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힘, 엔딩 3분 보면 알 수 있다
시청자의 호평속에 무한도전 <제 2회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편이 막이 내린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럼에도 여러 매체와 인터넷, 사람과 사람을 통해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특히나, 그들이 가요제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곡들은 음반으로 출시되어, 핸드폰벨소리와 컬러링 등 음원시장의 상위권을 독점하듯 휩쓸고 있다. 가요계의 수익 파이가 음반에서 음원으로 집중되는 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볼 때, 기성가수들을 밀어내고, 이벤트성으로 선보인 예능스타들과 가수들의 듀엣곡들이 차트의 꼭대기에 올라설 수 있던 배경은, 결국 <무한도전>의 힘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동시에, 음원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고스란히 불우이웃돕기에 쓰여진다고 하니, 非시청자인 나로서도 <무한도전>을 칭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만든다.
4년이 지나도록 시청자들의 사랑속에, 여전히 식지않는 <무한도전>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무한도전>뿐 아니라, 토요일엔 TV프로그램을 거의 보지 않는 필자도 뒤늦게나마 <듀엣가요제>편을 접하게 됐다. 간만에 보는 데도 그들은 변한 게 없었다. 그리고 다시금 확인했다.
왜 무한도전이 재밌게 잘 만든, 좋은 프로그램인지.
왜 다른 리얼버라이어티가 <무한도전>을 롤모델로 삼아야 하는지.
이를 확인케하는 데는 3분이면 충분했다. 단 3분. 바로 마지막 엔딩을 보면 알 수 있다.
유재석과 타이거JK, 윤미래로 구성된 퓨처라이거의 뮤직비디오가 무한도전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엔딩장면을 지켜보면, 여타 예능프로그램과 다른 차이점이 드러난다.
올림픽대로에서 펼쳐진 <듀엣가요제>만으로도 한 회분인 70분의 분량을 채우고도 남는다. 그들이 70분동안 무대에 오른다해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그들의 퍼포먼스에 충분히 즐거움을 얻고 박수를 쳐줄 수 있다. 그러나 무대가 끝나고 난 뒤, 제작진은 다시 그들을 스튜디오로 부른다. 엔딩을 장식할 3분짜리 뮤직비디오를 위해서다. 올림픽대로가 아닌 스튜디오로 장소가 바뀐다. 장소뿐 아니라 그들의 분장과 코디가 바뀐다. 그리고 촬영을 시작한다. 더 놀라운 건 실제 뮤직비디오엔 스튜디오 촬영분뿐이 아닌, 또 다른 야외촬영장소인 교외로 나가 어부복장을 하고, 허술한 배위에서 짜 맞춘 안무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단 3분을 위해서 말이다.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뮤직비디오 분량이 필요하다면, 듀엣가요제를 위해, 곡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멤버들의 모습들 미방영부분을 짜깁기형식으로 편집해서 보여줘도 충분함에도 그들은 거부한다. 많은 시간과 인력을 동원해 3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내고 만다.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만 80분짜리 한 회로 편성해도 될만큼의 투자를 3분에 동원하는 그들의 모습에 재미는 둘째치고,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시청자들은 이미 그들을 인정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열심히 만들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어느 정도 편하게 방송의 끝을 맺어도 용서가 된다. 그러나 그들은 편함을 거부한다. 클로징의 단 3분을 위해서다. 절대 다른 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히히덕거리면서 말장난으로 분량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다. 3분을 위해 이동을 해야하고, 콘티를 생각하며, 안무를 짜야한다.
변두리 가요제를 위해 올림픽대로 한켠에 장소를 마련하여, 작곡가를 섭외하고, 안무를 짜며 몇주간 연습의 과정을 밟는다. 그 초라한 무대에 오르기 위해, 결코 적지않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것은 다른 예능프로그램도 흉내낼 수는 있다. 그러나 마지막 3분을 살리기 위해, 노력과 투자를 하는 프로그램은 찾을 수 없다.
무한도전은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예능의 대세로 이끈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을 쫓는 복제프로그램은 많았지만 그들을 쫓아갈 수 없는 없는 건, 바로 프로그램에 쏟는 정성이다.
70분을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닌 7분, 3분, 그리고 1분 1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노력과 정성.
그 1초, 1분, 3분을 모아 70분의 엑기스를 짜내는 재주.
바로,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힘'이다.
본인과 전혀 다른 직종에 도전한다는 것은, 설레임이상으로 때로는 지루하고 피곤할 수 밖에 없는 몸과 마음의 적과 부딪혀야 한다. 그 길을 <무한도전>은 4년이란 시간동안 한눈 팔지 않고 꾸준히 걸어왔다. 어쩌면 지쳐 있을지 모를 그들에게,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화이팅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