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여왕 황태희(김남주), 내숭과 바보사이?
지난 18회에서 백여진(채정안)-봉준수(정준호)가 이끄는 기획개발팀에게, 2차 프리젠테이션에서 패하고만 구용식(박시후)-황태희(김남주)의 특별기획팀. 여기엔 한송이(하유미)상무의 입김이 적잖이 반영됐다. 그리고 한상무는 태희를 따로 만나. 그녀가 특별기획팀에 있는 한, 다른 팀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태희는 모든 짐을 안고 회사를 떠나기로 작정했다. 특기팀 팀장 용식에게 사표를 제출한 태희. 한상무와 태희의 관계 때문에 벌어진 일임을 대충 짐작하면서도, 용식이는 태희를 강하게 붙잡지 않았다. 대신 그는 태희에게 찾아가, 갑을관계의 청산을 말하며, 이젠 당신을 내마음대로 하겠다며, 그동안 태희에게 느꼈던 짝사랑을 고백하고자 했다.
덕분에 기대감을 부른 19회의 시작. 용식이는 태희를 앞으로 여자로 보겠다고 강한 어조로 고백을 했다. 태희는 뭘 맘대로 하냐고, 그럼 날 여자가 아닌 남자로 봤냐며, 트렌스젠더를 운운하며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러자 용식은 왜 평소엔 똑똑하면서 자신의 말길(고백)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냐고 답답해했다. 때마침(?) 준수가 나타나, 용식의 고백도 거기서 멈추었다.
역전의여왕 황태희(김남주), 내숭과 바보사이?
또 다시 제작진의 낚시같은 엔딩과 다소 맥빠지는 초반 전개가 발생했다. 벌써 한달째 '구용식-황태희'의 이상한 밀당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용식의 '태희앓이'를 어느정도 눈치챌 만 하건만 요리조리 피해가는 황태희의 캐릭터를 완성시킨 제작진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물론 황태희도 달라진 게 있었다. 용식의 고백을 완벽하게 캐치하진 못한 격이나, 태희는 집으로 돌아와 상상의 나래를 폈다. 퀸즈그룹 회장 아들 구용식이 정말 날 좋아하는 걸까. 이혼녀에 별 볼일 없는 나를 설마? 아닐거야 라면서도 혼자 구용식의 마음측정에 들어갔다. TV로 <욕망의불꽃>을 보며, 구용식의 아내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달라진 또 하나는, 구용식과 둘이 있을 땐, 평소 황태희의 모습과 다른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이다. 덜렁거리고 떽떽거리는 황태희는 온데간데 없고, 차분하고 새침한 미시의 모습으로 내숭의 여왕에 가까울 정도다. 전 남편 봉준수를 대할 때와 구용식을 대할 때가 천양지차. 용식앞에선 천상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자의 변신은 화장이 아닌 사랑때문임을 보여주듯.
특히 마트에서 일하는 태희가 넘어질 뻔한 순간에, 느닷없이 용식이 나타나 백허그를 날린 상황에 태희의 모습이나, 양로원을 찾아가 봉사활동중에 둘이 함께 이불빨래를 하는 장면에서 황태희는, 확실히 구용식을 남자로 의식하고 있었다. 용식이 자신을 사랑하는지는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황태희가 구용식를 팀장이 아닌, 남자로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그렇다면 만약 이 시점에 태희가 용식의 사랑고백을 듣는다면 어떨까. 이제서야 구용식의 마음을 2% 쯤 눈치를 채기 시작한 상황에서 말이다. 아마도 황태희는 구용식을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태희가 준수와 이혼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용식과 연인사이로 발전하기엔 결정적인 뭔가(사건)가 아직 두사람사이에 공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동료사이에서, 몇 번의 묘한 감정만으로 불이 붙기엔 극적으로 뭔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현재 황태희는 구용식앞에서 바보와 내숭사이를 오가고 있다. 때문에 구용식의 확실한 고백이 필요하다.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말보다 키스한방 정도는 날려줘야 알아차릴, 위치에 서 있는 황태희이기 때문에, 그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할 듯 싶다. 뭔가 두사람이 결정적으로 엮인 사건이 동반된 시점이면 더욱 좋을테고.
총 20부작 역전의여왕이, 10회를 더 연장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구용식과 황태희간에 사랑의 짝대기도 급물살보단 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동시에 찌질했던 전남편 봉준수도 구용식에게 황태희를 넋놓고 뺏기지 않고 삼각관계의 묘미를 살릴 수 있을만큼, 캐릭터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단계가 필요하긴 하다. 바로 연장방송이 부른 효과다.
그러나 20부가 30부가 되더라도, 당겨야 할 게 있고 늦춰야 할 게 있다. 구용식만의 짝사랑으론,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일단 저지르고 봐야 한다. 적어도 황태희가, 구용식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쯤은 극중에서 보여줘야 한다. 알면서 하는 사랑의 신경전과 모르고 하는 신경전은 재미가 농도가 다르다. 현재 미묘한 신경전속에 바보와 내숭을 오가는 황태희로는, 시청자에게 설레임보다는 답답함을 자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