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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여왕, 이혼하는 결정적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0. 11. 24. 10:07








23일 방송된 <역전의여왕> 12회에서는, 남편 봉준수(정준호)에 대한 믿음이 깨진 황태희(김남주)의 폭탄발언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어떡해... 같이 못 살겠어.' 이혼 혹은 별거를 예상할 수 있는 태희의 마지막 대사. 이들 부부사이에 진돗개 하나.

한송이(하유미)상무에 계략에 넘어간 것도 있다. 그러나 태희의 폭탄발언이 나온 것은, 남편에 대한 불신이 미움으로 번진 것 외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두려움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누구보다 믿고 의지했던 남편이며, 아내인 자신이 가장 믿어줘야 할 사람을 의심하고 있는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또한 누구보다 자존감이 강한 황태희가 얼굴을 아는 직원들앞에서, 의부증에 걸린 여자취급을 당했다는 것도 견디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 봉준수의 말처럼, 회의중이라는 말을 믿었으면 됐는데, 황태희는 왜 남편을 믿지 못하고 찾아갔던 것일까. 준수가 눈물까지 흘리며 태희에게 여진과의 사이를 차마 얘기못했던 걸, 진실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황태희-봉준수' 이혼하는 결정적 이유?

사람은 주변 환경에 민감하다. 아무리 황태희가 남편 봉준수를 믿겠다고 다짐해도, 주변사람들에 영향을 받으면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단 황태희의 가족이 그렇다. 태희의 엄마(박정수)는 남편이 딴 여자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가 별거중이다. 이혼도장만 안 찍었을 뿐, 함께 살지 않은 지 십수년이 됐다. 동생 황연희(한여운)은 어떤가. 남편이 바람둥이 의사다. 태희가 바람피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특히 12회 말미에 태희와 동생이 나눈, 이혼에 관한 대화는 인상 깊다. 동생이 남편을 믿지 못하고 핸드폰으로 위치추적을 하자, 태희는 동생을 꾸짖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어떻게 같이 살 수 있냐며 차라리 이혼하라고 다그친다. 그것은 동생 뿐 아니라, 준수를 의심중인 태희 본인에게도 향했던 비판적 태도였다.

동생은 직장을 다니는 태희와 달리, '능력없는 자신이 무작정 이혼하면?' 이란 단서를 단다. 평범한 주부가 이혼을 할 경우, 앞으로가 만만치 않다는 현실적인 질문이다. 단순히 능력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혼녀란 꼬리표를 달고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도, 아직은 보수적인 사회분위기에서 쉽지 않은 선택일 수밖에 없다.




황태희는 별거중인 남편이 돌아오길 심정적으로 바라는 엄마나, 남편을 의심하면서도 쉽사리 이혼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동생을 보며, 혼란스러운 자신을 읽는다. 지난 시간 엄마나 동생을 이해 못했던 황태희가, 막상 자신이 이혼이란 문제에 접근하면서 이해하고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무엇이 정답인지 해결책을 구하지 못한다.

때문에 의심이 폭발한 태희는 본능적으로 남편을 찾아간 것이고, 한송이와 백여진(채정안)을 비롯한 팀원들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망신보다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스스로를 컨트롤 못할 지경까지 온 의심으로 인해, 의부증으로 진화될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매번 남편을 신경쓰고 의심하면서, 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하다. 역전이고 뭐고 의심의 여왕으로 추락한 상황.

황태희는 결국 이혼(혹은 별거)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극의 설정자체가 엄마는 별거중이고, 동생이 이혼을 갈등하면서도 주저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 황태희는 동생이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이혼을 하되, 엄마가 바라지만 돌아오지 않는 아빠와 달리 준수가 잃어버린 부부의 신뢰감을 태희에게 심어주면서, 재결합형식의 결말을 예상케 한다.




황태희를 역전의 여왕으로 만들기 위해, 제작진은 '홀로서기'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이유가 있다. 기획실팀장으로 골드미스였던 태희가 잘 생겼으나 가진 것도, 능력도, 열정도 없었던 신입사원 봉준수를 꼬득여 결혼하면서 드라마가 시작했다. 돈과 능력을 쫓았던 여진에 대한 반감을 품었던 준수 역시, 태희의 능력과 아파트에 혹했던 게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이상적인 부부의 탄생은 아니었다.

12회가 지난 상황에서, 처음으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혼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다. 사실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기까진 사랑과 다툼 그리고 이별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황태희와 봉준수는 그 과정이 생략됐다. 그리고 결혼한 5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이혼을 생각한다. 현재 그들이 잃어버리고 또 찾고 있는 믿음과 사랑에 질문을 던진다.

기획실팀장으로 골드미스가 아닌, 특별기획팀의 계약직 사원 황태희. 무능한 직원취급을 받으며 정리해고 됐으나, 성실한 직원으로 거듭나는 봉준수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혼을 하면 그들 사이에 구용식(박시후)과 백여진이란 카드가 본격적으로 개입된다. 조건의 변경뿐 아니라, 또 다른 이성의 개입이다. 황태희와 봉준수가 이 모든 걸 극복해내는 과정이, 역전으로 가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