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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여왕 박시후, 손발오글거린 비흉내?

바람을가르다 2010. 12. 8. 08:46







7일 방송된 <역전의여왕> 16회에서는 황태희(김남주)가 봉준수(정준호)와 백여진(채정안)이 함께 아파트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비틀거렸다. 비록 이혼은 했지만, 관계회복을 원하는 남편 준수에게 여전히 애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준수가 여진의 아파트에 들어갔던 건, 태희가 찾는 S라인 아줌마때문이다. 결국 태희의 오해였던 셈. 그러나 태희만 오해한 건 아니었다. 뒤따라 온 구용식(박시후)도 그들을 오해했다. 그러나 용식이의 눈엔 이혼하고서도 여전히 남편땜에 힘들어하는 태희가 바보같아 보였던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것은 한편으로 태희를 짝사랑하며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화를 낸 것과도 같았다.

태희는 요즘 용식이가 자신을 들었다놨다 한다며, 왜 웃었다가 화냈다가 오락가락해서 사람을 갖고 노느냐며 안 그래도 힘드니 상관말라고 했다. 이에 용식이는 자신도 어지럽고 복잡하고 죽겠다고 대답했다. ‘바로 당신(황태희) 때문에’라는 말을 덧붙였다. 당연히 태희가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이렇듯 16회 엔딩장면도 황태희와 구용식이 장식했다. 지난 14,15회도 두사람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지막을 수놓았었다. 시청자가 다음 회에 잔뜩 기대하게끔 말이다.

14회 골목길에서 함께 미끌어 넘어져 안고 끝났을 땐, 다음회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일어났다. 15회에선 S라인아줌마 집앞에서 추위에 떨면서도 무작정 기다리는 태희를, 용식이는 마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클라크게이블마냥 강제로 번쩍 들어 안았다. 졸지에 비비안리가 된 태희와 다시 한번 뜨거운 눈길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즉각적으로 태희는 반발했고, 또 한번 용식이는 흐지부지하게 돌아섰다.

마치 황태희와 구용식의 러브라인을 이어줄듯 말듯하며, 엔딩장면만으로 제작진이 시청자를 낚는다는 생각도 들 수 있었다. 만약 17회에서도 태희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용식이가 털어놓지 못한 채 그냥저냥 넘어간다면, 시청률면에선 자이언트 후속작이자 정우성-수애 주연 ‘아테나 전쟁의여신’에 또다시 묻힐 공산이 농후하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제작진도 칼을 뽑지 않을까. 아테나에 1회에 맞설 카드로, 구용식의 고백을 택할 듯 싶다. <내조의여왕> 태봉(윤상현)이처럼 마음으로 그치지 않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구용식은 황태희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고백하고, 당황하게 될 태희는 결국 준수와 용식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사랑과 갈등의 줄타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박시후, 손발오글거린 비흉내?

17회에 대한 기대감을 준 16회의 엔딩과는 별도로, 아쉬웠던 순간들도 있었다. 특히 백여진-봉준수의 기획팀과 황태희-구용식의 특별기획팀이 함께 한 회식자리가 그랬다. 술마시다 말고 노래를 부르는 직원들. 노래부르는 장면이 지나치게 길게 나와, 늘어진 감이 있었다. 직원들 죄다 노래를 불렀고, 심지어 봉준수는 어중간한 노래실력으로 이현우 ‘헤어진다음날’과 김광석 ‘사랑했지만’ 두곡이나 때렸다.

약 십여분간 지속된 회식자리에 노래타임. 노래 선곡들하며, 부르는 사람들하며, 시청자의 손발을 오글거리게 만드는 지옥같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두명 정도만 불렀어도, 짧게 편집만 했어도 참을 수 있었지만, 심하다 싶을 정도의 노래로 뽕뽑은 제작진덕분에 견디기 버거웠다.

무엇보다 당황스러웠던 건, 졸지에 비로 변신한 구용식의 댄스였다. 웃통을 벗어 복근을 노출하며 섹시춤을 춘 용식. 직원들앞에서 뻣뻣했던 그가 느닷없이 비흉내를? 용식의 캐릭터와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은 빗나간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게다가 용식과 함께 춤을 춘, 전문백댄서 여자들은 어디서 튀어나왔나 싶다. 시청자의 눈요기를 위한 구용식의 복근과 댄서들, 제작진의 도를 넘은 서비스정신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 격이다.




용식이의 댄스때문인지 복근때문인지 여직원들은 환호했지만, 정작 시청자는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었다. 용식의 비서(임지규)가 직원들앞에서 구용식 팀장은 최악의 음치라고 말했을 때, 내심 용식의 발노래를 기대했었다.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카메론디아즈를 연상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연적으로 나온 줄리아로버츠는 카메론디아즈가 음치임을 알고, 여러 지인앞에서 망신주려고 노래를 시켰다. 카메론디아즈는 ‘Diana King - I Say A Little Prayer’를 열심히 불러 음치임에도 사랑스러웠고 박수갈채까지 받았다.

용식이도 옷을 벗고 복근을 내세우며 춤을 출게 아니라, 엉망진창으로 노래를 불러 회식분위기를 업이든 다운이든 시켰다면, 보다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진 않았을까. 물론 다른 팀원들이 부른 노래들과 퍼포먼스가 손발 오글거림의 절정을 보여준 터라, 상대적으로 박시후의 복근만 기억에 남는다는 게 아이러니하긴 하다. 다만 식상한 복근마케팅보단 음치 용식이 박시후가 보다 신선하고 귀여워 보였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을만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