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연예대상 논리, ‘강호동-유재석’ 물 먹일까?
연말 연예대상 후보들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올해도 과연 유재석과 강호동의 잔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이 연예대상에 오를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이들을 위협할 유력한 후보로는, KBS연예대상 이경규-김병만, MBC연예대상 이휘재-박미선-김구라, SBS연예대상 이승기 등을 꼽을 수 있다. 때문에 올 연말 연예대상 유재석-강호동의 독식이 아닌, 빈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은 형국이다.
그러나 강호동-유재석이 배제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 이들이 올해도 연예대상을 받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결정적인 심사기준이라 할 수 있는 공헌도에 있다. 만일 각 방송사에 예능국이 공정한 심사를 통해 대상 수상자을 뽑는다면, 강호동과 유재석은 올해도 마지막에 이름이 호명되어야 한다.
이상한 연예대상 논리, ‘강호동-유재석’ 물 먹이나?
SBS연예대상의 경우, <스타킹>과 <강심장>의 강호동이 유력한 가운데, KBS연예대상은 <남자의자격> 이경규와 <개그콘서트> 김병만의 2파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이미 강호동은 <1박2일>로 2년 연속 연예대상을 수상했던 경력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은 한 해동안 시청자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과 가장 열심히 그리고 눈에 띤 출연자에게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국민예능으로 불리며 자체시청률 30%를 늘 웃돌았던 <1박2일>에서 대상이 나오는 게 합당하다.
<1박2일>에서 가장 눈에 띠는 활약을 펼친 것은 강호동이었다. 그가 맏형이었기 때문에 대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김C와 MC몽이 차례로 하차하며 1박2일의 위기설이 불거졌을 때, 강호동은 원맨쇼에 가까운 맹활약으로 시청자를 묶어 둔 일등공신이었다.
그럼에도 강호동이 아닌, 이경규 혹은 김병만에게 손을 들어주는 건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남자의자격>이 전정성을 인정받고, 박칼린을 앞세워 남격하모니로 대대적인 이슈가 되긴 했으나, 1년 동안 꾸준한 성적을 올렸던 건 <1박2일>이었다.
김병만의 개그콘서트 ‘달인’ 역시 <1박2일>만큼 오랫동안 방송을 탔다. 새롭게 등장한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을 치하하는 의미로 대상을 준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강호동도 김병만 못지않게 <1박2일>에서 4년이 넘게 노력과 열정을 쏟았기 때문이다.
유재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세바퀴>가 시청률이 높다해도, <무한도전>과 <놀러와>를 꾸준하게 동시간대 정상에 올려놓았던 장본인 유재석의 공헌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일년동안 같은 고생을 하고, 같은 최선을 다했다. 단지 작년에 MBC연예대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올해 수상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
예능프로그램은 드라마처럼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잘 되는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이나 <1박2일>처럼, 몇 년째 이어지면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연기대상은 배우가 매년 다른 작품에 출연해 연속수상이 일반화된 반면, 연예대상은 작년 수상이 발목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상을 한번 받았으면 열심히 하지 말라는 건지,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새코너에 들어가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논리와 잣대로 연예대상수상자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단순히 시청률과 광고수익으로 공헌도를 따질 수는 없다. 그러나 엇비슷한 공헌도를 보였다면, 시청률도 높고 국민의 사랑을 더 많이 받은 출연자에게 대상을 주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올 한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과 출연자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가야 합당하다. 작년이 아니라, 올 한해다. 올 한해라는 기준이 있다. 물론 강호동-유재석만 대상을 독식하는 것이 보기 좋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강호동-유재석보다 더 나은 활약을 보이지 못한 MC나 연기자에게 대상을 주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공정한 기준이 있다면 거기에 맞춰야 한다. 객관보단 주관적인 요소들이 개입된다면 시상식의 권위도 동반 추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