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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여왕, ‘김남주-박시후’ 키스의 각도 완결편!

바람을가르다 2010. 12. 15. 07:57








14일 방송된 <역전의여왕> 18회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스토리를 만회하듯, 여러 사건이 복합적으로 터지면서, 재미와 기대감을 주는 데 성공했다. <아테나 전쟁의여신>을 추격할 발판이 마련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특히 2차 프리젠테이션에서 황태희(김남주)-구용식(박시후)이 이끄는 특별기획팀이 봉준수(정준호)-한송이(하유미)-백여진(채정안)의 기획개발팀에게 패배했다. 황태희는 역전기회를 놓친 셈이나, 억지스런 승리보단 깔끔한 패배였고, 연장방송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구용식-황태희-봉준수의 삼각관계가 드라마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재미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앞으로 이들을 어떤 에피소드로 엮어서 갈등과 재미를 유발하고 시청자를 유혹할 수 있을지가 드라마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일단 봉준수가 구용식의 태희앓이를 눈치챘고, 용식이는 아내를 지키지 못한 준수에게 황태희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고 선전포고까지 해 버렸다. 지난 날의 찌질함을 벗고 늠름한 남편으로 아내와 재결합하려 했던 준수는, 짝사랑으로 꾸준하게 다져온 용식이의 태희 사랑에 발목잡힐 상황에 놓인 것이다.




‘김남주-박시후’ 키스의 각도 완결편!

준수와 태희가 이혼한 이상, 용식이가 태희를 외면할 이유는 없다. 더 이상 태희는 목부장(김창완)이 부른 노래가사처럼 사랑해선 안 될 사람도 아닐뿐더러, 구용식의 마음이 이미 태희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마음을 찾아올 필요없이, 용식이가 태희에게 몸만 가면 반은 해결된다. 용식에게도 역전의 찬스가 온 셈이다.

문제는 황태희가 아직도 구용식의 마음을 모른다는 점.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눈치없는 여자가 태희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용식이의 눈이 ‘사랑해요, 황태희!’ 를 말하고 있음에도, 태희는 ‘뭘 봐요?’ 쯤 태도로 일관중이었다. 여자의 본능은 무서운데, 황태희의 본능은 우습다.

용식이도 문제가 있는 게, 왜 말을 못해? <파리의 연인> 박신양에게 교육 좀 받고 와야 될 듯 싶다. 준비된 고백남 용식인, 중요한 순간마다 말돌리기 천재가 되고 만다. 그러니 황태희가 살짝 의심을 하다가도, 결국은 ‘미친 구본’, ‘용팔이’란 소리를 해대며 잠만 잘 자더라가 되는 것이다. 덕분에 시청자도 용식의 고백대신, 성시경의 ‘눈부신고백’만 주구장창 들어야 했다.




그랬던 용식이가 달라졌어요? 18회에서 용식이는 태희를 잡아채 벽으로 몰아 세우기도 했고, 술에 취해 그녀의 집앞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같은 갑을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태희의 얼굴이 닳아 없어지도록 뜨거운 눈빛을 쏴대며, ‘앞으로 내맘대로 (당신을 사랑)해도 되냐고.’ 진심이 담긴 고백을 한 셈이다,

만약 구용식의 고백을 황태희가 이해하지 못했다면 바보 9단이고, 알면서도 은근슬쩍 넘어가려 한다면 내숭 18단이다. 과연 19회에서 황태희는 바보의 여왕이 될까, 내숭의 여왕이 될까,

그동안 용식이의 사랑고백이 늦어지면서 뒤따른 또 하나는, 황태희(김남주)와 구용식(박시후)의 키스 떡밥이다. 14회 골목길에서 쓰러져 뒤엉켰던 두 사람. 당장이라도 용식이가 태희의 입술을 덮칠 기세였다. 그러나 기세만 보여줬다. 18회에서도 두 번이나 용식이는 태희의 입술을 노렸다. 물론 노리기만 했다.




제작진이 키스신을 굉장히 아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덕분에 김남주와 박시후는 키스의 각도만 재고 있는 셈이다. 위에서 아래로, 고개를 왼쪽에서, 아니면 오른쪽에서? 나중에 얼마나 멋진 키스신을 뽑으려고, 그들 커플에게 키스의 각도만 재게 하는 걸까. 18회 엔딩장면만 보면 김남주와 박시후는 이미 준비가 된 것 같은데 말이다.

18회 엔딩이 이어지는 19회 초반에선 태희와 용식의 키스를 볼 수 있을까. 하게 된다면 술김에 덮치는 용식이의 일방통행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제작진의 낚시로 각도만 조절하고 키스는 다음으로 미루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18회 엔딩장면은 ‘김남주-박시후’ 키스의 각도재기 완결편이어야 한다. 각도만 감상하는 건 시청자도 지친다.

대신 19회의 마지막 혹은 20회쯤엔 각도만 재던 용식이게도 도발할 기회를 줘야 한다. 준수앞에선 태희를 좋아하는 그 이상이라고 솔직하게 밝혀놓고, 정작 중요한 태희앞에선 언제까지 갑을관계에 대한 정의를 논할 것인가. 구용식은 황태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백마디 고백보다 키스한방이 효과적인 캐릭터다. 이젠 용식이도 용기를 낼 타이밍. 그래야 추위에 떨고 있는 황태희나, 때되면 나타나 분위기 잡아주고 노래 불러주는 성시경도 덜 지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