는 얘기. 그리고 박진영은 김태우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김태우의 성공 못지않게 좋은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였다고 털어놨다. 당연히 박재범과 김태우가 여러모로 비교될 수밖에 없었고, 박재범에게서 불거졌으나 관련될 수밖에 없던 박진영의 결점들은 더욱 희미해졌다.

얼마 전 박재범의 소속사대표 정훈탁이 트위터에, 박진영을 겨냥해 욕설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올려 화제가 됐다. <승승장구>에서 박재범을 건드렸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정훈탁의 욕설에, 박진영은 오해라며 오히려 그에게 사과의 글을 올렸다. 한편 이를 지켜본 대다수의 네티즌은 둘 다 똑같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승승장구>를 본 시청자라면, 박진영보단 상대적으로 정훈탁과 박재범이 비호감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박진영의 페이스대로 토크가 흘렀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질문에도 자신있게 답했고, 최소한 지켜야 할 겸손도 잃지 않았다. 덕분에 말속에는 시청자를 설득할만한 힘이 있었다. 문제는 박진영에 대해 대중이 보내는 신뢰의 마지노선이 낮게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진영은 대중에게 너무 많이 노출됐다. <승승장구>에서 박진영은 과거 토크쇼에 출연했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박진영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그동안 토크쇼에서 털어놓은 그의 말들과 상반되게 나타나, 더 이상 그를 신뢰하기 힘들게 만든다. 필요에 따라 토크쇼에 나와 그럴듯한 언변으로 호감수위를 높여 보지만, 반응의 폭도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번 <승승장구>에 출연 이유라 할 수 있는, 드라마 <드림하이>의 홍보기간동안만이라도 이미지를 세탁할 수 있었다면 목적은 달성한 셈이겠지만 말이다. 

그가 똑똑하고 능력있는 엔터테이너란 사실을 부인하긴 힘들다. 다만 잦은 구설수와 비즈니스로 물든 박진영에게, 더 이상 예전같은 매력은 없었다. 허점마저 솔직하고 자신있게 드러낼 줄 알던 딴따라가 아닌, 거추장스럽게 자신을 포장하며 같은 말로 시청자를 설득하는 능숙한 사업가에 가깝게 수렴하고 있었다. 부도나기 쉬운 이미지를 말로 홀릴 수 있는 곡예도 딴따라기질이라면 영원한 딴따라가 맞을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