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가르쳐 준 드라마 음악 베스트3
아무리 재밌게 본 드라마라 해도, 어제가 되고, 1년이 되고, 또 시간이 그렇게 흐르고 나면 머릿속에선 희미해지고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화면을 채우던 에피소드들은 낙엽처럼 떨어지고, 뼈대를 이루던 가지만 앙상하게 남게 되죠. ‘저 장면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들어도, 막상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놓쳐버린 기억을 이어주는 게 있습니다.
드라마속에 흐르던 BGM. 바로 OST라고 볼 수 있겠지요.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저에게도 기억에 남는 드라마 속 OST 곡들이 있습니다.
1. <네멋대로 해라>의
이 드라마를 참 좋아했습니다. 복수역을 맡았던
복수아버지 역을 맡았던 신구씨도 잊을수가 없네요.
제 기억속엔
무뚝뚝한 아버지와 무뚝뚝한 아들의 사랑.
첫장면이 인상적인데요.
비가 오는 날, 교도소에서 출소한 복수(
표현이 서툰 아버지와 아들사이는, 그렇게 따뜻한 대화가 없어도 알 수가 있습니다.
매번 아들은 틱틱거리고 아버지는 애꿎은 잔소리를 해가면서, 부자간에 놓고 싶지 않은 소통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장면.
뇌종양말기로 죽음을 앞둔 복수는 아침마다 찾아오는 통증에, 혹여 자신의 병을 아버지가 눈치챌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병마의 고통을 견딥니다. 작은 신음소리라도 아버지의 귀에 들어갈까, 그렇게... 마침
아들은 나이 든 아버지에게 짐이 되기 싫고.
아버지는 아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것.
극단적인 설정이었지만,
그것은 바로 표현하는 방법이 서툰, 우리네 아버지와 아들의 숨겨 둔 모습이었습니다.
저 역시 살면서, 아버지가 눈물을 흘린 적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족 모르게 힘든 적도 많았을 텐데...
지금도 종종
2. <미스터Q>의
오지랖도 넓고, 너무나 정직하고 올곧은 신입사원 이강토역의
시작하는 연인들의 사랑.
이 드라마가 좋았던 것은, 서로에 대한 감정표현 방식이 쿨하지 못해서였습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말이 뭐가 그렇게 힘든 지, 자꾸 돌려서 표현하는 그들이 참 순수해 보여서 끌리더라구요. 쿨하지 못해서 오해를 사게 되고, 그 오해를 “오해다”라는 말보다, 곁에 머물면서 마음하나, 행동하나에 진정을 담은 정공법으로 연인으로 점진적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들이...
그들이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과 달리 드러나는 감정이 어긋날 때마다,
말이란 건 참 쉽습니다. 말하면 됩니다. 그러나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사랑입니다.
눈이 말하고 있거든요. 눈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 남자와, 그런 상대의 마음을 알면서도 입을 통해 들려주길 바라는 여자의 심리가 엇갈릴 수 밖에 없는... 시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숨어 있죠.
3. <로즈마리>의
OST에 수록된 한 곡이, 드라마 전체의 그림을 아우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별을 앞둔, 남편과 아내의 또 다른 사랑의 시작.
그런 그녀를 통해 남편은 지난 시간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네 현실 속 이별의 모습은 어떤가요?
영화같이 만나서 남부럽지 않게 사랑해도, 시간이 흐르면 어느 순간 무감각해지는 나를 발견하고... 서로 다른 점이 끌려서, 알아가는 게 좋아서 만났는데, 다른 게 이제는 싫어지고, 미워보이고... 우린 왜 다를까를 자꾸만 떠올리게 됩니다.
긴 사랑이 짧은 이별을 말할 땐, 정말 별 거 아닌 일로 시작해서 ‘헤어지자’는 몇 글자 안 되는 말로 매듭짓고 말죠.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고, 순간에 감정에 휩쓸려 버립니다.
“너 아니면 안 돼.” 라서 시작했는데...
너만 아니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것 같은 생각이,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지나간 드라마와 OST를 떠올리며, "사랑"에 관해 잠시 생각해봅니다.
같은 붓으로, 같은 물감으로, 같은 그림을 그려도, 그리는 사람에 따라 다른 질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하지만, 사랑이 주는 본연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면, 좋은 그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