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과 엮인 이경규의 심정은?
연말 연예계에 마약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필로폰을 직접 구매해 밀반입하고 투약한 혐의로 탤런트 김성민이 전격 구속된 데 이어, 힙합MC 크라운제이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입건돼 물의를 빚고 있어, 대중의 시선은 실망과 분노로 교차하고 있다.
누구보다 충격을 받고 당황스러워 한 사람은, 그들의 측근이고 지인들일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속에 놓인 연예인은, 그들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언행을 하기 쉽지 않다. 아무리 친한 동료라도, 불미스런 사건에 대해선 침묵하는 게, 불필요한 논란을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작 가만히 있는 주변사람을 언론이나 네티즌이 들쑤시는 경우가 있다. 현재 <남자의자격>에서 김성민과 호형호제했던 이경규가 그런 상황을 맞았다. 이경규가 애초에 김성민이 남격의 멤버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는 발언부터 시작해, 방송에서 약물을 복용했을 거란 농담을 던진 것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김성민과 엮인 이경규의 심정은?
이런 이야기가 도는 상황을 이경규는 어떻게 받아드릴까. 김성민은 이경규에게 한편으론 은인같은 존재다. 일밤이 더 이상 이경규를 받아주지 않을 때, 그는 탁재훈과 트레이드형태를 띠며 해피선데이에 입성했다. 그리고 <남자의자격>에서 또 다른 전성기를 맞고 있다. 여기엔 김성민의 공을 무시할 수 없었다.
물론 현재 김성민으로 인해 위기를 맞은 격이나, 그동안 그의 활약덕분에 <남자의자격>이 2년 가까이 롱런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김용만, 조형기 등으로 식상했던 이경규의 파트너가, 김성민이란 독특한 반대성향의 캐릭터를 만나 윈윈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성민이 하자고 하면 이경규는 반대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엔 함께 힘든 미션들을 수행해 왔다. 일밤 <대단한도전> 덤앤더머 김용만에서 변형된 캐릭터가 김성민이었기때문에 톰과 제리처럼 이경규와 죽이 맞았다. 누구보다 애정이 갈 수밖에 없던 동료였다. 그리고 이경규는 김용만-조형기와는 색깔이 달랐던 파트너 김성민을 잃은 셈이다.
이유야 어쨌든 동료가 구속이 됐고 방송에서 퇴출당했다. 그럼에도 실망도 안타까움도 마음놓고 표현할 수 없는 이경규에게, 예전방송을 들추어 족집게 이경규, 예언가 이경규식으로 언론과 네티즌이 앞다투어 희화화하고 글을 쏟아내고 있다. 김성민때문에 이경규의 연예대상도 물건너갔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런 얘기들을 접하는 이경규가 얼마나 속상할까 생각해봤나. 마치 동생 김성민을 두 번 죽이는 일에 자신이 동참하는 기분이 들지 않겠나.
그러한 기사를 자제해 달라고 말도 못하고 있다. 말 한마디가 또 다른 꼬투리가 되어, 논란을 양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경규는 연예인이고 개그맨이다. 웃음을 줘야 할 사람이 불미스런 상황에 노출되는 건 득이 없다. 그가 해야 할 일은 김성민에 대한 코멘트가 아니라, 위기에 빠진 <남자의자격>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것이 김성민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것이며, 시청자에 대한 반성이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김성민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는 <남자의자격>제작진이 하는 것이 맞다. 이경규 뿐만 아니라, 김국진, 김태원 등 남격멤버들도, 김성민에 대한 진실되고 솔직한 코멘트를 할 시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이 들끓는 지금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추락한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좋은 방송을 만들어 시청자에게 내놓는 것이다.
동시에 시청자가 생각해야 할 것도, <남자의자격>이 김성민 한 사람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여섯멤버가 있었고, 제작진이 있었다. 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까지 폄하하진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