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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연예대상, ‘이경규-탁재훈’ 평행이론 먹힐까?

바람을가르다 2010. 12. 9. 16:45







연말이면 각 방송사마다 최고를 뽑는 연말시상식이 거행된다.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상. 그리고 언론과 네티즌사이에선 벌써부터 수상자를 예측하기에 나섰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띠는 건, KBS연예대상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최근까지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에 이경규와 <개그콘서트> 달인 김병만구도로 좁혀진 상황이었다. 물론 <1박2일>의 강호동과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2년 연속 KBS연예대상을 수상했던 강호동이나, 최근 시청률면에서 정체현상을 빚고 있는 <해피투게더>보단, 이경규와 김병만이 유력했던 게 사실이다.

남격합창단으로 박칼린-배다해 신드롬을 비롯해, 숱한 화제를 뿌린 <남자의자격>. 뿐만 아니라 남격밴드, 유기견 미션 등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불러 온 <남자의자격>에 맏형이자 중심인 이경규가, 개콘의 달인 김병만보단 반뼘 앞섰다고 보는 견해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얼마 전 필로폰 투약혐의로 전격 구속된 김성민으로 인해, 이경규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난 격이 됐다. 그동안 이뤄졌던 남자격의 미션속에 진정성과 긍정적인 이미지도 김성민과 함께 추락했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멤버가 맹활약한 코너에서 대상수상자가 나온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고, 리더 이경규의 수상도 물건너갔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형국이다.




KBS연예대상, ‘이경규-탁재훈’ 평행이론 먹힐까?

이쯤에서 참고할 만한 건 2007년 KBS연예대상이다. 당시 새롭게 등장해 폭발적 반응을 끌어낸 <1박2일>에 강호동과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이 강력한 대상후보로 거론되고 있었으나, 수상은 <상상플러스>와 <불후의명곡>에서 활약했던 탁재훈이었다. 때문에 시상식이 끝난 후 납득할 수 없는 네티즌들에 의해, 거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물론 당시 탁재훈도 연예대상감으로 손색이 없었다. 얼음공주 노현정과 함께 했던 <상상플러스>나 향수를 자극하는 <불후의명곡>은 인기나 시청률면에서 충분히 효자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탁재훈과 신정환이 있었다. 다만 <상상플러스>나 <불후의명곡>이 연말시상식에 다다를 시점에선, 이미 몰락했거나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이후 탁재훈은 신동엽-박준형-이혁재-김제동으로 이어진 ‘KBS연예대상의 저주’를 고스란히 물려받았고, 프로그램 폐지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 저주를 깬 사람은 유재석과 강호동이었고, 국민MC로 불리는 두 사람에겐 떠도는 저주따윈 먹히지 않았다.




특히 재밌는 건, 당시 신정환이 불법도박혐의로 방송에서 퇴출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애드리브 귀재로 불리며 물이 오른 신정환의 퇴출은, 콤비였던 탁재훈에겐 뼈아팠다. 당시 수상소감에서도 신정환에 대한 감사와 그의 복귀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기도 했다. 만
약 이경규가 2010 KBS연예대상을 수상한다면, 탁재훈이 신정환 불법도박이란 악재를 이겨냈듯이, 김성민 마약혐의로 불거진 악재를 이기고 수상하는 묘한 평행이론이 성립된다.

이경규는 지난 해 일밤에서 해피선데이로 이적할 당시, 반대로 탁재훈과 신정환은 일밤에 입성했다. 양 방송사의 예능국에서 침체기에 있던 그들을, 맞트레이드했다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이경규는 <남자의자격>에서 승승장구한 반면, 탁재훈은 ‘대망’, ‘퀴즈프린스’, ‘오빠밴드’, ‘뜨거운형제들’에 이르기까지 일밤의 암흑기를 이끈 역적아닌 역적이 되고 말았다.

엇갈린 듯 보였던 이경규와 탁재훈의 인연은, 그들의 파트너였던 김성민과 신정환에 의해 또다시 이어지며, 연말 ‘KBS연예대상’에 특이한(?) 볼거리를 제공한 셈이 됐다. 과연 KBS예능국이 탁재훈의 케이스처럼 이경규에게 대상은 안겨줄까. 아니면 달인으로 고생한 김병만에게 혹은 강호동의 3년 연속 수상이란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줄까. 뜻하지 않게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물론 누가 받는다해도 충분한 자격을 갖췄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