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자격 소개팅, 이정진이 정말 숙맥남일까?
28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에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미션으로 김성민-이정진의 소개팅이 이뤄졌다. 그들과 만남을 갖고 데이트를 즐겼던 소개팅녀는, 무용을 전공한 26세 피겨스케이팅 안무코치 김나희씨와 S전자에서 근무하는 25세 김유경씨였다.
워낙 예능에서 자주 다뤘던 소재가 소개팅이나 미팅이다. <남자의자격> 제작진은 여타 연애버라이어티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정주리와 같은 연예인도 일밤 <뜨거운형제들> 아바타소개팅에 출연하는 연예인지망생도 아닌, 평범한 일반인과 매칭시키고자 작가 및 스태프의 인맥을 총동원했다. 덕분에 ‘김나희-김유경’씨는 방송직후, 네티즌 화제중심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성민-이정진’이란 연예인이 일반인을 소개받고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은 어땠을까. 부자연속에 자연스러움이랄까. 뭔가 부족하고 삐걱대는 것 같았지만, 그들의 모습이 적당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차가운 도시의 소개팅’을 보는 듯 했다. 극단적으로 대비된 생기발랄 김성민과 묵묵한 이정진의 ‘차도소’는, 웬지 낯설지 않은 풍경처럼 다가왔다.
남자의자격 소개팅, 이정진이 정말 숙맥남일까?
김성민은 적극적인 태도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리드할 줄 알았다. 말도 먼저 걸고, 따뜻하게 손도 잡아주었으며, 선물세례까지 했다. 짧은 데이트 시간이었으나, 행동이나 이야기 하나에도 동질감을 느끼고자 노력했다. 야구게임이 그러했고,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의 한 대목을 노래하며, 발레리나인 파트너에 턴을 유도했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장점이나 재능을 부각시켜 자신감을 불어넣을 줄 알았다.
반면 미션이 소개되자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이정진은, 막상 파트너가 등장한 후 침묵모드로 돌변했다. 그의 심정을 대변한 건, 대부분 빨개진 얼굴과 귀였다. 또한 상대방을 존중하는 듯 보였지만, 강하게 리드하지 못하고 미루는 경향을 띠었다.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대화는 겉돌았다. 결국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고 보기 힘들다. 숙맥이 아닐까란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정진을 숙맥남으로 단정할 수 없다. 이유는 카메라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찍는 제작진이 있고, 보는 시청자가 있다. 배우 이정진에겐 낯선 파트너보다 무거운 벽인, 대중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만약 몰래카메라였다면, 이정진이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돌아가 오프닝에 김국진은 미션이 소개되자, 몰래카메라가 아니냐고 반발했다. 소개팅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며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 ‘김성민-이정진’이 소개받는 자리임을 알고 김국진은 적극적인 리액션을 펼쳤다.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양 김성민과 이정진사이를 뚫고, 낯선 여성들과의 대화에 줄기차게 동참했다. 김국진이 훼방을 놓는다며 김성민은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김국진이 소개팅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다기보단, 만나는 과정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현이 더 맞지 않았을까. 이미 공개된 만남과 이별을 겪었던 그로서는 더욱 말이다. 만약 김국진과 이정진의 포지션이 바뀌었다면, 이정진도 김국진처럼 분위기를 업시키며 적극적인 액션을 했을 것이다. 미션내용을 처음 알게 되고 환호했던 것처럼. 반대로 김국진은 이정진처럼 파트너의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겉도는 대화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적극적이고 생기넘쳤던 김성민 또한 카메라를 의식했다. 그가 차안에서 어색해하며 라디오를 켰다껐다를 반복했을 때가 김봉창이 아닌 김성민으로 보였을 뿐이다. 나머지 데이트과정은 김봉창이란 캐릭터로 일관한 게 사실이다. 캐릭터로 상대방을 대하니 그도 편안해지기 시작했고 과정도 매끄럽게 포장됐다. 파트너가 나타난 시점에 김성민은, 대중이 자신을 남격 김봉창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며, 그 모습은 캐릭터에 불과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었다.
사실 이번 미션은 실패에 가깝다. 여타 연애버라이어티와 다를 바 없었다. 그것은 아무리 신원호PD가 진정성을 강조해도 풀기 힘든 숙제다. 소개팅에 카메라가 개입되면,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정진이 숙맥이고 아니고를 떠나, 좋다 싫다의 표정과 반응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쉽지 않다. 당연히 시청자가 바라는 좋은 그림도 나오기 힘들다.
때문에 신PD가 선택한 건, ‘김봉창-비덩’이란 캐릭터의 대비였다. 편집자체를 극단적으로 몰고 간 경향이 강하다. 소개팅에서 적극적이고 말 많은 남자와 소극적이고 말수가 적은 남자가 대비되는 데이트상황을 한시간짜리로 뽑아냈다. 그 방법이 이번 미션을 그나마 성공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김성민과 이정진의 성향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카메라를 의식하고 본모습보단 캐릭터로 반응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때문에 제작진이 미리 파트너도 정했던 것이다. 애프터신청을 뽑아내는 게 미션의 목적이 아니라, 차가운 도시속에 일반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소개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가 맞다. 춥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계절이니, 소개팅이라도 해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 신PD가 준비한 미션이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