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오글녀' 바람 통할까?
최근 예능인지 가요프로그램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가수들이 눈에 띤다. 대표적으로 오렌지카라멜, 티아라(T-ara), 그리고 서인영 등이 그러하다. 이들은 우스꽝스럽다 못해, 손발을 오글거리게 만드는 복장과 퍼포먼스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오글녀들의 등장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애프터스쿨의 유닛 오렌지카라멜(리지,레이나,나나)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일본 아이돌 흉내내기라며, 그녀들을 향한 폭풍비난이 거세게 불었었다.
그러나 오렌지카라멜의 '마법소녀'는 히트상품이었다. 음반과 음원에서 고수익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았다. 나름의 중독성이 있었고, 귀여움을 어필한 건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한 기존 걸그룹과 차별화된 컨셉으로, 같은 레벨에 있다면 오렌지카라멜을 선택하게끔 비교우위에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었다.
가요계라는 마켓에는 수많은 상품이 진열돼 있다. 인지도 높은 상품은 소비욕구를 자극한다. 반면 고만고만한 상품은 소비자의 눈에 띄기 힘들고, 재고로 남기 쉽다. 때문에 마케팅과 전략이 필요하다. 오렌지카라멜은 개성과 차별을 통해, 틈새시장 공략했고 빛을 볼 수 있었다.
가요계, '오글녀' 바람 통할까?
소녀시대나 2ne1, 카라 등 올해도 걸그룹의 강세는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 비해 동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섹시란 컨셉으로 걸그룹이란 이미지를 정형화시킨 것도 한 몫 거들었다고 볼 수 있다. 걸그룹이 가진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와 점점 멀어지고, 섹시와 파워풀한 댄스를 앞세울수록 오히려 식상하게 비춰진 점도 없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오렌지카라멜의 상반된 컨셉이 먹힐 수 있었다. 어차피 오렌지카라멜이 상대할 타겟은 소녀시대나 2ne1, 카라 등이 아니다. 중간층에 자리잡은 엇비슷한 걸그룹이었고, 그녀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오렌지카라멜의 파격적인 등장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빈번하게 노출됐던 그녀들을 대중은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렌지카라멜에 자극을 받은 티아라가 '야야야(Yayaya)'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단순하게 접근했던 오렌지카라멜과 달리, 지나치게 단순해서 오히려 복장하게 꼬여 버린 티아라의 '야야야'는, 차별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선하진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오글녀들은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음악은 내용전달이 잘 안 된다. 그것은 곧 대중과의 소통 단절을 야기한다. 궁금해서 쳐다보지만, 두번 보고 싶진 않은 느낌.
티아라 '야야야(Yayaya)'의 경우, 장르의 다양화를 위한 실험적인 시도라고 포장하기엔 부족하다. 난해한 가사와 인디언복장에 퍼포먼스는, 도대체 뭘 표현해서 전달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컨셉의 파격이라기 보단 마케팅을 위한 파괴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난잡한 변신을 꾀했다고 볼 수 있는데, 노래보단 우스꽝스런 퍼포먼스에 집착하며 전달력을 떨어뜨릴 경우, 지금의 '야야야'처럼 논란속에 혹평과 반감을 부르기 쉽다. 음악보다 퍼포먼스에 주력한다면, 뮤직뱅크나 쇼음악중심, 인기가요가 아닌 개그콘서트에 문을 두드리는 게 낫다는 평도 피할 수 없다.
다만 티아라 야야야의 논란이 오글녀의 바람을 잠재우진 않을 것이다. 오글녀를 환영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처럼 이미 연령대가 높아진 걸그룹은 귀여움으로 승부하기엔 멀리 온 느낌이 있다. 때문에 정상에 있는 소녀시대 등과 차별되게끔 틈새를 공략해서 치고 올라가려는 걸그룹이 늘 것이고, 섹시보단 오글거릴 정도의 귀여움을 내세울 공산이 크다.
프로듀서 이트라이브(E-TRIBE)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신인 걸그룹 달샤벳(Dalshabet)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트라이브는 소녀시대, 슈퍼쥬니어, 이효리, 티아라, 엠블랙 등 인기 아이돌 그룹과 작업하며, 다수의 히트곡을 만들어 냈을 뿐 아니라, 티아라의 문제의 곡 '야야야' 역시 그들의 손에서 빚어졌다. 오글녀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농후한 신인 걸그룹 달샤벳. 그녀들의 성공여부가 가요계에 오글녀 바람의 향방을 가늠할 나침반이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