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극과극의 활약, 부익부빈익빈특집?
5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은, 6대 광역시(인천,대전,광주,대구,울산,부산)특집 1편이 방송됐다. 대전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한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대전을 제외한 5군데의 광역시를 찾아가 미션을 수행하도록 지시했다. 뿔뿔이 흩어진 멤버들은, 각자 찾은 광역시에 명소와 먹거리를 홍보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만 제작진이 미션내용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 시청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덕분에 가장 먼저 미션의 내용을 알고 수행했던 강호동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한가하게 비춰졌을 뿐 아니라, 대구에 포커스가 집중된 듯한 인상을 주어 대구특집이란 오해를 살 수 있었다.
물론 2편에선 나머지 멤버들의 미션과 활약 그리고 배경이 되는 도시의 명소가 보여질테지만, 같은 도시가 아닌 광역시로 나뉘어 여행한 만큼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평소보다 편집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또한 각 멤버가 찾은 장소 혹은 활약에 따라 재미의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 부익부빈익빈특집으로 비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1박2일 극과극의 활약, 부익부빈익빈특집?
1. ‘이종범-양준혁’, 강호동에 울고 웃다?
이종범-양준혁은 ‘최고’라는 표현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한국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들을 야구장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상당히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다만 그들은 이종범의 말처럼 예능인이 아니다. 때문에 출연은 허락해도 촬영엔 부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부담감을 덜어주는 게 MC의 역할이다.
여기서 강호동과 이수근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비록 강호동은 대구의 한 아주머니에게 유퉁이란 굴욕을 당해 나영석PD의 놀림감이 되었지만, 국민MC의 위력은 양준혁과의 만남에서 불을 뿜었다. 양준혁을 대구까지 불러내 형이라며 애교도 부리고 농담도 던지며, 카메라가 낯설어 경직되기 쉬운 양준혁의 예능감을 희한할 정도로 뽑아냈다.
반면 이수근은 양준혁 못지않은 이종범의 입담을 뽑아내지 못했다. 이수근이 한 거라곤, 이종범이 대접해 준 광주 육전을 맛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늘 하던 감탄사를 연발하는 게 다였다. 무엇보다 MC로서 이종범이 촬영중에 느낄 어색함을 풀어주지 못했다.
그와중에 강호동과 전화통화를 하게 된 이종범은, 그제서야 얼굴에 환한 웃음을 보이며, “내가 대전가면 (강호동)자리 내줄 수 있냐?”는 농담도 던졌다. 만약 강호동이 광주를 찾았다면, 양준혁만큼이나 이종범의 재치넘치는 멘트도 끌어낼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에 순간이었다. 강호동과 이수근의 능력차가, 예능에 출연한 라이벌 양준혁과 이종범의 희비를 가른 격이다.
2. 이승기-은지원 - 뜨거움과 썰렁함
부산의 먹자골목을 찾은 이승기의 주변엔,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뜨겁게 반겨주었다. 부산시민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좋았지만, 승기앓이를 하듯 적극적인 시민들의 리액션도 예술이었다. 사람냄새나는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반면 인천의 차이나타운을 찾은 은지원의 주변엔 썰렁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당연히 뽑아낼 분량도 없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 먹는 게 다였다. 그나마 삼선짜장이 아닌 사천짜장을 먹은 덕분에 2분여의 인저리타임이 주어진 셈이랄까.
3. 김종민 - 김태희마저 비호감으로 만들 작정인가?
가장 어처구니 없었던 건 김종민이 찾은 울산여고였다. 울산광역시에서 찾아갈 명소가 겨우 김태희가 나온 고등학교란 게 웬 말인가. 이건 울산시민들에게도 실망감을 준 것이라고 본다. 자칫 울산엔 갈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KTX를 타고서 그렇게 김태희타령을 하더니, 결국 그녀의 모교 울산여고를 찾아가서 몇몇 여고생들과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던 김종민이 정말 한심스럽다. 김태희를 불러내도 용서가 될까말까한 장소를 찾아간 것도 문제지만, 울산여고에서 시간을 보낸 덕분에, 정작 명소였던 간절곶은 제대로 화면에 잡히지도 않았다. 이건 김종민뿐 아니라 제작진도 반성할 대목이다.
이번 광역시특집은 서울특집을 리모델링했다고 볼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처럼 하나의 동일한 경로가 아닌, 흩어진 서울 종로의 5군데를 찾아 미션을 수행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종로를 광역시로 넓히자 그만큼 더 헐거울 수밖에 없었다. 명소를 찾아가 주변의 배경을 보여주기보다는 미션이란 껍데기에 치중했고, 음식점을 홍보하는 맛집투어 느낌이 강했다.
취지는 좋았으나, 6대 광역시를 하나로 묶어서 다룬다는 것은 사실 무리수에 가까웠다. 수박겉핥기가 될 뿐 아니라, 멤버들이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활약도에 따라 재미의 편차가 심하게 드러나고, 몰입에 방해를 준 측면도 적잖다. 평소 1박2일의 소박한 특집들보다, 거창한 광역시특집이 내용면에선 오히려 비어보였다. 과연 1편의 아쉬움을 2편에서 달래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